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 규정
우리 아버지는 작년에 퇴직하시기 전까지 포스코에서 30년을 넘게 근무를 해오셨다. 포스코는 교육에도 지원을 많이 해주는 편이라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포스코 재단에서 운영하는 사립학교가 있다. 나는 유치원 때부터 중학교까지 포스코에서 설립한 학교를 다녔다. 사립학교이다 보니 유치원 때부터 교복을 입고 다녔다. 맨날 똑같은 색의 교복 치마에 스타킹 그리고 똑같은 머리 스타일. 우리 학교는 초등학교 때부터 두발 규정이 심한 편이었다. 갑자기 억울했던 일화가 생각난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머리 길이는 그렇게 상관 안 하셨는데 머리색에 유난히 예민했다.
원래 머리색이 곱슬에 약간 갈색이다. 탈색이 되어서 염색을 할 필요가 없이 머리색이 이쁘다고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했다. 초등학교 담임선생님도 내 원래 머리색이 이렇다는 것을 알고 굳이 블랙으로 염색하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조회시간에 머리 검사를 하겠다는 안내가 있었다. 선도부가 골라내서 머리 색이 검은색이 아니면 조 회대 앞으로 불렀다. 나는 당연히 담임선생님도 알고 있고, 염색한 게 아니므로 당당하게 서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머리가 갈색이라는 이유만으로 불려 나갔다. 앞에는 학생주임 선생님이 계셨다. 학생주임 선생님은 무서운 걸로 악명이 자자하다.
나는 억울한 표정으로 서있었고 갑자기 불려 온 몇몇 학생과 엎드려뻗쳐를 시키셨다.
엎드려뻗쳐를 시키시며 연설을 막 하시다가 갑자기 일어나라고 하시더니 뒤통수를 세게 때리셨다. 나는 너무 놀랍고 억울해서 눈물을 글썽였다. 내 머리 원래 이런 색인데라고 말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는 하굣길에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집에 가자마자 엄마에게 일렀다.
조회시간에 학생주임에게 맞았던 아이들도 부모님에게 이야기했나 보다. 그다음 날에 학교에 엄마들이 컴플레인을 걸어오고 발칵 뒤집혔었다. 그 당시에 그 동네 부모님들의 치맛바람이 심해서 우리 자녀를 때린다고 선생님들에게 큰소리쳤을 것이다. 그 이후로 소문으로는 학생주임 선생님이 해고되고 다른 곳으로 전근 가셨다는 말을 들었다. 너무 통쾌했다.
그러게 초등학생들한테 그렇게 압박적으로 할 때부터 불안 불안하더라.
중학교에 들어갔다. 중학교는 무조건 여자들은 귀밑 3cm까지 잘라야 하고, 남자들은 스포츠머리로 빡빡 깎아야 한다. 머리와 복장 검사 시 이를 어기면 선생님이 직접 가위를 들고 자르셨다. 우리는 불만이 많았다. 머리가 짧다고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잘하는 게 아닌데...
덕분에 스타일은 포기해야 했다. 나는 단발로 유지하기가 거추장스러워서 막판에 아예 커트머리로 다녔던 것 같다. 커트머리는 지금 생각해도 나랑은 정말 안 어울린다. 우리 밑에 후배들은 귀밑 5cm 인가 7cm로 조금 늘어났다고 하니 부러웠다. 그래도 머리를 묶을 정도의 수준은 되니까. 이러한 나의 두발 규정 때문인지 나는 지금도 머리를 길러서 예쁘게 다니는 중학생들 보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