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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은미 작가 Jan 10. 2023

불빛 하나에 이야기 하나

야경을 보며 사색하기





도로에 차가 드물다. 이른 아침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이 하루를 마감하며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아이는 학교에서, 학원에서 자기 몫을 해내고 집으로 간다. 남편은 하루종일 일터에 있다 피곤한 몸으로 현관문을 연다. 아내는 가족들 저녁준비로 분주하다.  저녁을 함께 먹고 거실에 둘러앉아 과일을 먹으며 TV를 보거나 이야기를 나눈다.  평범한 가족의 저녁 풍경이다. '평범한'은 빼야겠다. 고리타분한 일일드라마에서 간혹 본 저녁 가족 풍경이다. 현실은 다르다. 라이프스타일이 변한 오늘날 온 가족이 밥을 먹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것이 내 세계이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도 발이 닿는 곳, 보는 곳이 다르다. 그래서 사람 수만큼의 세계가 만들어진다. 남편, 아내, 아이는 각자의 세계에서 유영하다 밤이 되면 잠시 만난다. 

그 시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손 안의 컴퓨터는 가족의 분리를 가속화시켰다.  다 함께 있어도 각자 미디어를 접속해  SNS 세상에 심취한다. 같은 공간에 있는 건 몸뿐이다. 세상이 점점 빨리 돌아가고 우리는 더 빨리 뛰어야 한다. 아이가 크면서 그 바쁨속에 동참한다.


밤은 각자의 세계에서 잠시 만나는 교집합

그렇다 해도 밤은  짧게라도 같은 공간에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다.  몸을 쉴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가.  집은 다음날 살아갈 힘을 충전하는 곳. 저 멀리 총총히 박힌 아파트 불빛은 마치 핸드폰 배터리가 충전되는 것처럼 사람들이 충전되고 있다는 신호.  


하루동안 응집하며 차올랐던 기운이 내려오는 밤이다. 밤은 풀어지고 느긋해야 한다. 시골의 밤은 자연의 순리를 따르나 도시의 밤은 쉼을 거부한다.  많은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에 일터로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낮에 사는 자와 밤에 사는 자의 교대시간이다. 가라앉는 묵직한 기운을 헤치고 밤거리로 나오는 사람들. 어떤 직업군이 있을까?  택배, 경비, 숙박업소, 방송·언론사, 병원, 문화·출판 업계, 클럽·유흥업소, 각종 프리랜서 정도가 될까. 그들은 기지개를 켜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화물트럭 기사도 있겠다. 기사들은 대형 탑차를 타고 도시를 빠져나가 어두운 지방 고속도로를 무서운 속도로 달리고 있을 것이다



도시의 속살 꿰뚫어 보기

보라, 화려한 야경이다. 멀어질수록 야경은 멋지다. 불빛은 어둠을 이길 기세로 휘황찬란함을 뽐낸다.  하지만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은 겉멋이다.  멀리 있어서 보이지 않는다고, 가려져 있다고 없는 건 아니다.   도시의 단장을 위해 벽 내부에 숨겨진 각종 전선들. 낮처럼 불을 밝히기 위해 전력은 쉴 새 없이 흐른다. 복잡한 전선은 도시를 거미줄처럼 꽁꽁 옭아맸다. 도시의 속살까지 꿰뚫어 보아야 한다. 매끈한 것에 매혹되지 말자. 건물도, 사람도.


카메라 앵글을 뒤로 쭉 뺀다.  종종걸음을 치는 사람들이 개미만큼 작아지다 점이 되어 사라지고 한눈에 도시가 들어온다. 사방이 별처럼 빛난다. 하늘을 가린 높은 빌딩과 백화점, 아파트에도 별이 떴다. 별이 건물마다 촘촘히 박혀있다. 야경 속 별처럼 빛나는 불빛이 사실은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임을 생각하면  마음이 경건해진다. 저 화려한 불빛 속에 수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겠지.


불빛 하나하나에 새겨진 이야기를 듣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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