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소한 광합성

영화 <인 디 아일> 리뷰

by 블블

나의 햇빛은 어디에

_인 디 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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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하나 없는 대형마트의 물류창고 안. 크리스티안은 이제 막 그곳에서 일하게 된 신입이다. 브루노는 크리스티안의 물건운반 지게차 교육을 담당하는 인정 많은 사수다. 크리스티안은 브루노에게 지게차 운전방법을 배우며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도 알아가게 된다.



크리스티안이 첫눈에 반한 옆 코너 캔디류 담당자 마리온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사수 브루노는 마트에 오기 전 트럭을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시절의 자신을 누구보다 그리워한다. 창문은 물류창고에만 없는 게 아니다. 마트 야간 근무자들의 인생에도 한줌의 햇빛이 절실하다.




영화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인공의 햇빛을 만들어 광합성을 해나가는 장면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손님이 모두 나간 후 마트에 울려 퍼지는 클래식 음악. 휴게 시간에 마시는 한 잔의 자판기 커피. 화장실 한 칸에 같이 들어가 피우는 담배 한 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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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잡아 온 물고기들이 얼어 죽어가고 있는 냉동창고. 그 곳에서 크리스티안과 마리온은 코를 맞대는 에스키모식 인사를 나눈다. 생명이 빛을 잃고 상품으로 탈바꿈하는, 모든 생기를 앗아가는 공간에서도 그들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건 이곳이 북극, 우리가 에스키모인이라는 착각. 그래서 지금 내 옆에 서 있는 당신과 콧날을 부비는 것이다.



창고의 지게차가 만드는 소음 속에서 파도소리를 읽어내는 것. 조용히 잘 들어봐. 파도가 치는 것 같아. 마리온이 크리스티안에게 말한다. 이렇게 자신만의 북극을, 바다의 파도를 만나는 것. 일련의 장면이 보여주는 것은 일을 계속 해나가기 위해 그들 스스로 만들어내는 인공의 햇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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