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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문미영 May 02. 2023

쓸모 있는 사람이 되자


오늘은 밀린 에세이 클럽 과제를 쓸 겸 책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내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자. 쓸모의 척도는 물론 화폐다. 내 앎이, 내 삶이 교환가치가 있는가. 잉여가치를 낳는가. 제도 교육은 남보다 교환가치가 있는 인간, 곧 임금 노동자가 되기 위한 혹독한 훈육 과정이다. (은유 <글쓰기의 최전선> 중에서)



2년 전 오늘, 나는 한전원자력연료 계약직 (다)에 서류 합격을 했다.

나는 한국석유공사 인사팀에서 8개월, 기초과학연구원에서 1년, 코레일테크 인사팀에서 1개월, 한전원자력연료에서 8개월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적이 있다. 직장에서도 사회에서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길 원했는데 나는 쓸모가 없는 인간이었나 보다. 계약이 만료된 후 ‘계약 연장’을 할 수 없다는 조건이 애초에 붙었지만 계약 연장이 안 되니 씁쓸했고 내가 이렇게 회사에서 필요가 없는 인간이었나 싶어서 아쉽기도 했다. 요즘 세대에 아무리 스펙이 좋고 자격증이 많아도 계약직으로 취업하는 것도 힘들 정도로 취업이 정말 어렵다. 계약직에도 취준생들이 많이 지원해서 서류 합격하고 면접 통과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자격증 하나 없는 나는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다. 입사를 하기 전에 나는 ‘쓸모 있는 사람’으로 책정이 되어 입사를 하였다.



요즘 계약직들은 오히려 정규직원들이 눈치도 안 주고 어렵거나 책임감 있는 업무는 시키지 않아서 편하다. 그리고 직원들이 정시에 퇴근하라고 부추겨서 정시에 퇴근할 수 있어서 좋다. 또, 계약직은 업무를 시키는 것만 하거나 주어진 일만 하면 되기 때문에 남는 시간에는 독서를 하거나 취업공부를 할 수도 있어서 좋다. 나도 계약직으로 근무했을 때 업무 처리하고 남는 시간에 NCS 공부를 할 때도 있었고, 책을 읽었던 적도 있다. 이렇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계약 직원이지만 내가 맡은 일은 책임을 지고 수행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회사를 다녔다. 덕분에 직원들이랑도 잘 지내고, 이미지가 좋아서 퇴사하고도 연락하거나 나에게 좋은 말을 해주시는 선배님들이 많다.



물론 계약직에도 단점이 존재한다. 우선, 계약직은 계약직이기 때문에 은근 정규직원들의 회의나 행사에 함께하기가 눈치 보인다. 회의에 참석하더라도 다과나 노트북 장비 세팅 등 회의 준비를 해야 한다. 회의 준비를 다하고 회의에 참석해도 그들만의 업무 대화라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해서 멍하게 앉아있다가 나온다. 회의가 끝나면 회의장을 치우는 것이 또 계약직이 할 일이다.

다음으로, 본인들이 하기 싫은 잡다한 일을 시킨다. 굳이 업무 담당자가 있는데, 휴직이라는 이유로 혹은 새로 직원을 채용하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계약 직원에게 떠넘긴다. 나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이라 잘 모르는데, 전임자가 한 자료를 바탕으로 내용을 작성하라고 하니 당황할 때가 많았다. 또, 복지 혜택에 제한이 있다. 요즘은 계약직도 정규직처럼 복지카드나 복지몰 이용, 명절 선물 및 상품권을 받을 수 있다. 나도 온누리상품권, 복지카드를 받아서 알차게 잘 사용하였다. 하지만, 사원증도 그렇고 복지 혜택도 그렇고 사번만 보면 ‘정규직’인지 ‘계약직’인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계약직은 계약기간 동안만 근무하고 퇴사를 하므로 실업급여도 받을 수 있어 좋지만 들어가는 곳마다 나이가 들어도 막내이자 신입이기 때문에 나보다 나이가 어리신 선배와 일해야 하니 서로 불편한 경우도 많다. 그래도 나는 많은 취준생들 중에 ‘쓸모 있는 사람’으로 선택되어서 근무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름의 자부심과 애사심을 갖고 일을 해왔다.


나는 어디에 또 쓸모 있는 사람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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