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테라피 일러스트
온오르 다정 멘토(@onor_dajung)님의 컬러테라피 수업을 듣고 귀한 컬러 처방을 받았다.
눈을 감았다가 떠서 보여주는 다양한 색 중 세 가지를 재빨리 고르라고 하셨다. 내가 고른 색은 터콰이즈, 마젠타, 오렌지다. 그 중 오렌지는 에너지, 기쁨, 즐거움의 색이다. 보고만 있어도 기운이 솟고 기분이 좋아진다. 또한 오렌지는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본래의 조화로운 상태로 회복시켜 주는 의미를 가진 색이다.
명상을 한다.
호흡에 집중한다.
날숨과 들숨을 반복하며
배꼽 아래 오렌지컬러가 온 몸으로 퍼져나가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뱃속이 뜨끈해진다.
다정샘: 명상을 하면서 어떤 이미지가 그려지셨나요?
나: 음, 제가 제주도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초록이가 많은 곳에서 일상을 여행하듯 다니며 자연을 듬뿍 느끼
는 모습이 그려졌어요. 본 것들을 글로 쓰고 그리기도 하고요.
다정샘: 그 장면을 떠올릴 때 기분이 어땠나요?
나: 기대에 부푼 느낌?
다정샘: 그 욕구가 무엇이였나요?
나: 자율성인 것 같아요. 자신의 꿈, 목표, 가치를 이루기 위한 방법을 선택할 자유!
어릴 때 내가 선택할 수 없는 환경에 무기력함을 많이 느껴서인지, 어른이 되어 나의 행복을 내가 선택할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는게 좋아요.
내게 행복은 자연 속에서 소소한 일상을 나만의 방법으로 발견하는 거예요.
다정샘: 제주도의 그 이미지가 미래에 꿈꾸는 기대에 부푼 장면이네요. 그럼 그 이미지까지 가는데 10의 시간과 노력이 걸린다고 가정해보면 그 사이 아무것도 안 하는게 아니라 오늘 당장 1의 오렌지의 '기대에 부푼' 날을 만들어 실천해 보세요. 작은 오렌지를 쌓다보면 10이 더 쉬워질 거예요.
그렇게 결정한 오렌지 미션은
봄꽃의 향연이 한창인 4월 어느날 오랜만에 지인들과 점심을 먹고 근처에 있는 원미산에 산책을 하고 오기로 했다.
꼬막비빔밥을 먹고 건물 1층에 보이는 shock 까페에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러 들어갔다. 매장에 들어서니 눈 몇백 개가 우리를 반긴다.
피넛 버터 쇼크, 꿀꿀 도넛, 오리지널 쇼크 등 도넛에 눈만 붙였을 뿐인데 왜 이렇게 재미있지?
요 녀석들, 재잘재잘 수다대잔치 중이군. 아이구, 시끄러워.
각양각색의 쇼크를 보는 내 눈도 땡그래져서 쉴새 없이 사진을 찍었다.
그들의 시끄러운 수다를 기꺼이 들어주고 시원한 커피를 들고 원미산으로 출발!
원미산은 부천에 있는 작은 산인데 아이들 어릴 때부터 자주 가던 곳이다. 저질체력의 내가 오르기 딱 적당한 산으로 풍경도 산뜻하고 아, 힘들다 싶을 때 정상에 발을 딛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등산할 때 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은 지루해서 싫어하는데 정상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진달래 동산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길게 이어져 있다. 계단 양쪽으로 진달래 나무가 가득하고 계단 아래로 넓은 공원이 펼쳐진다. 진달래 피는 시기에는 공원 곳곳이 분홍으로 물들어 예쁜 곳이다. 원미산은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각각 새로운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고 처음 출발했던 곳까지도 금방 갈 수 있어 산책 코스로 참 좋다.
'새로운 곳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곳이니까 눈에 듬뿍 담고 와야지.' 오랜만에 평일 나들이라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진달래 동산에 주차하기 애매해서 뉴턴을 하지 못하고 조금 더 가니 원미도서관이 보였다. 드라이버 강희언니가 말했다.
"원미도서관 아이들하고 주말에 자주 오는데 공원도 넓고 괜찮아. 여기서 커피마시는 건 어때? 주차하기도 좋고."
"좋아, 초록이들이 보이니 조금만 산책하다 집에 가자."
어디든 어떠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운데.
도서관 밖은 꽤 넓고 공원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슬슬 거닐다보니 산으로 올라가는 듯한 둘레길 초입이 눈에 띄었다.
나는 그늘진 산길을 손으로 가리켰다.
"어, 여기 산으로 올라가는 길인가봐. 원미산이랑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데?"
강희 언니가 대답했다.
"아, 그동안 보긴 했는데 한 번도 안 가 봤어."
낯선 길이다. 오렌지 미션도 할 수 있겠다.
"그럼 우리 조금만 올라가볼까?"
산길로 들어서니 단박에 공기가 바뀐다. 몸이 상쾌하다. 피톤치드 향이 온 몸 구석구석 스며든다.
처음보는 풍경에 감각이 더욱 살아났다.
'몇 년을 다녔기에 내가 다닌 길 외엔 없는 줄 알았는데 원미산을 오를 수 있는 길이 또 있었구나.'
나는 정상까지 가고 싶었으나 혼자가 아니라 모두의 의견에 따라 중간쯤에 있는 벤치에 앉아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더울 때는 산의 시원한 바람이 최고다. 순간 교외로 여행 온 것 같다. 모두들 새로 발견한 이 산길을 마음에 들어했다. 다음에 가족과 함께 와야겠단다. 파릇파릇 꽃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봄. 초록이들에 둘러싸여 피톤치드의 축복을 누렸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덕분에 가보지 않은 낯선 곳에서 오렌지 쌓기 미션까지 제대로 수행했다.
일상은 소중하다. 그런데 소중하고 감사한 일상을 어느새 당연하다고 느끼게 된다. 나의 오렌지 로망인 '기대에 부푼' 제주도 생활도 현실이 되면 기대는 당연하게 바뀌고 무료하다고 생각될 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면 멀고 화려한 곳으로 여행을 해야 설레이는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특별함을 찾아야 한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말이다.
집에 와서 오늘의 오렌지 느낌을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오렌지 스카프가 하늘하늘.
밝은 빛이 주위를 비추며 살랑바람에 머리칼과 스카프가 물결친다.
꽃밭속에서 찰나의 행복을 느끼는 모습. 모든 행복을 흡수하는 느낌.
찰칵!하고 사진으로 찍어 행복 앨범에 쏙 넣어 종종 꺼내보고 싶은 느낌을 담았다.
오렌지, 기대에 부푼, 기쁜, 충만함.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컬러미션이 뭐가 있을까?
일상속의 오렌지 찾기, 여러분도 꼭 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