[ 점 / 피터 레이놀즈 글 그림 ]
너무 잘하고 싶어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일들이 있다면? 어설프게 할바엔 안 하는 게 좋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있다면?
시작하기 전에 덜컥 겁부터 나고,
그것이 나에게 맞는지? 내가 잘 해낼 수 있는지?
시작을 망설이거나 고민하는 당신이라면
'완벽주의자'일 확률이 매우 높다.
오늘은 시작을 망설이는 완벽주의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 '점'을 소개한다.
{첫 번째, 마음의 문을 활짝 열기}
인생을 살아오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시작을 망설였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시작이 내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예를 들면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고 있는데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과의 결혼을 상상하면 행복에 약 20%가 못 미치는 느낌이 들어 결혼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또는 일적으로 성공을 꿈꾸고 있는데 새로 시작하려는 직장에서는 미래가 불투명하고, 자신의 성공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들이 있다면 취업을 망설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큰 결정에서만 시작을 고민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아주 가끔이지만 브런치에서 시작을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 경험의 일부나 생각의 일부를 글로 써 내려간 후, 발행 버튼을 누르려다가 잠시 주춤거리곤 한다. 이 글을 내놓았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생각하면 나의 글은 늘 누추하고 어설퍼 보이기에 발행을 앞두고 시작을 망설이는 것이다. 시작이 쉬운 편인 내가, 유독 브런치에서는 고민이 많다. 처음에는 겁 없이 술술 써 내려갔던 글들이 날을 거듭할수록 생각이 짙어질수록 쓰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아마도 나보다 남을 의식하는 글을 쓰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림책 '점'에서 주인공 베티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그것을 몸소 겪으며 보여준다.
완벽하고 싶은 마음으로 인해 시작을 망설이는 일들이 있다면 그림책 속 주인공 베티를 살펴보자.
{두 번째, 마음속으로 들어가기}
미술 시간은 벌써 끝났지만 베티는 잔뜩 심통난 얼굴로 의자에 앉아있다. 도화지는 하얀색 그대로였다. 미술 선생님은 하얀 도화지를 들여다보더니 이렇게 말한다.
"와! 눈보라 속에 있는 북극곰을 그렸네."
"놀리지 마세요! 전 아무것도 못 그리겠어요!" 베티가 답한다.
심통난 베티에게 선생님은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한번 시작해 보렴.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라며 빙그레 웃는다. 베티는 연필을 잡고 도화지 위로 힘껏 내리꽂았다. "여기요!" (자유롭게 표현되지 않아 답답하고 짜증 나는 베티의 마음이 느껴진다.)
선생님은 도화지를 들고 한참을 살펴보더니 배티 앞에 내려놓으며 조용히 말씀하신다. "자! 이제 네 이름을 쓰렴." 베티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러죠. 뭐. 그림은 못 그리지만, 내 이름 정도는 쓸 수 있다고요!" 하며 이름을 적는다.
일주일 뒤 미술시간, 베티는 선생님 책상 위에 걸린 액자를 보고 깜짝 놀란다. 번쩍이는 금테 액자 안에는 베티가 내리꽂았던 바로 그 점이 들어있다. "흥! 저것보다 훨씬 멋진 점을 그릴 수 있어!" 베티는 이제껏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 수채화 물감을 꺼내어 점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베티는 쉬지 않고 다양한 색깔 점들을 그렸고, 색깔을 섞으며 작은 점을, 큰 붓으로 색을 섞어 커다란 점을, 심지어 색칠을 하지 않고도 커다란 점을 만들었다.
얼마 후, 학교에서 미술 전시회가 열렸고, 베티가 그린 점들은 인기가 대단했다. 전시장에서 한 아이가 베티에게 말했다. "누난 정말 굉장해! 나도 누나처럼 잘 그렸으면 좋겠어." 하고 말한다. "너도 할 수 있어." 베티가 말했다.
"내가? 아니야, 난 정말 못 그려." 그러자 베티는 빙그레 웃으며 하얀 도화지를 그 아이에게 건넨다. "한번 그려봐." 선을 긋는 아이의 연필이 흔들렸다. 베티는 그 아이가 그린 비뚤비뚤한 선을 한참 바라보더니 말했다.
"자! 이제 여기 네 이름을 쓰렴."
{세 번째, 마음 살피기}
하얀 도화지에 찍은 베티의 작은 점 하나, 아무렇게나 그은 아이의 비뚤비뚤한 선이 모두 훌륭한 그림이 된다.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적인 그림이 된다. 그 무한한 가능성을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따뜻한 시선을 만난다면 우리는 모두 꿈꾸는 무언가가 될 수 있다.
나에게 묻는다
- 지금, 시작을 망설이거나 고민하는 일이 있나요? 왜 망설이고 있나요?
- 그것을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 그 어려운 것을 시작하려는 나에게 누군가가 응원해준다면 어떤 말을 듣고 싶은가요?
{네 번째, 마음 챙기기}
그림을 그리지 못해서 잔뜩 심통난 베티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져주고 격려해주었던 선생님의 시선이 너무 좋다. 베티가 불꽃 튀기듯 내리찍은 점을 특별한 시선으로 지켜봐 준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에 베티는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작은 점을 찍다가, 색깔 점을 찍고, 커다란 점을 찍고, 다양한 점을 찍게 되기까지의 베티의 이런 노력이 빛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베티에게 시작을 선물한 선생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 그리기를 망설였던 베티와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작을 망설이는 이유를 깊이 들여다보면 완벽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내려놓고, 일단 한번 시작해보면 어떨까? 실수하더라도, 조금 돌아오더라도 시작을 했던 경험이 바탕이 되고 노력이 더해진다면 완벽하진 않지만 지금보다 더 만족하는 결과가 펼쳐지지 않을까?
'완벽 해야 한다'를 목표로 삼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결코 완벽주의자가 되어서도 안되고, 완벽해지지도 않는다. 내 안에 들어있는 에너지가 더 줄어들기 전에, 도화지에 작은 점이라도 서둘러 찍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