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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May 27. 2022

오늘이 되었다

시간에 대한 단상

시간 속을 걷는다



똑딱똑딱

시간이 흘렀다.

결혼할 때 여섯 살이었던 남편 조카가 스물아홉 살이 되어 부산에서 서울로 취직을 하고 인사를 하러 왔다.

군대 제대 후 잠깐 보고 몇 년 만에 만난 조카는 멋진 청년이 되었고 직장인이 되었고 달콤한 연애를 하고 있었다. 많은 이야기가 이어졌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술 자리와 대화였다. 조카는 어질고 긍정적인 정서를 갖고 있어서 앞으로 잘 살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특했다. 나도 모르게 성장한 자식을 보는 부모맘이 되었다.


스물아홉 살에 남편은 나와 결혼을 했다. 나는 조카 애인보다 나이도 더 어렸다. 그리고 서울에 있는 작은 아버님네에 부산을 내려가지 않은 명절이나 생신 때 인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수 십 년이 흐르면서 작은 아버님, 작은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결혼을 안 한 독자인 도련님은  몇 년 전부터 명절에 인사를 하러 우리 집으로 온다.


아… 조카 애인도 언젠가 우리 집에 인사를 오게 되는 건가?


문득 서울에서 자리를 잡으면 조카도 때때로 조카 애인과 (또는 부부로) 우리 집으로 인사를 하러 오겠구나 싶었다. 인사를 다니던 내가 어느새 인사를 받는 위치가 되다니 세월은 이렇게 내게 다른 역할을 다.

어느새 자식의 자리에서 부모의 자리에 서고 우리는 나이에 따른 인생 과업을 부여받는다.                           



시간 속을 걷는다.                                                                                                                     

아니, 무한대의 시간을 쪼갠다.                                                                                          

미약한 우리는 시간을 쪼개고 날짜를 매기고 일정을 짜고 의미를 부여해야 거대한 세계의 불완전함에서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다.


그렇게 또 날이 바뀌었다.

미약한 나는 쪼개진 오늘을 맞이한 덕분에 동력이 충전된 느낌이다.

조카의 30대를 응원하며

몇 년 남지 않은 나의 50대를 응원하며

오늘도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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