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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e Lee Jun 10. 2021

어서와 일본은 처음이지.


 우리 동네는 캄캄하다. 일본에 온 지 3주라 여기만 유독 캄캄한 것인지 다른 동네도 이렇게 어두운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저녁 9시.  60가구 족히 되는 앞 동에 불 켠 집이 딱 둘이다. 덕분에 우리 집도 늘 어둑어둑하고 그렇게 공공요금이 후들후들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일본에서 지난 반달 전기세가 1124엔. 계량기가 고장 난 줄 알았다. 어두울수록 빛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지 내 손에 들린 9월 전기세 고지서를 보며 새삼 느끼게 된다.




 우리 동네는 조용하다. 분명 엘리베이터에서 몇 층인지 물어보고 애들 보고 귀엽다고 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는데 문 닫고 우리 집에 들어오면 개미 소리도 안 들린다. 들리는 건 오직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는 우리 집 애들, 혼내고 있는 내 목소리 그리고 물소리, 차 소리, 비행기 소리, 풀벌레 소리뿐이다. 아! 가끔 옆집 아저씨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리는 거 보면 옆집에는 분명 사람이 살긴 하나 보다.




 마지막으로 우리 동네에는 우동 맛집이 있다. 물론 가맹점이라 일본 전역 심지어는 한국에도 있지만 걸어서 3 거리에 있어서 너무나 가기 쉽고 가격도 4 가족이 배불리 먹어도 1000 초반대. 한국에서는 맛있는데 비싸다. 했는데 여기는 본국이라 그런지 면이 쫀득쫀득 10배는 맛있다. 특히 카레 우동이 이렇게 맛있는 건지 처음 알았다. 쿠폰까지 꼬박꼬박 챙겨주셔서 지난주에는 130엔짜리 닭튀김을 2개나 공짜로 먹었고 2그릇에 100 할인해주는 쿠폰이 18개나 있으니 이번 달도 밥하기 싫은 날이면 부리나케 달려가련다.





 이렇게 캄캄하고 조용하고 우동 맛집이 있는 우리 동네는 후쿠오카 남쪽에 있는 오노조시(大野城市)이다. 한국을 떠나 나그네 삶을 시작한 지금, 얼마나 더 이곳에서 지내게 될지 알 수 없지만 3주간 경험한 것보다 더 좋고 따뜻한 것들을 가족들과 더 많이 배우며 알아가고 무엇보다 내 생애에 평생 잊지 못할 귀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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