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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Sep 19. 2023

할아버지의 텃밭 구경










 



울산에 사시는 팔순 아빠는 종종 직접 가꾸신 농작물을 보내주신다. 양파, 고구마, 감자, 참깨 등 재철에 거둔 농작물을 받으면 너무 감사하다. 사실 양파를 박스채 보내주시면 양이 많아 빨리 먹을 수도 없고 오래되니 상하고 곰팡이가 펴서 많이 버리기도 했다. 이번에 직접 울산에 내려가서 아빠와 경주 여행을 하고 부산 시댁에 가는 길에 텃밭에 들렀다. 양파 줄기는 꼭 대파와 비슷하게 생겼다. 아이들과 함께 뽑은 양파는 아기 얼굴만 한 크기다. 아빠는 한 개라도 더 담아 주려고 하고 나는 너무 무겁다고 그중 몇 개를 빼려고 했다. 그렇게 꽤나 많은 양파는 차 뒷트렁크에 묵직하게 실려 부산 시댁에 드리고 언니, 엄마와 나눴다. 나누고 나니 생각만큼 양이 많지 남지 않았다. 아빠가 준다고 할 때 더 받아올걸. 밭에서 몇 개 뺀 양파가 조금 아쉬웠다.  


박스에 담긴 양파를 보니 아빠 손길이 떠오른다. 이번에는 잘 관리해서 버리지 않고 먹어야겠다. 나는 베란다에 신문을 길게 깔고 양파를 펼쳤다. 보기에 깨끗해보이진 않았지만 참고 한 달 정도 가까이 놔두니 껍질이 바삭바삭 말랐다. 마른 양파를 몇 봉지로 나눠서 냉장고에 넣었다. 한동안 양파 걱정 없이 아끼지 않고 팍팍 넣어 먹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파를 잘 말려서 그런지 마지막 한 개까지 하나도 썩지 않았다. 그 전에도 말려서 넣었는데 무슨 차이가 있을까 생각해 봤더니 예전에는 며칠 말리고 성급히 냉장고에 넣었던 것 같다.  수분이 없도록 바삭 말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다니. 아빠한테 양파를 넉 달 동안 하나도 안 썩히고 다 먹었다고 했더니 좋아하셨다. 나는 직거래 농산물을 좋아하는데 그중 아빠가 보내주시는 농산물이 제일 좋다.


얼마 전에는 고구마를 캤다며 또 언니와 내게 한 박스씩 보내주셨다. 우리 고구마 귀신 알밤이는 고구마를 찌자마자 맛있게 먹는다. 고구마 맛탕을 해주니 그것도 앉은자리에서 순삭이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게 젤 예쁘다고 하는데 아빠도 우리 먹는 걸 생각하며 힘들게 가꾸고 담아서 보내시지 않을까. 그 마음 생각해서 하나라도 버리지 않도록 신경 써서 감사히 잘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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