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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Aug 29. 2022

프롤로그-영웅 영숙이

엄마의 이름



1954년,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옹색한 시골집에 계집아이가 태어났다. 으레 동네 여자아이들의 이름은 영자, 말자, 순자, 정자 등...... 비슷비슷했다.


최영숙.

나보다 스물 셋이 많은 엄마의 이름이다. 외할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은 동네에 널린 이름이지만 그 의미와 애정은 각별했다.


외할아버지는 글을 깨나 읽으셨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즐겨 보던 책 중에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라는 지금으로 치면 연애소설책이 있었다던가.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이 '영숙'이었다. '여자 주인공 영숙이, 여자의 몸으로 세상을 구한 희대 영웅' 그 시절 여자 영웅 이야기는 드물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외할아버지가 애정으로 지어준 '영숙'이라는 이름은 호적에 올라가지 못했다. 엄마는 결혼할 때 혼인신고를 하면서 호적신고가 안 되어 있고, 영숙이 아니라 연자라는 이름으로 살고 계신 걸 알았다고 했다. 엄마보다 두 해 전에 태어나 얼마 못 살고 죽은 언니의 이름이 '연자'이다.


내게 엄마는 평생 최연자였기에 얼핏 한 두번 들은 영숙은 그저 집에서 부르는 이름인 줄 알았다. 몇 년 전 이름에 관한 사연을 알게 된 나는 엄마에게 속상하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다. 엄만 그 땐 다 그렇게 살았다면서 무덤덤해했다. 억울한 것도 모르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언니의 이름과 호적으로 살고 있는 엄마를 대신해, 흔하지만 세상 어떤 이름보다 특별한 '영숙'이란 이름에 위로와 사랑을 보낸다.


이 글은 나의 엄마, 최영숙에 관한 이야기다.




1.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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