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마다 온라인으로 만나는 역사독서모임 <세븐독서> 멤버들과 1박 2일 부산여행을 했다. 태백산맥/조정래 완독 책거리 여행이다. 멤버인 잭스니 수경님이 부산에 살고 나머지 멤버인 하늘님, 경림님과 나는 경기권에 살아 몇 년 동안 모임을 했지만 수경님과 얼굴을 본 것은 이 번이 처음이다. 직접 보니 너무 반갑다. 우린 돌고래 소리를 내며 손을 잡고 꺅꺅거렸다.
꼼꼼한 경림님이 총무를 맡아서 낭비되는 시간 없이 동선을 짠 덕분에 1박 2일 여행을 3박 4일처럼 했다. 이동은 택시로 다녔는데 택시 기사님들이 너무나 친절했다. 택시를 4번 탔는데 어디서 단체로 가이드 교육을 받으셨는지, 아니면 부산에 사시는 부심이 넘치시는지 곳곳의 명소를 설명해 주시고 맛있는 곳, 갈만한 곳을 추천해 주시느라 바빴다.
택시 1
000을 간다고요? 거길 뭘 택시 타고 일부러 가요? 저녁에 숙소 들어가기 전에 살짝 산책만 해도 될 곳인데.
먼저 감천문화마을, 비석마을에 가 봐야지요. 흰여울 문화원도 볼 만하고, 숙소가 부산역 근처면 차이나타운 000가 맛있어요.
택시 2
흰여울마을에 간다고요? 거가 제주도 올레길처럼 만든 마을이라요. 내가 원래 제주 사람인데 올레가 원래 마을에서 가까운 길이란 뜻이에요. 그리고 흰여울 뜻은 말이지요. 해가 질 때 바다 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수평선 물빛이 반짝반짝하는 게 고기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더.
택시 3
기사님: 만덕산 알아요? 동래에서 구포 넘어가는 산인데 옛날에 상인들이 구포 오일장에 물건 팔러 산을 넘어갈 때 어두워서 등을 지고 넘어갔다 안 합니까. 멀리서 보면 등이 만 개 같다고 해서 만등산이라 불리다 지금은 만덕산이 됐지요.
00 갔는데 거기 별로야. 사람들이 다 불친절해.
사람은 개인적인 경험을 일반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저 그런 개인을 만난 것일 뿐이지만 결국 장소가 기분 좋게 남으려면 장소에 있던 사람이 마음에 들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친절하고 좋은 개인을 만난 덕분에 나에게 부산은 즐거웠던 여행지 베스트로 급상승했다.
시댁이 부산이라 십수 년을 다녔지만 도착하면 동네만 돌다가 올라왔기에 부산을 여행지로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 부산 여행이 만족스러웠던 데는 택시기사님들이 한몫을 했다. 관광객에게는 택시기사님이 그 지역 얼굴이니까. 하물며 부산에 사는 수경님도 부산을 색다르게 느꼈다고 하니 여행은 곧 사람이 맞는 것 같다. 책을 함께 읽고 글을 함께 쓰는 사람들과 여행이라 행복했고 택시기사님들 덕분에 더 행복했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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