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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e Lee Jun 10. 2021

일본에서.
글쓰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브런치를 시작하는 이유

 무언가의 시작을 알리는 글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심장이 쿵쾅거리고, 왠지 모를 떨림이 있으며 기대감으로 이 공간이 채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브런치를 시작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여겨진다.


 요즘은 동영상 매체가 급속도로 유행을 타면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여러 가지 이유로 개인채널을 시작한다. 나 또한 예외일까. 많은 고민과 욕심과 유혹 속에 발을 담갔지만 깊숙이 들어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글쓰기는 다르다. 항상 동기가 충만하고, 어디에서든 기회가 있으면 글을 쓰고 싶어 하고, 대학에서는 국문학과를 복수전공으로 깊이 고민할 정도로 늘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맘 카페의 매월 진행하는 수기 대회에서 관심 있는 주제에 생각나는 단어, 문장들이 떠오를 때마다 수기를 작성해서 게시하고는  했다. 점점 올라가는 조회수와 맘 카페 회원들의 칭찬과 격려에 어깨가 으쓱해지고, 우리 가족의 여러 끼니를 책임져 줄 식료품 부상에 한 달은 풍요로웠다.


 인생을 80세라고 했을 때 그 절반인 40세에 일본이라는 새로운 땅에서 인생의 후반전을 시작했다. 동티모르와 미얀마를 제외하고 모든 동남아시아를 여행하거나 살아봤던 나에게 동남아면 모를까 일본은 비행기 갈아탈 때나 한 번 머물러봤지 가고 싶은 생각도, 갈 마음도 전혀 없었던 곳이다. 말 잘 듣는 착한 학생으로 학창 시절을 보냈기에 일본이라는 나라는 참 멀리하고 싶고, 그 물건도 웬만하면 사기 싫고, 여행은 더더욱 가기 싫었는데 왜, 갑자기 바로 그곳에서 이 글을 쓰고 있냐고 물으시면 인생 아무도 모른다고 답하고 싶다.


 2014년 가을, 결혼 후 남편과 자녀계획을 세우며 둘째 아이가 돌이 지나면 외국으로 나가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 5년 간, 남편이 주경야독을 하며 피땀으로 준비해서 일본 대학원의 환경 에너지 공학과에 합격이라는 자랑스러운 통지서를 받았다. 말이 씨가 되어 그렇게 우리 가족은 한국의 모든 삶을 캐리어 4개와 우체국 상자 9개로 정리해서 일본으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일본어는 하나도 안 늘었으며 나의 재능 영어는 남편의 대학원 친구들을 만났을 때나 한다.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다르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 땅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뭘까 날마다 고민하며 살고 있습니다만 아직 이렇다 할 묘책이 없다.


 그러다 문득, 해 뜨면 하루를 시작하고 해 지면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토록 평범한 일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새롭고 다르고 또 궁금할 법한 삶을 글로 써보자 마음먹게 되었다. 그리고 브런치를 통해서 일본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느끼는 점이나 새로운 도전, 아이들을 키우며 배우는 경험 등의 에피소드들을 전하며 인생길을 찾아가는 여정을 나누고 싶다.


 일본에서 살아가는 의미는 기록이 되어 언젠가 이 연재가 끝나는 날, '아! 이 여행은 정말 뜻깊었다' 말할 수 있게 되길 소망하며 부족하지만 조심스레 첫 발을 내디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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