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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Apr 02. 2023

나를 러너라고 불러주세요 1

미야툰 19- 미야는 몸 지구력을 키우는 중














아침 걷기를 시작한 지 N년째,

얼마 전부터 내 아침 운동은 달리기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아파트 앞 횡단보도 앞에서 나이키 러닝 앱을 실행한다. 3, 2, 1 운동을 시작합니다! 

귀에 버즈를 끼고 안경을 주머니에 넣는다. 코가 가벼워진 대신에 눈앞의 선명함은 사라진다. 사람들이 지나가지만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오히려 내 숨소리와 발에 집중할 수 있어서 나쁘지 않다.  BGM으로 봄노래를 듣는다. 1킬로를 찍으니 귀에서 음악소리가 줄어들며 1킬로 6분 20초를 알려준다. 그동안 캐시워크로 걸음수와 시간만 체크하다 러닝앱을 깔아 더 정확한 수치를 알게 되니 내가 얼마나 뛰는지 속도와 거리를 알게 되어 좋다.

둘레길을 지나 주차장이 있는 넓은 길로 나온다. 앞에 경비원이 차량 지도를 하고 있다. 흐릿한 시선에 그가 나를 보는 것 같다.  이른 아침에 부스스한 모습으로 뛰는 여자는 단연 눈에 띈다. 조금 민망하지만 가벼운 목례를 하며 지나친다. 달리기 시작한 첫 횡단보도에 도착하기 200미터 전 축구장을 턴해  돌아 뛰기 시작한다. 

달리면서 나라는 인간을 알아가고 있다. 나는 한 바퀴를 뛰고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면 그만 뛰고 싶은 유혹에 휩싸인다. 요상스러운 마음이다. 그래서 나보다 먼저 러너의 길에 들어선 희가 추천한 아파트 건너편 300미터 공원 트랙은 나한테 맞지 않았다. 금방 한 바퀴가 끝나고 출발지점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멈추고 싶은 욕구와 갈등이 몇 배로 커지는 거다. 한계에 다다랐을 때 참고 더 하는 힘, 끈기가 부족함을 달리면서 알게 된다. 끈기와 지구력을 키우고 싶다. 고민하다 아파트 한 바퀴를 도착하기 전에 되돌아가고 두 바퀴도 끝에 다다르기 전에 돌아가는 전략으로 달리는 거리를 늘려갔다. 


두 바퀴째 턴을 돌아 3킬로를 찍었다. 내가 3킬로를 넘어 뛰다니 내 몸은 1킬로도 못 뛰는 저질 체력인 줄 알았는데. 모든 건 해 봐야 아는 거다.  3킬로를 뛰고 나니 4킬로까지 뛰어보고 싶어졌다. 아, 그동안 저 앞이 나의 최대치였는데 조금만 더 뛰어보자. 나의 한계를 넘어 한 걸음 더 내딛는다. 드디어 아파트 세 바퀴 돌파,

4킬로 18분 1킬로 평균 속도 6분 18초입니다. 

드디어 버즈에서 그토록 듣고 싶었던 메시기가 들린다.  해냈다는 만족감이 피어오른다. 아침마다 거뜬히 5킬로씩 뛰는 남들을 부러워했는데, 남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내가 4킬로를 뛰다니! 나도 할 수 있다고 여기저기 자랑하고 싶다. 예전 걸을 때는 두 바퀴에 40분이 걸렸는데 3바퀴에 30분이 안 걸린다. 운동 강도를 올리니 물렁한 허벅지가 부쩍 단단해진 것 같다. 


칼바람이 얼굴에 스치는 한겨울에 아들이 입던 낡은 검은색 롱패딩으로 몸을 감싸고 모자는 푹 눌러쓰고 걷다 뛰다 하던 아침운동이 어느새 달리기로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엔 300미터 정도부터 뛰었다. 그다음에 반 바퀴, 한 바퀴를 넘어 세 바퀴가 되었다. 나는 달리기와 글쓰기를 통해 지구력을 키워가는 중이다. 조금씩 늘려 5킬로씩 뛰는 게 목표다. 




미야작가 / 연은미

만화가 &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을 그릴 때나 그리지 않을 때나 삶은 계속됩니다. 먹고 자고 싸고 청소하고 지지고 볶고 일하고 사랑하며 하루가 지나갑니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지만 내 눈으로, 내 몸으로 보내는 날들입니다. 까먹기 대장이라 시작한 미야일상툰, 가볍게 즐겨주세요.


#인스타툰 #미야툰 #일상툰 #공감툰 #가족툰

https://www.instagram.com/_miyatoon_/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미야툰 그림일기>

14화: 미야 캐릭터 이야기 1 https://brunch.co.kr/@miyatoon/166

15화: 미야 캐릭터 이야기 2 https://brunch.co.kr/@miyatoon/167

16화: 일찍 데뷔해서 다행이야 https://brunch.co.kr/@miyatoon/162

17화: 웹툰을 정독하라! https://brunch.co.kr/@miyatoon/160/write

18화: 웹툰작가를 꿈꾸는 너에게 https://brunch.co.kr/@miyatoon/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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