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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루 알레르기

by 작가 문미영

봄이다. 봄이 왔다.

목련, 벚꽃, 개나리 등 예쁜 꽃들이 만발하는 봄이 왔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봄이 되면 나들이 나온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봄이 오면 데이트하던 추억과, 결혼 전에 엄마랑 벚꽃 구경 갔던 것들도 생각이 난다.

내가 20대 때 제일 좋아했던 벚꽃 명소인 경주 보문 단지도 그립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남편한테 꽃구경 가자고 하기도 하고 드라이브를 자주 갔다.

하지만, 꽃이 만발하는 봄이 되면 나는 우리 아버지 생각이 난다.


아버지는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를 가지고 계신다.

꽃가루나 송홧가루가 날리면 아버지는 기침도 하고 몸에 이상반응이 오며 힘들어하신다.

그래서 매번 봄이 되면 병원에 가시고 약을 드신다.

원래 알레르기가 없으셨는데, 어느 순간부터 발병이 되기 시작했다.

봄만 되면 꽃구경 다니느라 즐겁고 정신이 없지만 ‘우리 아버지는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힘들어하실 텐데 괜찮으시려나..?’ 한편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버지에게 ‘아빠, 꽃가루 알레르기는 괜찮으세요? 약은 드셨어요?’라고 물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많이 무서워했다.

보수적이기도 하고, 워낙에 혼났던 기억이 많아서 아직도 아버지와 어색하고

아버지와는 낯간지러운 표현은커녕 대화조차도 어렵다.

아버지와 가깝게 지내고 싶은데 아직도 아버지 옆에만 가도 긴장이 된다.

환갑이 막 지난 아버지는 예전에 비해서 힘도 약해지셨지만...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 용기가 많이 필요하다.

그나마 우리 남편은 사위라고 ‘장인어른, 몸은 좀 괜찮으세요, 아프시다면서요?’라고 이야기를 잘한다.

남편의 힘을 빌려서 우리 아버지에게 알레르기는 좀 괜찮은지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부녀간의 사이가 좋은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아빠, 올해 봄은 어떠세요? 알레르기는 괜찮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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