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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e Lee Jul 07. 2021

2019년,
너는 나를 일본으로 데려다 놓았지

 12월 끝을 향해 빠르게 돌진하는, 누구도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던 말 그대로 연.말.이다. 2019년이 나에게 특별한 이유는 무엇보다 우리 가정을 일본으로 데리고 왔기 때문이다. 일본에 온 지 석 달. 남편은 대학원 2학기 중반을 지나가고, 첫째는 얼떨결에 일본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한국에서 신나게 어린이집에 다녔던 둘째는 엄마와 함께 집순이가 됐다.






 인생을 80이라 했을 때 인생의 전반기에 마침표를 찍고 다시금 나그네의 일상으로 시작하는 나의 인생 후반전! 돈 쓰고 시간 쓰고 마음 쓰고 너덜너덜하게 시작한 일본 생활이지만 주변에 많은 도움과 응원이 있었다. 일본에서도 하나씩 이어지는 특별한 인연들과 맞닿으며 비록 아직 일본도, 일본 사람도 낯설고 일본에 대한 선입견으로 괴로울 때도 있지만 하나씩 넘어서며 이곳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꼭 찾아가고 싶다.



 핸드메이드를 좋아해서 취미로 만들기를 틈틈이 해서 선물하곤 했었는데 둘째 보육원에 보내기 위해 시작한 일. 천 위에 그림을 그리고 프랑스 자수와 재봉질, 손바느질을 한다. 남편이 책상과 책장으로 집에 차려준 공방을 보며 일본이 나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주고 있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일본에 오는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한국에서 계속 살았더라면 살던 대로 그냥 살았겠지. 애들 얼추 키우고 결혼 전에 하던 아이들 영어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큰 변화 없이 주어진대로 만족하며 살지 않았을까.  비록 이곳에서의 시간이 돈도 안되고, 기존에 하던 일도 못하고, 커리어에도 도움이 되지 않지만 반대로 묻혀있던 재능을 하나씩 꺼내 사용하게 해 준다. 새로운 환경에 나를 던져놓으니 오히려 다양한 모습을 담게되어 자칫 단조로울 수 있었던 삶에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손재주를 살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과 감동을 주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도 이곳에 와서 시작된 일이다.  





 흡사 사막 같은 이곳에서 내가 누구인지, 여기는 어디인지, 나는 여기서 무엇을   있는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살아간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끝에는 반드시 웃음이 있으리라 믿는다. 올해도 너무 수고 많았다고  자신과 사람들을 토닥토닥해주고 싶다. 올해 있었던 슬픈 , 괴로운 일들일랑  날려버리고 새해에는  마음으로  또다시 일어나서  인생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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