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가?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중에서 어느 것을 더 많이 사용하는가? 물론 본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한다. 당연한 질문을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입사시험이나 어학시험을 보러 갈 때 나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들고 간다.
그리고 장롱면허이긴 하지만, 운전 연습을 할 때 나도 운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필요하기도 하다.
이렇게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신분증이 신분 위조라는 범죄로도 사용되기도 한다니 씁쓸하기도 하다. 실제로 범죄 영화나 드라마에서 전과자나 일반인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다른 사람 혹은 죽은 사람의 신분증을 도용하여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잃어버린 카드는 분실신고를 하면 해결되지만 신분증을 잃어버리면 하루 종일 불안하고 신경이 쓰이게 된다. 근데 신분증이 나이를 확인시켜 주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계기가 있다. 미성년자이거나 이제 막 성인이 된 학생들에게는 술집에 갔을 때나, 담배를 구입할 때 직원이 반드시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어렸을 땐 신분증을 보여달라는 소리가 듣기 싫었고 성인 맞는데 의심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30대 중반인 요즘엔 편의점에 술을 사러 가면 “신분증 보여주세요.”라는 말을 간혹 듣는데 (물론 마스크를 써서 눈만 보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 기분이 좋다. ‘아 내가 아직 어려 보인다는 이야기이구나.’ 난감하게 꼭 신분증을 안 챙겨 나왔을 때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 난감했던 적이 많았다.
지난 달에 있었던 일이 유독 나에게 웃긴 에피소드였다.남편이랑 지난주 주말에 가게에서 맛있게 식사를 하고 남편은 술이 조금 취한 상태였다.
항상 술이랑 담배는 나보고 사 와달라고 부탁해서 그때도 어김없이 담배 한 갑을 사러 편의점에 들어갔다. “ 히츠 그린 한 갑 주세요” (참고로 남편은 전자담배로 바꿨다) 사장님인지 직원인지 나에게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당황한 표정과 함께 기분이 좋아 “아, 저 신분증 안 챙겨왔는데 잠시만요.... 오빠, 신분증 보여달라는데요? 오빠가 와서 사야겠네요 ” 하고 웃으며 말했다. 남편도 나이에 비해 동안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긴 했는데 확실히 40대가 되어서 아저씨 같은 느낌은 난다.
남편이 술이 취해서 그런 건지 기분 나쁘다는 말투와 표정으로 “ 왜 저한테는 신분증 보여달라는 이야기 안 하시지? ”라고 사장님께 농담으로 말을 했다. 사장님은 센스가 있으셨는지 “그래요, 신분증 한번 보여줘요” 신랑은 신분증을 건넸다. 사장님께서 “신분증 나온 지 오래되셨네 하하하” 하면서 계산을 해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