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들의 간절함
취준생의 디엠
어제 인스타 디엠으로 한 취준생이 부탁을 해왔다.
카이스트 최종 면접을 앞두고 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면접 자료가 나오지 않는다며 작년에 어떤 질문이 나왔는지 공유해 주실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내가 면접 준비했을 때도 카이스트는 면접 질문 내용이 나오지 않아서 답답했는데 그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내가 이것을 공유해 주면 이 분은 쉽게 면접 준비하는 거잖아? 나는 탈락했는데 공유해 줘도 되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 분은 나랑 경쟁자는 아니니 그냥 좋은 마음으로 작년에 내가 썼던 면접 후기글을 블로그에서 찾아서 공유해 드렸다. 이 취준생 덕분에 나는 다시 한번 면접에서의 상황을 복기할 수 있게 되었고, 글 쓸 소재도 생겼다.
작년 6월 말, 카이스트 무기계약직 최종 면접을 봤다.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필기시험을 응시했고, 운 좋게 합격을 해서 실무면접까지 통과했었다. 실무면접은 문지캠퍼스, 최종 면접장소는 카이스트 본원이었고, 결국엔 최종 면접에서 탈락을 하였다.
내가 지원했던 분야는 ‘국제협력지원’ 즉 외국인 교직원들과 학생들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등의 업무를 하는 것이었다. 영어영문학 전공자이자, 외국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던 나는 사무지원직보다는 국제협력지원에 도전을 하였고, 국제협력지원은 영어면접이 필수이다 보니 지원하는 수험생이 별로 없었다. 최종 면접에서 2명을 채용하는데 5명이 올라왔다. 나는 나머지 4명과 경쟁을 해야 했다. 물론 다른 분야 지원자들보다는 경쟁률이 낮은 편이었지만. 열심히 영어 면접도 준비하고 카이스트 홈페이지도 들여다보면서 면접에 나올만한 것들을 준비했다. 면접날이 왔다. 우황청심환을 사놓고 결국에 마시지 않았던 것 같다. 최종 면접이라 그런지 면접관들이 압박면접도 하고 깐깐하게 물어보셨다. 영어로 다시 답변해 보라고 하는 건 기본이고. 긴장을 해서 그런지 버벅댔지만 최선을 다했다.
결국엔 탈락했다. 이렇게 저렇게 알아보니 5명 지원자 중에 3명이 유학파라고 했다. 그 3명 중 2명을 채용했으리라 생각이 들어서 씁쓸했다. 블라인드 채용이라 해도 결국엔 유학파, 학벌을 다 보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아직 많이 부족하니 떨어뜨렸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 이후로 나는 상처가 꽤 오래갔다. 겉으로는 아닌척해도.. 그래도 최종 면접 기회까지 주셨으니 이 또한 감사해야겠지.
면접 탈락 이후로 더 이상 국제협력지원 분야에는 이력서를 내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인친 덕분에 이렇게 추억을 소환해 볼 수 있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