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를 6년만에 왔다. 시어머니 가 돌아가시고 몇 년은 매년 제사때 내려오면서 가족여행을 했다. 통영, 해남 땅끝마을, 전주 한옥 마을을 가기도 했다. 일주일 정도 조금은 길게 여행하는 맛이 이때 들렸다. 하루 이틀은 24시간 좁은 공간에 함께 움직이는 게 힘들었지만 3일째부터 손발이 척척 맞아들어가고 여유롭게 즐기는 여행이 재밌었다. 이번엔 경주에 숙소를 잡고 아빠를 모시고 3형제가 함께 했다. 첫날 부어라, 마셔라 이야기꽃을 피우고 둘째날은 우리 가족과 아빠만 하루 더 함께 보내기로 했다. 다음날 언니,오빠와 헤어지고 우리는 경주 양동마을을 구경하기로 했다. 6년 전에 경주에 왔을 때는 불국사, 첨성대, 경주국립박물관 등 경주 랜드마크 위주로 돌아다녀서 이번에는 번화하지 않은 곳을 가고 싶었다. 먼저 동궁과 월지부터 들렸는데 한여름 땡볕 날씨에 그늘 없는 곳을 걷는 게 힘들어 금방 나왔다. 동궁에 있는 넓고 수려한 월지는 역사책, 역사 소설에서 많이 묘사되어 직접 보고 싶었다. 실제로 봐도 멋졌지만 되새길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다. 양동마을에 도착해 까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수분 공급을 한 다음 매표소를 지나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마을 풍경이 파노라마 화면처럼 넓게 펼쳐졌다. 와, 예쁘다! 그림같은 풍경이다. 이렇게 예쁜 시골마을이라면 한 달, 아니 1년정도 살면 좋겠다. 양반가문이 모여 살았으니 명당이겠지만 풍수를 몰라도 산세와 마을 기운이 좋은 것이 느껴진다.
양동마을은 경주 손씨와 여강 이씨 두 가문이 약 500여 년간 대를 이어서 현재까지 살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통마을이다. 10년도 7월 31일 유케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울 알밤이 태어나기 한 달전에 이런 경사가 있었구나. 탐방길은 1길에서 7길까지 있는데 20분에서 2시간까지 각자 맞는 코스를 선택해서 걸으면 된다. 나는 어디를 가면 구석구석 구경하고 싶지만 아빠도 계시고 날까지 너무 뜨거워서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고갯길로 올라가려다 평지 방면길을 택해 천천히 구경했다. 이곳은 시간이 느슨하게 풀어져서 흘러간다. 여유롭다. 하지만 처지진 않는다. 느릿느릿하게 걷는 아빠 손을 잡기도 하고 뒤에서 따라가기도 한다. 아빠는 마을 자연물에 관심을 보인다.
“담을 참 잘 쌓았네”
“볏집 위를 용마루로 덮었네. 이엉을 짜서 용마루로 덮어야 비가 가장자리로 흘러 속이 안 젖어. 아빠도 용마루 많이 만들어봤다.”
“저건 어저구 아이가. 줄기 껍질을 벗겨 말려서 소 고삐 만들 때 쓰지.“
“여긴 땅콩을 많이 심었네.”
“저건 오갈피지”
스쳐 지나가면 하나도 기억이 안 나 얼른 메모를 하고 숙소에 와서 검색을 하니 어저구가 아니라 어저귀이다. 모두 방으로 올려보낸 뒤 1시간만 있다 들어가겠다고 하고 1층 까페 밖 테이블에 앉아서 글을 쓴다. 어둑어둑해지는 바닷가가 보이는 곳에서 모기를 잡으며 글을 쓰는 기분이 꽤 괜찮다. 여행도 함께 또 따로가 필요하다. 내일은 어머니 10주기 제사를 지내러 부산으로 간다. 오랜만에 친인척 방문일정으로 바쁜 주말을보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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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안에 양동초등학교가 있다. 경주는 학교 정문도, 담벼락도 고풍스럽다. 양동초등학교 개교날이 1909년이다. 세상에, 부모와 자식과 손주가 같은 학교를 다녔을 역사가 유구한 학교다. 이 마을에 사는 아이와 도시에 사는 아이는 어쩐지 다른 시대, 다른 세계에 사는 기분일 것 같다. 정취가 아이의 정서에 푸릇푸릇 솔솔 스며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