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툰 17- 엄마는 왜 웹툰을 안 해?
엄마는 왜 웹툰 안 해?
"엄마는 왜 웹툰 안 해?"
그림을 그리던 알밤양이 물었다.
엄마가 만화가라고 하면 웹툰 뭐 그리냐고 친구들이 묻는단다.
"엄마가 웹툰 했으면 좋겠어?"
"응."
"알밤아... 웹툰 시작하면 엄마 죽어. 20대에도 엄마 죽었었어."
네 어깨 뽕을 위해 엄마가 죽을 순 없단다.
푸헹-
좋아하는 거 그리는 데 뭐가 그리 힘드냐는 표정이다.
나는 24살에 작은 출판사에서 만화 단행본으로 데뷔했다. 전국아마추어만화판매전에 참가했다가 현장을 서치중이던 출판사 사장님에게 출간 제의를 받았다. 만화가지망생은 잡지 데뷔를 꿈꿨고 나도 마찬가지였기에 아쉬긴 했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 일단 시작했다. 아직 서투르고 부족한 게 많은데 조금이라도 고료를 받으며 실력을 키우게 되었으니 감사하기도 했다. 두 타이틀 작품을 끝내고 대원출판사에서 <나는 사슴이다> 2부를 그려줄 작가를 찾고 있다며 연락이 왔다. <나는 사슴이다> 1부가 이미 대박을 쳤는데 작가의 개인 사정으로 중단이 된 상태였다. 작가가 바뀌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메이저 출판사로 갈 수 있고 나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렇게 데뷔 후 8년 동안 24권의 책을 출간했다. <나는 사슴이다>는 내 대표작이 되었고 독자들의 사랑도 듬뿍 받았지만 쉬지 않고 작업하다 보니 건강이 그야말로 바닥을 찍고 번아웃이 왔다. 그 후 10여 년 아이 둘을 키우며 전업주부로 사는 동안 만화 세상이 바뀌었다. 종이만화가 디지털로, 옆으로 읽던 만화는 아래로 스크롤을 내리며 보는 구성으로, 펜으로 배경을 그리고 톤을 붙이던 방식에서 스케치업 프로그램으로 배경을 3D로 만들어 붙이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변화는 마감이 미치게 짧아졌다는 것이다.
90년대 월간지에서 격주간지가 나왔을 때 2주마다 마감을 할 수 있나? 잡지 작가님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들리는 풍문에 매일 밤샘과 마감에 녹초가 된다고 하니 그런 생활을 수년을 어떻게 하나 싶었다. 그런데 웹툰은 주간 마감이다! 1주에 60~70컷을 꾸준히 완성한다는 것은 나처럼 손이 느린 사람은 하루종일 그림만 그려야 된다는 걸 의미한다. 독자는 금방 다음 이야기가 나오니 얼마나 좋을까마는 석 달에 한 번 마감하는 단행본 마감으로 그림을 그려온 내게는 초피스드로 이어가는 마감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스케치업으로 배경 만드는 것도 잘 모르고 당장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능력도 안 되지만 밤새면서 그림 그릴 자신이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밤톨군, 알밤양이 자라고 손이 덜 가기 시작하면서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만화작업 뿐 아니라 이모티콘, 캐릭터, 프로필그림, 문구캐릭터, 일러스트, 삽화 작업 등 다양한 그림 작업을 하고 있다. 짬짬히 일상툰도 연재하고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도 참가했다. 그러다보니 만화가 + 일러스트레이터라는 명함이 하나 더 생겼다. 만화보다 큰 영역의 그림 세계를 기웃거려 보는 즐거움이 있지만 마음 한 구석은 웹툰 작가님들이 부럽고 나도 그리고도 싶다. 한 마디로 부럽지만 발 들이기는 무서운 곳이 웹툰 세상이다. 같은 동료로서 내가 못 하는 것을 해내고 있는 작가님들이 존경스러워서 나는 웹툰을 볼 때 천천히 정성 들여서 읽게 된다.
그러니 알밤양, 밤톨군 이하 독자님들, 웹툰은 음미하면서 천천히 읽읍시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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