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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e Lee Aug 19. 2021

1년의 고비, 그 뒷이야기

다시 시작, 그 엄청난 도전



 일본이라는 새로운 구조 속에서 일본 사회와 사람들이 주는  보이지도 않고 말로 설명하기도 어려운 느낌을 어떻게 다뤄가야 할지 나만의  싸움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고 배운 나는 한국에서의 삶과 사회적 공기는 익숙하여 스트레스를 나름  다뤄왔지만, 일본에서 산다는  엄청난 도전이라는   년이 지난 지금에야 조금씩 피부로 와닿고 있다. 해를 거듭하면 할수록  문화에 적응하여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무게를 얹고 얹어 살다가 햇수로 십 년이 되면 십 년 체증이 되는 거겠지.



 그런데  쯤되서 궁금증이 하나 떠오른다. 분명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살아봤는데 이런 느낌을 받은  의외로 처음이다. 그건  일까?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않아 힘들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동일한 힘듦을 겪었어야 했는데 그곳들과 이곳은  뭐가 어떻게 다른 걸까ㅡ





나는 한국인, 여기는 일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여기서 시작할  있겠다. 나는 한국인, 여기는 일본. 한국과 일본은 가깝지만  이웃 나라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여기 살면서 느낀  일본과 한국은 정말 극과 극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장기적인 프로젝트에 강하고 한국은 단기적인 프로젝트에 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에 걸쳐 관찰하고 기록하고 체계를 세우고 구조화시키는 것이 굉장히 조직적으로  되어 있어서 일본에서의 생활은 그들이 정해놓은 기준과 절차들을 순종적으로 따라간다면 삶에 불편할 것이 없게 되어 있다. 반면 한국은 주먹구구식이라 많은 한국인들에게 당신이 다니는 회사가 어떠냐고 물으면 체계가 없다는 말을 많이  것이고,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는 대답을 듣게  것이다. 그만큼 그때 그때의 상황에 맞게 행동하고 대처하려면 많은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대신 갑작스러운 변화에 그만큼 대응도 빠를  있다.



 개인적으로 원리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적응하면 살기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원리원칙이라는 것에 합리와 상식이 빠지니  룰이라는 것이 폭력적이고 비인격적으로 다가와 때로는 굉장히 억울하고 속된 말로 열폭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들을 사회 곳곳에서 겪게 되었다.



 일본에서 십 년 넘게 사신 분에게 이런 감정을 나누었을  본인도 13  지금 조금 적응되는 중이라며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사람 움츠러들게 하는 나라 같아요.

뭐 그리 조심해야 하고

신경 쓸 게 많은 나라인지.

자유롭지 못한 나라

- 일본맘카페



 그리고 알았다.  갑갑함이 무엇인지.  나라 자체가 자유롭지 못한 데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구속이 엎친  덮친 격으로 나를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년이 되어도, 아니  년을 넘어도 힘들다는 일본. 그리고 일본 생활. 그러면 1년 차 새내기인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이웨이, 나의 길을 가겠어



  다른 분의 말씀.


갑갑한 건 어쩔 수 없지요.

멈춰져 있는 느낌...

여긴 변화가 없는 걸...

늘 똑같네요.

-일본맘카페



 갑갑한  어쩔  없다는 말씀에 뭔가 단념이 되었다. 어렴풋이 그럴 것이라고 느꼈던 변화가 없는 것도 확실해졌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 앞에 멈춰있을  마음속에 '마이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래, 본토가 주는 안정감을 버리고, 타국이 주는 이질감을 내려놓고 다시 힘내서 나의 길을 가야겠어. 알잖아. 마음을 비우고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는 것을.



 결혼을 하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이 맞춰지는데  년이 걸리는 것처럼,  나라와 내가 맞춰지는   년이 걸리리라는 마음을 갖고 멀리 보기로 했다.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고, 내가 가야 할 길도 보이지 않지만 오늘 내게 주어진  하루를 값지게 살다가 문득 뒤돌아봤을  내가 걸어온 길이  의미 있었다 말할  있다면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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