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ye Lee Feb 18. 2022

올해,
꼭 배우고 싶은 게 생겼습니다

올 한 해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ㅡ


2021년 1월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사실 목표를 세운다고 목표대로 되는 것도 아닌데 목표를 세우는 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부터 시작하니 어떤 키워드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글은 쉽사리 잘 써지지 않은 채 하루하루 날짜만 지나갔다. 그러다 문득, 목표를 세운다고 꼭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올 한 해를 어떤 자세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깊이 묵상하고 한 해를 살아간다면 적어도 계획한 그 부분에서는 좀 더 성숙한 나를 대면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음 먹으니 그러면 올 한 해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ㅡ  혼자만의 물음표를 던지게 되었다.




손을 잡아! 그리고 함께 걸어가보자



 이번 주 월요일 아침, 정신없이 아이들의 짐을 챙겨서 야심차게 밖을 나왔는데 아뿔사! 자전거가 없다. 어이없게도 전 날 외출할 때 전철역에 세워놓고 월요일 아침이 될 때까지 남편도 나도 새카맣게 까먹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 둘째야, 손을 잡아라. 2키로 남짓 떨어진 보육원을 둘째딸과 함께 그렇게 걸어가게 되었다.



5살 배기 어린 아이가 2키로나 되는 길을 걸어간다는 건 쉽지 않지만, 이미 9개월동안 수없이 오갔던 길이기에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면서 걷고 뛰기를 반복하고 한 번씩 힘들다는 아이를 독려해가며 그 길을 쉼없이 가고 있었다. 인생도 이렇게 목표점이 분명하고 그곳으로 가는 길을 안다면 얼마나 마음이 편하고 여유롭게 살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지금은 이렇게 익숙한 이 길도 처음 왔을 때는 인터넷으로 지도를 충분히 숙지하고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한 번에 보육원을 찾지 못해 결국 오리엔테이션에 늦었다. 인생사, 세상사 또한 시작은 낯설고 생소하여 실수도 하지만 한 번, 두 번 반복함 속에 익숙함도 생기고 노련함도 갖추며 여유를 찾아가는 것의 반복이겠구나 싶었다.





감사와 욕망 그 사이 어디쯤



 엄마 손을 꼭 잡고 영문도 모르고 따라오던 딸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의 이름이 알파벳 P라고 내 얼굴을 보고 활짝 웃으며 이야기할 때 내 마음이 나에게 말했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그래서 '아! 올해 목표를 작은 것에도 감사하자'로 정하려고 하는데 이내 마음 한 켠의 불편함을 느꼈다. 곰곰히 그 불편함을 들여다보니 입으로는 많이 가지지 않아도 괜찮아', '소소한 것에 감사하면 일상의 행복을 맛보며 살 수 있을거야' 라고 말하지만 여전히 난 돈을 많이 벌어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싶고, 세상에서 인정받고 싶고, 더 좋은 집, 더 좋은 환경에서 윤택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시퍼렇게 살아있었다. 내 안에서의 큰 괴리감이 느껴졌다.



일상에 감사하며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은데 내 안의 욕망이 쉽사리 나를 놓아주지 않아 괴로움이 계속 되었다. 여기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 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보았다. 고민으로는 부족해서 여러 사람의 글도 읽어보고, 강의도 들어보았다. 남편과 깊이 대화도 해보았다.





올해 꼭 배우고 싶은 게 생겼습니다



  철없는 이십대를 보내던 나에게 사람과 인생에 대해 깊이 고민하던 삼십대 선배 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인간에게 humble 겸손한과 dignity 존엄성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이 두 단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하지만 이번에 올해 목표를 정하면서 깨달은 건, 내 안에 충돌했던 자족하고자 하는 마음과 더 갖고자하는 욕망 사이에서 나에게 필요한 덕목이 바로 '겸손'이라는 것이다. 말로만 나를 낮추거나 소유욕을 누르고 감사를 선택하는 단순함을 넘어 좀 더 본질적으로 접근하고 싶어졌다. 이토록 가볍게 여겨지는 나의 존재가 올 한 해를 보내며 겸손을 간절히 소망하고 산다면 처음에는 실수와 좌절도 있겠지만 나를 사랑해주는 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포기하지 않고 가다보면 한 걸음이라도 겸손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희망을 가져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0년, 너는 나를 집구석으로 몰아넣었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