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를 대하는 자세

음식물통아 수고가 많다

by 연은미 작가




사람은 먹어야 한다. 매일 먹고 영양분을 흡수하고 찌꺼기를 배출한다. 매일 먹으니 필연적으로 음식물 쓰레기가 나온다.


재료를 다듬고 손질한다. 양파 끝, 연근 껍질, 파뿌리 등은 이미 쓰레기로 분류되고 씻으면서 개수대에 걸리는 콩나물 대가리등도 쓰레기로 추가된다. 지지고 볶고 무치고 끓인 음식은 식탁에 차려지고 젓가락, 숟가락이 휘젓고 떠난 자리에는 잔반이 조금씩 남는다. 밥때마다 고민은 먹고 남은 음식을 버릴 것인가, 냉장고에 보관할 것인가이다. 아까워서 반찬통에 넣어 보관하지만 다시 먹는 음식보다 냉장고 안쪽에 처박히다 결국은 버려지는 잔반이 많다. 어느새 찬밥 취급 당한 며칠 지난 반찬, 설겆이하면서 그릇에 붙은 음식들이 수채구멍에 걸려져 물기가 빠지고 음식물통에 안착한다. 한 시간 전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이었는데 먹고 남긴 음식은 전혀 다른 대상이 된다. 침을 고이게 하는 감사한 존재는 눈썹을 찡그리고 코를 실룩이며 처리해야 하는 귀찮고 냄새나는 존재가 된다. 님에 대한 마음이 변하는 것처럼 이렇게 마음이 달라질 있을까. 버릴 때 늘 마음에 찔린다. 난 알뜰한 주부가 아닌 것 같다. 통에 음식물이 가득 차면 때로는 음식물 통을 들고, 때로는 비닐에 옮겨 담아 아래로 내려간다. 1층 공동현관을 나와 분리수거장으로 걸어간다. 음식물쓰레기통 여러 개가 기역자로 놓여있다. 음식물통을 살짝 내려놓고 카드를 꽂으면 음식물 뚜껑이 지잉 소리를 내며 커다란 아가리를 벌린다. 시큼하고 짭조름한 냄새가 통 밖으로 일시에 퍼지며 올라온다. 불쾌한 냄새에 나도 모르게 숨을 참는다. 관리되지 않은 수많은 집의 음식물은 한데 섞여 부패속도가 빨라진다. 외관 또한 냄새 못지 않게 적응이 안 된다. 그 와중에 저건 총각김치고저건 콩나물 대가리, 음식물이 아닌 달걀 껍질도 있다며 머리속에서 음식물 분류가 이루어진다. 급히 뚜껑을 닫고 싶은데 음식물 사이에 까만 봉지 몇 개가 눈에 띤다. 인상이 구겨진다. 너무하네. 비닐에 담아버리는 사람들을 위해 관리소에서 음식물통 바로 뒤에 커다란 비닐을 걸어두었는데 음식물을 뺀 비닐을 뒤에 버리는 것도 귀찮단 말인가. 본인이 먹은 쓰레기가 더럽고 귀찮아서 던져놓으면 누가 그것을 들어분리를 하란 말인가. 화가 난다.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양심 없이 행동하는 사람은 질색이다. 비닐봉지 위에 음식물을 쏟아내고 버튼을 누른다. 지잉 소리를 내며 아가리가 닫힌다. 참았던 숨을 그제야 길게 쉰다.


음식물을 버리고 바로 운동을 시작한다. 아파트 2바퀴를 걷고 뛴 후 공동현관문을 열고 계단으로 향한다. 계단을 올라오다 보면 비상구 문 앞에 물건이 놓여있을 때가 있다. 대야에 쌀을 놔두기도 하고 물건을 쌓아놓기도 한다. 공공장소를 침범한 물건이 시각과 호흡을 방해해서 짜증스럽다. 어떤 집은 비상구 문이 안 닫히게 큰 돌로 문을 받쳐놓았다. 화재비상시를 위해 항상 닫혀있어야 하는 비상구가 아닌가. 나는 슬쩍 돌을 치우고 문을 닫아놓는다. 얼마 전에는 계단 한 구석에 누런 색을 띤 께름칙한 액체가 고여 있었다. 액체의 정체를 상상하게 된다. 설마 신장과 방광을 거쳐 나온 액체가 아니길 빌지만 명백해 보인다. 저 액체를 치우는 환경미화원 아주머니는 얼마나 짜증이 나며 욕이 나올 것인가.


음식물 속에 담긴 까만 봉지, 계단의 적재된 물건과 찝찝한 실례현장. 사소한 행위에 삶의 방식이 드러난다. 남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정한 가치를 지키며 살고 싶다. 음식도 물건도 많은 과잉시대다. 분리수거를 잘하기 이전에 안 사고 적게 사고 소박하게 먹는 것이 먼저이다. 불량 어른들의 행위를 보며 반면교사로 삼자고 다짐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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