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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작가 Mar 27. 2023

미야 캐릭터 이야기 1

미야툰 14- 주황색 줄무늬의 의미


미야 캐릭터 이야기 1
































며칠 전 오랜만에 일상툰을 그리고 있으니 알밤양이 물었습니다. 

"엄마는 주황색 옷도 안 입으면서 왜 엄마 오너캐(작가 자신 캐릭터)한테 주황색 줄무늬 옷을 입혔어?"

"그냥... 그리기 쉽고 눈에 띄잖아."

"헐"

엄마의 싱거운 대답에 알밤양이 헛웃음을 던집니다. 

사실 기획 없이, 깊은 고민 없이 감으로 그리는 게 많다는 사실.

캐릭터는 한 번 잡으면 좋으나 싫으나 나를 대표하는 오너캐라 바꿀 수가 없는데 많이 따지지 않고 만들어버린 제 캐릭터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쭉 쓰고 있죠.


송혜교 주연의 글로리 드라마가 대히트를 쳤습니다. 시청자는 드라마의 복선과 의미를 파헤칩니다. 이름, 색깔, 꽃이 상징하는 의미 등 말입니다. 그중 박연진이 신은 하이힐을 왜 초록색으로 했는가 질문을 많이 받았나 봅니다. 김은숙 작가가 한 인터뷰에서 웃으며 말했습니다.

"작가에게 다 의미가 있지 않아요. 연진이 발등 퍼스널 컬러에 어울리는 것 같아서 초록색을 선택한 거예요."

저는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어마, 나만 그런 게 아니잖아? 이렇게 유명한 대 작가도 그냥 어울려서 가볍게 설정하기도 하는구나. 나는 작가로서 촘촘하지 않은가 보다, 디테일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한결 위안이 되었어요. 

그거 있잖아요. 학교에서 국어시간에 유명한 시인의 작품을 배울 때  단어와 문장에 줄을 긋고 시의 의미와 상징을 해석하잖아요. 그럴 때 드는 생각! 과연, 이 시인은 진짜 시 구절마다 의미를 가지고 시를 썼을까? 유명화가의 작품을 볼 때도 혹시 작가가 실수로 떨어뜨린 물감 한 방울의 흔적을 후대에서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인 건 아닐까? 


네, 사실은 느슨한 작가의 자기 합리화 중입니다. 그런데 '어울려서'라는 말에는 취향이 들어있어요. 저는 소심하고 낯을 가리는 경향이 있는데 사람들은 의외로 저를 텐션이 높은 사람으로 봅니다. 나한테 밝고 친화적인 면이 많다고? 사회성 버튼 발동인가? 아니면 원래 기질이 밝은가? 나는 어떤 사람이지? 오너캐를 만들고 일상툰을 그리면서 나에 대해 알게 되는 게 있어요.  기본적으로 저는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거.  즐겁고 유쾌한 것을 좋아한다는 거.  감으로 오렌지색 옷을 고른 것을 보면 역동적인 에너지에 끌리고요.  어릴 때 환경이 편안하지 않아 위축되고 쪼그라든 면도 많지만 계속 굴을 파고 들어가지 않고 금세 허리를 펴고 주먹을 쥐고 파이팅 하며 힘을 냅니다. 하지만 아직도 타인이 나를 보는 시선보다 내가 나를 보는 시선은 야박한 것 같아요. 잘하는 것보다 부족한 게 크게 보여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연습으로 그림과 글쓰기는 저한테 참 도움이 됩니다.  별별챌린지 2기 첫 시작은 제 오너캐 이야기로 시동을 걸어봅니다. 앞으로 66일 동안 나와 타인을 탐구하는 귀한 시간 만들어보겠습니다. 







미야작가 / 연은미 

만화가 &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을 그릴 때나 그리지 않을 때나 삶은 계속됩니다. 먹고 자고 싸고 청소하고 지지고 볶고 일하고 사랑하며 하루가 지나갑니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지만 내 눈으로, 내 몸으로 보내는 날들입니다. 까먹기 대장이라 시작한 미야일상툰, 가볍게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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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stagram.com/_miyatoo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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