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써 드립니다.
상처받는 게 무서워서 결국엔 좋아한다는 게 무엇인지까지도 잊어버리고 만 사람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좋아하는 마음을 잊어버릴 수 있을까. 아직도 난 종종 정말 좋아했던 사람의 꿈을 꾼다. 꿈 속에서도 여전히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한다. 내꿈이라 그런지, 그 사람도 나를 어여삐 봐준다. 꿈을 깨고 나면 언제나 마음이 아프다. 어제 또 그 사람 꿈을 꾸었다고 동거인에게 말한다. 동거인은 말주변이 좋지 못한 편이라 그냥 나를 자기 품안에 안아준다. 또 다른 좋음이 생길지 몰라도, 한번 좋아했던 것은 아마 평생 잊히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새로 만난 좋음 속에서 이전의 좋음을 되새기고, 어루만진다.
상처받기 싫어서 제대로 고백조차 해보지 못한 사람이었는데도, 좋아하는 마음은 지워지지가 않는다. 그 사람 조금이라도 더 볼려고, 같이 있던 친구들에게 '먼저 갈게!' 다급히 소리치고 그 사람에게로 뛰어가던 마음. 밤에 핀 목련 꽃 길을 둘이서만 걷던 때의 기분. 한시간을 늦어도 꼿꼿이 서서 기다리던 마음. 그 사람이 무심코 던진 취향들을 기억해뒀다가, 그 물건, 그 음악, 그 색깔 들을 고르는 마음. 그런 마음들이 어떻게 잊히나.
상처받을까봐 두렵거나 무서운 마음까지 든다면, 그건 이미 늦었다. 정말 너무 좋아하는 것이다.
그냥 좋아했으면 좋겠다. 그렇게까지 좋아할 마음이 드는 무언가를 찾는건 세상 살며 그리 흔히 생기는 일이 아니니까.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좋아할 수 있을 때 실컷 좋아할 수 있는 것도 용기다. 용기 있는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언니네 이발관의 '아름다운 것'이라는 노래를 정말 좋아한다. '난 나를 지켰지. 마치 아무일도 아닌 것처럼' 이 부분은 아마 평생 들을때마다 무너질 것이다. 그때. 좋아하는 마음 대신 지킨 것이 고작 '나'였는지도 몰랐던 그 시절에, 이 노래를 듣고서야 내가 지킨 것이 얼마나 별 것 아니었는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그러니까 좋아하는 마음 앞에서는 나를 지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과는 마음대로 되지 않았지만, 긴 인생 마음 쿵쾅거리는 이야기는 내 안에 남았으니까. 좋아했던 마음은 후회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좋아하지 않으려고 해도 안됐으니까. 그래서 오늘 글은 읽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상처받아도 좋아하는 마음을 잊어버릴 수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