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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Aug 13. 2023

사춘기 아이 VS 간장종지 엄마






스스로 생각해도 유치뽕짝이다. 딱 초등학생 수준이다. 

초등학생이 친구랑 싸우고 말 안 하고 신경전을 부리는 것처럼 입을 다물고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든다. 

서로의 신경이 날카롭고 무겁고 팽팽하게 부딪치다 아이가 먼저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말을 건넨다. 그때 슬쩍 말을 받아주면서 원하는 것을 차근차근 말로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면 가뿐한데 마음과는 다르게  거칠게 움직이고 서랍을 세게 닫으면서 '엄마, 너 때문에 화났다'를 온몸으로 발산한다. 


알밤이가 "엄마, 미워! 말도 안 받아주고..." 하면서 문 밖을 나간다. 

10초도 안 돼 후회한다.  아, 이대로 보내면 안 돼.. 학원 가서 공부도 안 될 텐데...  

하지만 아이는 이미 가고 없다. 


가끔... 아니 자주 나는 부모로서 내 그릇이 간장 종지 만하다고 느껴진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내 그릇도 넉넉해져야 하는데 아직도 작디작은 간장종지만 하다니. 한심하다. 

스스로에게 욕 비슷한 것을 내뱉으며 아이에게 문자를 보낸다. 

엄마가 미안....


어느 날은 아침에 또 잔소리 대방출로 기분 안 좋게 학교를 보내고 문자를 한다.

딸! 엄마가 아침에 큰 소리 낸 거 미안해... 학교 잘 다녀와~~ 마니마니 사랑해.

나도 사랑해.

내 멋대로 신경질을 부리고 후회하고 사과하면 무한 반복하는데 아이는 또 사과를 받아준다.


요즘은 잔소리를 할라치면 

어구, 이뻐, 울 엄마, 귀여워. 엄마 사랑해. 하면서 연막을 친다.

그럼 신기하게 욱 올라왔던 응집된 짜증이 헛웃음과 함께 팡 터지며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아무래도 알밤이가 나보다 그릇이 큰 것 같다. 


사춘기 육아는 힘들다고 하지만 간장종지 엄마랑 사는 것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오늘은 반성모드! 엄마가 그릇 좀 넓혀보도록 노력해 볼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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