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집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는 조금이 아니라 자주 마셨었다. 성인이 되고나서 처음 마신 술이 부모님과 함께 마신 맥주였다. 편의점에서 만 원에 해외 맥주 4캔을 살 수 있을 때 쯤에 나는 맥주를 즐겨 마셨다. 군 전역 후 자취를 하게 되면서, 자기 전에 컴퓨터를 하며 맥주 한 캔씩을 마시는 게 버릇이 되었다.
나는 왜 술을 마시는가?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분이 좋아지는가? 일단, 맥주를 한 모금, 두 모금 마시고 그 특유의 쓴맛이 퍼진다. 수 분 또는 수 십 분이 흐르면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몸이 약간 둔해진다. 걸을 때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느낌이다. 이어서 근심 걱정이 없어진다.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이 때 포근한 침대에 보들보들한 이불에서 헤엄을 치면 그야말로 천국이다. 그리고 스르르 잠이 든다. 맥주 한 캔 정도면 잠에서 깬 뒤에 숙취도 없다.
그러다 요 근래 들어 술이 점점 많이 필요해지기 시작했다. 맥주 한 캔으로는 좋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만족스럽지 못했다. 하룻밤에 맥주 한 캔이 두 캔이 되고, 맥주 두 캔도 성에 차지 않았다. 이윽고 더 맛이 쓰고 가격이 싼, 효율적으로 취할 수 있는 청하를 마시기도 했다. 그렇다. 나는 알코올에 내성이 생긴 것이다. 더는 술을 마시는 게 즐겁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요즘 금주하는 것이다. 술을 사서 먹어봤자 취하지도 않는 걸 뭣하러. 돈만 아깝다.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나의 마음을 더욱 굳건히 해줬던 술자리가 있었다.
동성로의 한 포차에서 나는 꽤 취했었다. 평소와는 다른 환경에서 술을 먹었기 때문일까? 그것도 어느정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처음 빈 속에 소주 몇 잔을 마신 게 결정적이었다. 이제 취업 준비 활동을 끝내고 들어갈 직장 얘기를 하고, 이미 들어간 직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 누나들을 오랜만에 만나 술잔을 나누니 즐거웠다. 술을 먹고 나서 찾아오는 내 몸의 변화는 익숙했다. 몸이 둔해지고, 떠오르고, 기분이 좋아진다. 술을 빨리 깨려고 물을 엄청 많이 마셨다. 그래서 화장실을 엄청 들낙날락했다. 그때마다 다시 그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 돌아갈 수 있어 즐거웠다. 이것은 알코올 때문일까, 아니면 사람 때문일까?
물론 오랜만에 봤기 때문에, 그런 술자리가 최근에 없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그런 만남을 자주 하게되면, 마치 집에서 내가 맥주 한 캔으로 성에 차지 않았던 것처럼 시큰둥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이 느낌이 좋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주보며 대화하면서, 무언가 맛있는 걸 먹는다. 이런 과정이 어떻게 안 즐겁겠냐만은, 저것이 매일 같이 반복된다면? 모르겠다. 잘 조절해야지 뭐. 일단은 최근에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요즘 금주한다. 다음에 만날 즐거운 술자리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