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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작가 Mar 28. 2023

미야 캐릭터 이야기 2

미야툰 15-내게도 노화가 찾아왔다






며칠 전 남편과 쇼핑몰에 생전 처음 달리기용 러닝화를 사러 갔다가  앞쪽 머리가 심하게 휑한 할머니를 지나쳤어요. 몇 초만에 눈에 확 들어온 어르신의 머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남편에게 살짝 물었어요.

"오빠, 내가 머리가 엄청 빠지면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을까?"

남편도 찰나로 지나친 할머니를 본 모양입니다.

"심어야지"

"그렇지? 저렇게 다니면 좀 그렇지?"

"남자라면 박박 밀기라도 할 텐데 여자는 미는 것도 좀 그러니까 돈이 있으면 심던가 없으면 모자를 써야 하지 않을까?"

밤톨군, 알밤양 낳고 한동안 머리가 얼마나 빠지던지 안 쪽 머리가 너무 빠져 휑한 걸 감추느라 수 년을 앞머리를 유지하다 이제야 조금 괜찮아져 앞머리를 기르기 시작했어요. 새치는 어쩔 수 없이 정기적으로 염색을 하고 있고요.


내게도 노화가 찾아왔다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여기저기 사소하게 부딪쳐서 상처가 납니다. 큰 상처가 아니라 손가락 구부리는 마디에 살짝 찍혀서 까지는 정도지요. 그동안 그런 가벼운 상처는 무심히 넘기며 살아왔어요. 며칠 지나면 알아서 딱지가 생기고 딱지가 떨어지면 흔적 없이 나았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쉽게 낫지 않아요. 딱지는 생겼는데 속이 곪아있어요. 곪아있으니 어딘가 대이거나 눌러지면 아프고요.

얼마 전 손가락 마디를 찍혔어요. 내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알아서 바로 연고라도 발라야지 하다가 까먹고 며칠 지나가버렸어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상처는 깨끗하게 낫지 않고 까먹을만하면 통증을 유발했어요. 그리고 바를까 생각하면 잊어먹었어요. 그러기를 보름이 지난 것 같은데 여전히 딱지 속 곪은 상처에 뜸하게 통증이 일어요. 이미 약을 바르기엔 늦었지만 기름진 연고를 자기 전에 살짝 바릅니다. 바르다 보니  반대쪽 엄지 첫 번째 마디에 거뭇하게 남은 상처의 흔적이 보여요. 꽤 오래된 상처의 흔적이에요. 요리하다 뜨거운 물이 튀었던 곳이에요. 그동안 요리를 하다 뜨거운 물이 튀었을 때가 한 두이 아니었는데 이제 상처가 깨끗하게 없어지지 않고 흔적을 남긴다니까요.  피부재생 능력이 떨어진 것을 실감하니 좀 우울해집니다.


  초등 4학년 때 알밤양이 코스프레에 빠졌을 때 화장을 한다고 난리였어요. 요즘 애들은 고학년만 돼도 화장을 하고 중학생이 되면 화장을 안 하는 여자애가 없다고 하니 이쁘게 보이고 싶은 욕구도 점점 어려지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이 교복 입은 단정한 모습이 가장 이쁘다는 말이 세상 지겨운 꼰대처럼 들렸는데 나이 먹고 사춘기 아이들을 보니 보송보송 솜털 같은 피부, 젖살이 빠지지 않은 말랑하고 동그란 얼굴선이 얼마나 이쁜지 알겠어요. 그 이쁜 피부를 화장으로 가려 허옇게 입술만 둥둥 뜨면 생기가 가려지고 누가 누군지 모르게 비슷해져 버려요.  내가 갖고 있을 때는 모르다가 지나야 아는 게 왜 이렇게 많을까요.


"엄마는 언제부터 엄마 자신을 아줌마라고 생각했어?"

알밤양이 툭 던진 질문에 대답했습니다.

"음, 결혼하고 너희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쯤? 만약 결혼 안 하고 나이 먹었으면 아줌마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 같아"


  어느새 아줌마 호칭도 팔자 주름도 늘어나는 뱃살도 익숙해지고 있어요. 주름은 어쩔 수 없지만 뱃살은 익숙해지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바득바득 아침마다 과일채소주스를 갈아 마시고 오늘은 며칠 전 산 러닝화를 신고 아침 운동을 하러 나갑니다.

새털처럼 가볍다는 러닝화를 신고 달려볼테니 노화야, 나한테 천천히 와라!




미야작가 / 연은미

만화가 &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을 그릴 때나 그리지 않을 때나 삶은 계속됩니다. 먹고 자고 싸고 청소하고 지지고 볶고 일하고 사랑하며 하루가 지나갑니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지만 내 눈으로, 내 몸으로 보내는 날들입니다. 까먹기 대장이라 시작한 미야일상툰, 가볍게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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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stagram.com/_miyatoon_/






미야툰 그림일기

14화: 미야 캐릭터 이야기 1 https://brunch.co.kr/@miyatoon/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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