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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International couple

by 작가 문미영

수많은 고백이 떠오른다. 내가 전 남자 친구들에게 했던 고백부터 남편이 사귀자고 꺼냈던 고백까지... 하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고백에 대해서 글을 써본다. (남편이 SNS를 안 해서 다행이다 ㅋㅋ)

때는 2010년 대학교 3학년때였다. 운 좋게 정부영어장학생(TaLK) 2기로 선정되어 원어민 파트너와 경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원어민이 주인공이고 한국인은 통역이나 수업 보조를 하는 역할이라 어렵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시골의 초등학교에서만 수업을 해주는 취지이다 보니 원어민들은 교통편도 불편하고 외진 원룸에서 자취를 해야 했다. 그렇게 나는 영국 맨체스터에서 온 두 살 연상의 (87년생) 원어민을 처음 만났다. 주 3일을 함께 수업하다 보니 금방 친해지고 정이 들었다. 나에게도 영국원어민이라 영어도 배울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 그렇게 방과 후 영어수업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수업이 끝나면 서로 집으로 가는 평범한 파트너였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집에 가려고 같이 버스를 기다리는데 나에게 말을 꺼냈다. "나랑 사귈래?"라고. (영어로 했는지 한국어로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한국말을 잘 못했던 남자친구라 아마 영어로 했겠지) 당황했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친구가 나에게 고백을 한다고? 고민했다. 그 친구의 평소 행동이나 말이 다정하고 진심으로 나에게 잘해주는 게 느껴져서 그렇게 우리는 연애를 하기 시작했다. 수업이 없는 요일에는 데이트를 했다. 비밀연애 한다고 했는데 교직원들 눈에는 우리가 연애하는 게 티가 다 났나 보다. 이미 다 알고 있다. 친구는 아시아 문화와 언어에 관심이 많아 한국으로 오게 되었고 아시아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게 1년을 연애했다.

나에게 영국영어만 사용하라며 (미국영어를 쓰거나 발음을 굴리면 진짜 싫어했다.... 발음 교정까지 해주었다) 가스라이팅을 했다. 또 오빠라는 단어가 너무 듣기 좋다며 나에게 자주 "오빠야"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특이한 친구였다)

그러다 갑자기 그 아이가 나에게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아니 20대 초반에 무슨 결혼이냐고.... 놀랐다. 영국인들은 원래 결혼을 일찍 하는 편인가? 문화차이인가? 이 친구가 그런 건가? 많은 생각이 또 들었다.

그 당시 나의 나이가 22살이었다. 원래 내가 결혼을 일찍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건 아니었다. 엄마에게 이야기했다. "엄마 나 국제 결혼 해도 돼? 어떻게 생각해?"

엄마는 단호했다. (경상도 집안이라 보수적이기도 했다)

"20대 초반에 결혼하겠다고? 그것도 외국인이랑? 당연히 안 되지.. 얘가 정신이 나갔나.."

나는 당연히 안 될 말을 한 딸이 되었다.

결혼 반대를 한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그냥 연애해보자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문화차이였는지 성격차이였는지 헤어지게 되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이후로는 중국에 가서 중국인 여자친구랑 연애 중이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국제결혼을 안 하길 잘했다. 전 남자 친구는 영국에 가서 함께 살길 원했고, 타국에 가서 살았다면 외롭고 문화차이와 외국인시댁과의 마찰이 있었을 것이다. 한국인이랑도 다투고 성격차이가 있어서 많이 이혼하는데.... jake 야 잘 살고 있지? 지금쯤 결혼했겠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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