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겁보 두더지의 특별한 하루]
{첫 번째, 마음의 문을 활짝 열기}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어떤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 걸까?'
나에게 수없이 반복하여 물어봐도 아직 잘 모르겠다. 명쾌한 답을 들을 수 없다. 나를 알아가는 멀고도 험한 여정 중에 있으며 아직은 깜깜한 어둠 속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는 이런 물음에 명쾌한 답을 할 수 있는 자가 분명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선한 영향력을 펼치며 매우 뜻깊고 의미 있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나도 그런 존재이고 싶다.
선한 영향력을 펼치며
세상을 뜻깊고 의미 있게 살아가는 사람...
내가 꿈꾸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다양한 세상 속에 나를 던져봐야겠지?
새로운 길, 꿈꾸는 길을 걸어가려면 두려움을 극복하고 걸어보는 수밖에 없다. 나의 이런 고민을 그림책 속 이야기로 담아냈다. 오늘은 내가 탄생시킨 그림책을 소개하고 싶다. (홍보는 절대 아니다.ㅎㅎ 주제에 딱 알맞은 이야기여서 부끄럽지만 내가 썼던 그림책을 펼쳐본다.)
본격적인 이야기 전에 메이킹 필름 느낌으로?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었다. 참고로 나는 그림책에서 이야기를 담당하는 글작가이고, 그림을 담당하는 그림 작가는 따로 있다. 그림작가가 나에게 건의했다. 왜 예쁘고 잘난 동물들을 마다하고 하필 두더지가 메인 캐릭터냐고..(두더지를 폄하하긴 싫지만, 그림 작가의 마음도 이해는 된다.) 그런데도 나는 두더지를 고집했다. 나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메인 캐릭터는 두더지 여야만 했다. 마치 메인 캐릭터 캐스팅을 놓고 감독과 작가의 다툼인 마냥 분분한 의견을 펼치며 물러서지 않았던, 결국 나의 캐스팅에 만족했던 그 그림책을 여기서 소개한다.
{두 번째, 마음속으로 들어가기}
캐스팅 논란을 일으켰던 두더지.
한 술 더 떠서 '겁보 두더지' 이야기를 들어보자.
땅 속 마을 땅굴에 살고 있는 겁보 두더지는 한 번도 땅 속 집을 떠난 적이 없다. 땅 위 세상이 두려워서 늘 안전하고 익숙한 땅속 집에만 있다. 제목 그대로 겁이 무척 많다.
겁보 두더지는 무서워하는 것도 많다. 개미귀신, 족제비, 살모사, 올빼미 등등. 세상 모든 것이 무섭기만 했다. 지금 살고 있는 땅속 집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지만, 늘 똑같은 곳에서의 생활이 때론 지겹기도 하여 마음 한편으론 땅 위의 멋진 풍경도 보고 싶었다.
땅 속 집에서는 언제나 똑같은 하루였지만 딱하나 만 달랐다.
그날도 겁보 두더지는 땅 속 집의 꼭대기로 올라가 땅 위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숲 속 동물 친구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린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다 숨었니?'
동물 친구들의 숨바꼭질 소리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은 겁보 두더지는 깔때기를 들고 점점 위로 위로 올라가는데... 사각, 사각, 쓱~ 갑자기 어디선가 모래구멍을 파고 있는 개미귀신(겁보 두더지의 무서움 목록에 있었던)이 나타났다. 겁보 두더지는 너무 놀라 이리저리 날뛰었고, 땅 위로 점프를 하고 만다. 이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겁보 두더지가 땅 위로 점프하는 순간,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렇다. 겁보 두더지는 보통의 두더지가 아니었다.
금빛 깃털을 반짝이는 황금 두더지였던 것이었다.
두더지는 개미귀신이라는 두려움은 까맣게 잊어버렸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최고의 순간을 맞이한다. 난생처음 점프했던 짜릿한 그 느낌, 온몸의 세포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아주 흥분된 마음이었다. 흥분이 가라앉자 두더지는 편안했지만 또 두려웠다. 그 마음을 숨기기 위해 자는 척도 해본다. 하지만 숨바꼭질 놀이를 하던 동물 친구들이 반짝이는 황금 두더지를 발견했고, 두더지는 자연스럽게 동물들과 친구가 되었다.
서서히 해가 지고, 친구들과 한참 놀이한 두더지는 땅 속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깨달았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라도 두려워만 하지 말고 기꺼이 경험해보기로. 이런 흥미진진한 것들을 앞으로도 용기 있게 경험해보겠다고 결심한다.
{세 번째, 마음 살피기}
땅 속 마을 쫄보, 겁보였던 두더지가 깜깜한 땅 속 집에서는 절대 알 수 없었던 사실을 새로운 세상에 점프하는 순간 자신이 황금 두더지였다는 것을 마침내 알게 되었다. 겁보 두더지처럼 우리도 세상에 던져져야만 세상으로부터 존재하는 진짜 나를 발견할 수 있다.
나에게 묻는다
- 세상에 존재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 나는 어떤 존재로 살아가야 할까요? (나에게 의미 있는 인생이란?)
- 내가 꿈꾸는 존재가 되기 위해 나를 어떤 세상에 던져보아야 할까요?
{네 번째, 마음 챙기기}
그림책은 묘하다. 분명 같은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겁보 두더지 이야기로 토론을 한다면 사람마다 느끼는 포인트는 제각각일 것이다. 그래서 작가의 의도는 밝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많은 사람들과 그림책에 펼쳐진 이야기로 서로의 마음을 모아보고 싶다. 조각조각 생각들이 모여, 작가의 의도를 훌쩍 뛰어넘는 그런 감동적인 대화들을 나눠보고 싶다. 바로 그곳에! 나를 던져보고 싶다. 공통된 주제로 사람들과 생각을 이야기를 나누는 세상이 내가 던져지고 싶은 세상인 것이다.
그림책 작가와 다수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굵직굵직한 메시지를 주고받는 소통의 자리. 그곳에 나를 던져보면 어떨까? 그러면 세상으로부터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나는 언제든 그곳으로 던져질 마음에 준비가 되어있는데, 그곳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왠지 내가 황금 두더지여야만 할 것 같다. 내가 쓸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겁보 두더지인 것 같은 지금의 내가 새로운 세상에 던져졌을 때 비로소 황금 두더지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흥미진진한 세상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것. 그런 일이 상상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라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세상으로부터 존재하는 나를 발견하려면
마음속에 들어있는 두려움을 걷어내고
새로운 세상으로 기꺼이 나를 던져보자.
어쩌면,
내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할
금빛 깃털을 반짝이는 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