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툰 18- 알밤양에게 전하는 편지
엄마는 내 나이로 돌아가면 뭘 해 보고 싶어?
가끔 너는 아주 중요한 질문을 가볍게 툭 던지고 지나가지.
엄마가 대답한 말 기억나?
내가 지금의 네 나이라면 책을 엄청 많이 읽을 거라고 했지.
들으나마나 한 소리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진심인 걸 어떡하니.
말 나온 김에 웹툰 작가를 꿈꾸는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약이라 생각하고 한 번 들어줄래?
나는 네가 읽는 즐거움에 퐁당 빠졌으면 좋겠어. 너 꼬꼬마 때까진 책과 친하게 하려고 나름 노력했는데 초딩이 되면서 조금씩 책하고 멀어지더라.
사실 엄마도 학교 다닐 때 그림 그리는 것만 좋아했지, 책하고 별로 친하지 않았어. 읽고 쓰는 걸 별로 안 했다는 얘기야. 막상 스무 살이 되어서 만화가가 되고 싶다고 결심했을 때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낀 게 글쓰기였어. 머릿속에 들어 있는 지식이 별로 없으니 좋은 스토리가 안 나오는 건 당연하잖아. 어릴 때부터 독서의 즐거움에 빠졌다면, 사고의 폭이 넓어질 테니 작가에게는 엄청난 무기를 장착하는 셈이지. 울 알밤이는 덕후기질이 농후하니 독서를 바탕으로 많은 걸 경험하고 글을 쓰면 탄탄한 멋진 작가가 될 거야.
그리고 앞으로는 그림 그린 걸 정성스럽게 잘 모아 놓으면 좋겠어.
꼬꼬마 때 끄적인 건 내가 골라서 모아놓았는데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턴 그린 그림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다 갖다 버리더라. '그 시절 그렸던 거 궁금할걸. 나중에 후회한다.' 말해 줄땐 괜찮다고 하더니 지나고 나니 엄마 말 들을 걸 그랬다고 예전 그림에서 얼마나 발전했는지 비교해보고 싶다고 아쉬워했지. 엄마는 고등학교 때 그린 회지를 아직 가지고 있으니 너랑 낄낄거리며 유치한 그림과 대사를 따라 하며 웃었잖아. 서툰 내 학창 시절 그림을 내 딸과 본다니 상상도 못 했는데 그거 꽤 신나고 행복하더라. 너도 나중에 네 아이들과 추억여행 할 수 있게 앞으로는 잘 모아놓도록!
가장 중요한 것, 운동은 필수야. 알지?
열정도 체력에서 나온단다. 막상 전력을 다해야 할 때 목이랑 허리가 아프면 얼마나 힘들고 속상하겠어. 숨차게 뛰고 스트레칭하면서 건강한 몸을 만들도록 해. 진짜 진짜 별 다섯 개야! 행복하게 그리려면 건강해야 돼. 그리고 시간관리도 중요하지. 프리랜서가 겉에서 보기는 시간을 자유롭게 쓰니 좋아 보이지만 무한 자유 속에 스스로 절제하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기에 자기 관리를 잘해야 해.
어릴 때 넌 힘들고 어려운 일은 해보기도 전에 안 한다고 했지. 그런데 웹툰작가가 될 거라고 선언하고 나서 그림 그리는 자세가 달라지더라. 인체를 잘 그리고 싶은 욕심도 내고, 어려운 구도를 그리고 모작도 하니 엄마 눈에도 실력이 느는 게 보여. 공부도 잘해야 원하는 학교를 갈 수 있다며 스스로 하는 걸 보며 목표가 있는 거와 없는 건 천치 차이임을 느껴. 어제 온라인 클래스 무제한 1년권을 끊어줬더니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그림 강의를 듣기 시작했지. 엄마 눈에는 아직도 아기 같은데 벌써 중학생이 되어 꿈도 생기고 강의도 찾아 듣는 모습을 보니 새삼 기특하고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까 기대가 돼. 엄마는 항상 네 편이야. 무엇을 하든 널 응원할게. 파이팅!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15화: 미야 캐릭터 이야기 2 https://brunch.co.kr/@miyatoon/167
16화: 일찍 데뷔해서 다행이야 https://brunch.co.kr/@miyatoon/162
17화: 웹툰을 정독하라! https://brunch.co.kr/@miyatoon/160/wr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