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문미영 May 03. 2023

필라테스에서 만난 인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

어제는 필라테스 수업에서 알게 된 언니랑 오랜만에 만나서 맛있는 점심도 먹고 카페에서 수다를 떨다 왔다. 언니가 맛있는 스테이크 덮밥이랑 바질 파스타를 사주셨으니 나는 커피와 사라다 빵을 사드렸다. 사라다 빵은 당연히 형부 것도 사드렸으며 사라다 빵 홍보대사가 된 것 같다. 이 언니랑 알게 된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년에 회사를 퇴사하고 집에만 있으니 답답해서 롯데마트 문화센터에서 운동을 배워보고자 필라테스 3개월 수업에 등록하였다. 문화센터에서 운영을 하는 거라 일반 필라테스 수업보다는 훨씬 비용이 저렴했다. 필라테스 수업을 하러 가는 첫날, 열심히 롯데마트로 가고 있었다.

내 앞에 한 여자분이 걸어가고 계셨다. 나는 다가가서 먼저 말을 걸었다. “혹시, 필라테스 수업하러 가시나요?” “아, 네. 맞아요.” 그렇게 우리는 초면에 말을 하면서 가까워지게 되었다. 필라테스 강사님과 회원님들은 우리가 원래 친분이 있어서 같이 수업을 등록하신 줄 알고 물어보셨다. “아니에요, 저희 여기 와서 알게 되었어요.” 이 말에 다들 놀라신 반응을 보이셨다.

필라테스 수업 핑계로 우리는 강사님과 언니와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하게 되면서 나이를 밝혔다. 필라테스 강사님은 90년생 나는 89년생 언니는 84년생. 동안이신지 생각보다 나이가 많으셔서 “우와 동안이시네요. 전혀 그렇게 안 보이세요.”라고 하였고 언니랑 나는 운동도 만나서 같이 가고 점심도 같이 먹으며 친분을 쌓아갔다. 언니는 그 당시에 계룡에 한 어린이집 기간제 교사로 오후 1시 이후에 출근을 하고 5시에 퇴근을 하시는 분이라 오전 시간을 잘 활용하고 싶어서 필라테스 수업을 등록하셨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그러다가 서로 고향 이야기를 하였고 ‘저는 친정이 포항이에요.’라고 먼저 밝히자 언니가 “대박! 저는 구미 사람이에요. 대학교는 대구에서 다녔고 계룡에서 딸이 초등학교 때까지 살다가 대전으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어요.”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서로 남편의 직업까지 밝히게 되고 (형부는 치기 공사이시다) 서로 대전에 아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더 의지를 하게 되었다.


언니는 원래부터 유치원 교사가 하고 싶어서 유아교육과를 전공하였고, 대학원도 유아교육과를 나와서 교사자격증을 갖고 계신다. 국공립 어린이집, 병설유치원 등 여러 유치원에서 근무를 하면서 경력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언니의 딸은 중학교 1학년. 결혼을 일찍 하셔서 언니 나이 또래 아이에 비해 아이가 큰 편이라며 ‘이제 아기는 다 키워서 아이 교육 때문에 걱정이에요.’라고 하셨다. 그 언니를 보면서 항상 이런 생각을 했다. ‘맞아, 아이를 안 낳을 거면 모를까 이왕 육아할 거면 빨리 낳아 빨리 키우는 게 좋아 ‘ 내가 20대 후반에 결혼을 한 이유도 바로 아이를 빨리 낳아서 빨리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언니는 성격이 털털하고 좋아서 그런지 인복이 많은 편이다. 같이 대학원 수업을 들었던 원장님이 친구가 국공립 어린이집을 오픈하는데 정규직 교사 (부장 선생님)를 채용한다며 언니를 연결해 주셨다고 한다. 그렇게 정규직 교사로 채용이 되었던 언니는 올해 1월부터 근무를 시작하여 나랑 자주 못 만났다.


언니가 바쁘니 나도 연락을 못하고 있었는데 어제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미영 씨, 잘 지내죠? 나 퇴사했어요. 우리 한번 만나요” 반가운 마음에 “정규직이라 좋은 기회라고 언니 좋아하셨잖아요. 언니 왜 갑자기 퇴사하셨어요? ”라고 물었고 언니는 원장님이랑 안 맞는다며 오늘 만나서 사연을 줄줄 이야기해 주셨다. 같이 욕해주고 들어주면서 “잘했어요. 사람 때문에 힘든 건 못 버텨요”라고 위로를 해주었다. 퇴사한 지 한 달이 되셨는데 한 달 동안 혼자서 힘들어하고 끙끙 앓으셨을 거란 생각에 내 마음도 안 좋았다. 언니도 마음고생을 많이 해서 4kg나 감량하였고, 나도 살도 빼고 열심히 운동하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며 격려를 해주셨다. 보자마자 살 뺐다고 놀라셨다.



비록 필라테스는 나와 인연이 아니었지만, 또 이렇게 사람 하나를 얻게 되어서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