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마르고 약했던 내가 걱정되셨던 엄마는 보약 한 첩을 지어 오셨다. 나는 손발이 차갑고 돼지고기와 우유를 먹으면 배탈이 잘 나는 체질이다.
아픈데도 돼지고기와 커피를 그렇게 좋아하고 많이 마셨다. 후회하면서도 일단 먹고 아프자라는 생각으로 먹었던 것 같다.
한약을 먹어본 사람들은 알다시피, 한약을 먹는 동안은 술, 돼지고기, 닭고기, 카페인, 밀가루를 먹지 말라고 한다. 나는 먹고 싶은 음식도 못 먹게 하고 맛도 너무 써서 이런 걸 왜 마셔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엄마한테 괜한 짜증과 투정을 다 부렸다. 엄마도 나름 신경 써서 해주신 건데 철없을 시절엔 그런 건 생각하지도 않았다. 우선 내 감정과 내 마음이 중요했다. 한약을 먹고 난 뒤 반드시 사탕을 집어먹었다. 그나마 사탕의 단 성분이 한약의 쓴맛을 중화시켜 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약을 다 먹었을 즈음, 엄마는 이제 염소 즙을 먹자며 나를 설득했다. 아마 엄마의 이런 정성 덕분에 나는 크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왔던 것 같다.
결혼을 한 이후로 한약은 없어서 못 먹는 존재가 되었다. 일부러 한의원을 찾아가 한약을 몇 번 마셨다. 유산하고 난 뒤에 몸보신으로 마시고, 임신 준비하면서 몸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마시고, 대부분 아기를 갖기 위해 마셨다. 다낭성인 나는 생리 주기가 불규칙적이라, 안 할 때는 3개월 넘게 안 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 한약을 지어 마신 이후론 생리주기가 일정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매달 하기 시작했고, 한약이 효과가 있긴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더 한약에 의지하고 신뢰하게 되었다. 한약이 써도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다. 달면 그게 한약이냐’라는 세뇌를 하며 마신다. 한약도 많이 쓴 한약이 있고, 마실만한 정도로 쓴 한약이 있다. 내가 지금 마시고 있는 한약은 많이 써서 항상 한약을 마시고 나면 사탕을 먹는다. 최근에 나는 삼신 할아버지로 유명해서 전국에서 찾아온다는 (심지어 박시은 부부도 왔다 갔다는) 경주의 ‘대추밭백한의원’에서 한약을 지어왔다. 5년 전에 가고 두 번째 방문이라 그래도 기록이 남아있어서 상담을 하는 내내 편했다. 진맥을 짚어주고 내 체질과 상태에 맞는 한약을 지어주셔서 그런지 믿고 마시고 있다. 자궁을 튼튼하게 해주는 한약이라는데, 이거 마시고 5월에 시술을 시작하게 되어 올해 건강한 아이가 또 찾아와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