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툰 작가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단톡방과 커뮤니티의 힘

by 연은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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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독서모임을 마쳤다.

3명이서 소소하게 몇 년째하고 있는데 멤버 한 명은 부산, 한 명은 파주, 나는 부천이다.

카톡을 켜서 단톡방을 확인한다. 폰아트월드, 글로성장연구소, 퓨처스쿨, 먹거리공구방, 강의를 하면서 만들어진 단톡방이 화면 아래로 죽죽 이어진다. 아침에는 단톡방마다 귀여운 이모티콘과 굿모닝톡이 올라오고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한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인간관계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넓어졌다.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관계의 질까지 좋아진 건 아니다.

카톡방 입장과 탈퇴 하나로 인연이 이어지고 끊어진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톡 하나 남기고 안부를 나눌 새도 없이 퇴장한다. 단톡방을 나갈 때 이름 없는 '무지'님들도 많으니 마지막 인사를 하는 사람은 매너가 좋은 편이다. 그래도 서운하다. 한동안 찐친처럼 친했는데 생각해 보니 연락처가 없다. 만나기 쉬운 만큼 끊어지기도 쉬운 관계가 가끔은 피곤하고 허허롭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 훌륭한 첨단 도구를 안 쓸 수는 없다.


24년 1년 동안 다양한 기관에서 인스타툰, 굿즈 등 디지털드로잉 수업을 했다.

매주 한 공간에서 같은 목표를 갖고 그림을 그리고 열정을 나누며 교집합이 되었던 사람들, 그냥 해체하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 문을 나가면 서로 모르는 사람이지만 손을 잡으면 어떨까?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대도 그만큼 중요하지 않을까? 다른 곳에서 멘토, 멘티를 찾을 게 아니라 한 날, 한 시에 수업을 들은 옆 사람과 할 수 있지 않을까?


커뮤니티를 만들다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수업이 끝날 때마다 원하는 분들을 초대했다. 모두와 맞을 순 없지만 나와 결이 맞는 분들은 모이겠지 생각했다. 사부작 시작할 때는 무엇보다 응원이 필요하다. 고고씽할 환경도 필요하다.

수업이 끝나고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 좋아했던 그림이 멀어지지 않도록, 그림 그리는 사람들 틈에서 한 번이라도 더 그릴 수 있도록, 커뮤니티는 자극을 주고 성장할 수 있는 자리가 되어준다.


어느새 그림 수업을 한 지 10개월이 되었다. 처음에 간간히 인사만 나누던 단톡방에 참여 작가님들이 늘어나면서 활기가 띄기 시작했다. 드라마 작가님이신 상이툰 작가님이 생성형 그림 AI 재능기부를 해 주시면서 한 달에 한 번 오프라인 스터디가 생겼다. 얼마 전에는 송년회를 했다. 가슴이 벅찼다. 3월 첫 수업할 때 이런 연말은 상상하지 못했다. 단톡방을 만든 건 나지만 모임이 살아 움직이며 진화하는 느낌이다.


수업을 하고 다양한 커뮤니티에 참가하면서 느낀 게 있다.

어떤 수업이든 어떤 모임이든 활발히 활동하고 참여하는 사람은 3~4할이라는 것, 법칙이 작용하는 것처럼.

나 또한 단톡방마다 포지션이 다르다. 어디에서는 쥐 죽은 듯 조용히 관망만 하고 어디에서는 선수로 뛴다. 그 3~4할 안에 들어가느냐 아니냐는 개인의 선택이다.

그런데 관망만 할 때보다 참여할 때가 훨씬 재밌다. 항상 뒤로 빠져있던 내가 처음으로 모임을 만들고 내년 함께 할 재미거리를 궁리한다. 관계 맺기가 가볍다고 투덜거릴 게 아니었다. 가만히 있으면서 씁쓸해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시, 공간 제약 없이 만날 수 있는 스마트한 장점은 살리고 관계의 가벼움을 단단히 이으면 된다. 그 출발은 나부터. 관중보다 라운드에서 뛰는 선수가 가장 활기차고 가장 많이 배우니까.


지금 톡방에서는 한창 모임 이름을 짓는 중이다. 이 모임이 어떻게 커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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