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공부했다."
내 책상 맞은편에 앉아서 무언가 사부작거리던 알밤양이 수학공부를 했다며 보여준다. 집에서 수학 자기주도 학습을 하다니, 이 녀석....... 설레는구나.
어제까지 긴 겨울 방학 두 달 동안 그림만 왕창 그리며 널브러졌던 알밤양이 이 방 저 방 다니며 가방을 싸고 필통을 챙긴다. 알밤양은 6학년 때 그림을 함께 그리던 같은 반 덕후 단짝과 또 같은 반이 되어서 너무 좋단다.
방학 동안 공부를 한다면서도 스멀스멀 늘어졌던 밤톨군도 또릿해진 기운으로 공부를 한다. 저녁이 되자 방에서 묵은 쓰레기와 갈아입은 옷을 내놓고 청소를 한다. 밤톨군은 여자 친구와 같은 학교가 되어서 만세를 외쳤지만 반은 1반과 9반으로 층수까지 멀찍이 떨어지고 말았다. 그래도 중학교보다 멀어진 고등학교까지 운동삼아 걸어서 등, 하교를 함께 하기로 했다니 그것도 낭만 있겠다.
긴긴 방학 동안 아이들과 주말에라도 나들이를 가거나 전시회라도 다녀야지 생각했다. 현실은 출간예정인 그림작업을 1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일하는 엄마의 모양새로 두 달을 보내고 말았다. 2월은 특히 날까지 짧아 마감 압박이 있어 집콕방콕 하며 보냈다. 2월은 마감하기 참 별로인 달이다. 산만하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루틴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그중 주부작가에게 가장 큰 일은 밥이다. 이 눔의 밥!
아이들은 밥때가 다가오면 묻는다.
"엄마, 점심 뭐야?"
"몰라! 냉장고에 있는 거 먹어"
아침에 각종 과일, 야채를 넣어 주스를 갈아서 먹이고 남편 도시락을 싸놓고 운동을 하고 와 오전일을 쪼금하고 나면 금방 12시다. 아점을 먹고 조금만 더 일하고 먹어야지 하다 보면 금세 저녁 8시가 된다. 부리나케 저녁을 준비해 먹으면 10시가 넘는다. 바닥은 버석거리고 집안은 온 사방이 흩트러져있다. 돌아가며 점심, 저녁 설거지를 맡은 알밤양, 밤톨군은 꾸물거리다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설거지를 한다. 야무지지 않은 뒤처리는 내 몫이다. 원래 내 취침시간은 11시인데 정돈까지 하고 나면 자꾸만 12시가 되어버린다. 나는 아침이 중요한 사람이라 저녁 자는 시간을 안 지키면 잠이 줄어들어 피곤하다구.
종종 남편이 오후 4시 기점으로 전화가 온다.
"오늘 저녁은 뭐야?"
오후에 식곤증을 이겨내며 그림을 그려대다 잠이 깨면서 머리에 피가 확 쏠린다.
어허, 이 남자, 저녁 메뉴 물어보면 간 큰 남편이라는 걸 모르시나.
"왜 자꾸 물어, 그냥 퇴근하고 와서 먹어! 아니면 뭘 해 먹자고 하던가"
그래, 점심도 도시락을 싸주니, 같은 반찬은 먹고 싶지 않겠지. 오피스텔에 앉아 하루종일 혼자 있으면 저녁메뉴가 인생 낙일 수 있겠지. 그래도 메뉴 생각하는 게 얼마나 귀찮고 힘든 줄 알아? 안 그래도 고기를 줄이면서 요리하는 시간이 늘어났구만.
그렇게 방학을 보냈는데 개학 하루 전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저녁은 예상대로 늦어졌지만 먹자마자 밤톨군이 잽싸게 설거지를 하고 이를 닦는다. 나도 덩달아 마무리가 빨라졌다. 알밤양도 목욕과 양치질까지 싹 마치고 교복까지 꺼내놓은 시간 10시 30분! 세이프!
올, 처음이야. 10시 대에 하루 일과가 마무리되다니!
짝! 이럴 땐 하이파이브!
초딩에서 중딩이 되는 알밤양과 중딩에서 고딩이 되는 밤톨군, 새로운 환경에서 첫날을 맞이하는 마음이 어떨까? 긴장되고 설레겠지. 얘들아, 파이팅이다. 사실 긴 겨울방학 동안 세 명이서 집에 붙어서 매끼 밥을 해대느라고 바빴던 일상에 한 끼를 나라에서 해결해 주니 너희들만큼이나 나도 신난다. 오늘부터는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겠지?
3월, 새날, 새 마음으로 달려가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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