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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e Lee Feb 15. 2022

어느 딸딸이 엄마의 이야기

자매. 영원한 친구


  오는 월요일, 둘째 딸을 보육원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오는 ... 생각해보았다. 최고의 인연이라...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인생의 모든 재미를 잃고 삶의 소망이 없던  서른에 만나,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주신 인생의 스승님. 그분을 만나기 전과 후가 다른 사람이다. 그리고 남편, 엄마, 나를 엄마 되게    딸들.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서 유일한 여자로 자라면서 언니나 여동생 있는 친구들이 늘 부러웠다. 물론 오빠 친구들, 남동생 친구들과 어울리며 재미있게 놀았고, 덕분에 남자에 대한 서먹함 없이 자랐지만 맞벌이로 바빴던 부모님의 부재로 늘 외로웠다. 맞딸인 엄마와 막내 이모를 빼면 6명이 줄줄이 아들인 외가와 '아들 아들 딸 딸 아들 아들 딸' 7남매인 친가의 아들 밭 사이에서 태어난 내가 딸을 둘이나 낳을 줄은 둘째가 나오기 전까지 꿈에도 몰랐다.



 마음 편히 이야기 나눌 사람 없이 외로웠던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같은 성을 가진 자식을 낳아서 좋기는 했으나 내 인생사전에 없었던 '자매'라는 단어가 현실이 되면서 삶은 삽시간에 수렁으로 빠졌다. 쌍둥이보다 키우기 어렵다는 22개월 차이 연년생인 두 명의 아기가 한 명의 엄마와 한 집에서 24시간 지내야 하는 3개월 동안, 첫째가 어린이집에 가기 전까지 가히 암흑이었다. 관리사님 고용할 비용 6백만 원 아낀다고 첫째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준 것 같아 그 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 나게 미안하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의 놀이가 시작되었다. 첫째는 아기 인형인 콩콩이를 붙잡아 앉히고, 둘째는 콩콩이의 입에 숟가락을 갖다 대며 이유식을 먹였다. 둘이 논다는 게 이런 거구나, 이래서 둘이 좋구나! 첫째가 둘째를 밀어서 머리박기를 수십 번, 바운서를 뒤집어엎고, 수유쿠션에서 끌어내리고, 나도 엄마가 필요하다며 매일 밤 울기를 반복했던 악몽 같은 시간들이 지나가며 만감이 교차했다. 얘도 울고 쟤도 울고, 얘도 싸고 쟤도 싸고. 그때는 매 순간이 그랬다.





 5초마다, 5분마다, 50분마다, 5시간마다 점점 싸우는 텀이 길어져서 살만하다 싶더니 만 3세, 만 5세 자아 중심성이 극대화되는 시기가 되자 둘은 또 박 터지게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지금은 이렇게 싸우고 또 싸우지만, 그리고 앞으로 15년은 족히 더 싸울 수도 있지만 둘 다 성인이 되면 둘도 없는 친구가 될 거라는 것을.



 누군가 그러더라. 기쁨은 현재의 일에 대해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될 일을 미리 기뻐하는 거라고. 그래, 지금은 너희 자매의 난에 온 마음과 정신과 육체가 너덜너덜하지만 한 20년이 지나면 우리는 정말 아름다운 사이가 될 거야. 그때가 될 때까지 엄마는 견디고 또 견디고 더 견뎌서 최고의 인연으로 함께 만들어가고 싶어. 첫째도 둘째도 엄마에게 와줘서 너무 고맙고, 딸딸이 엄마로 살아가게 해 줘서 또 한 번 고맙다. 너무 부족했던 엄마지만 엄마는 항상 너희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바라.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너희 둘을 한 팀으로 만들어 줄 새로운 경쟁자, 동생을 기다리고 있어. 자매가 될지, 남매가 될지 모르지만 너희가 셋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꼭 보고 싶어 졌어. 서로가 서로에게 최고의 인연이 되도록 우리, 오늘도 내일도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를 사랑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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