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두고 고민했던 것들

아마 네 대답은 한결같았겠지만

by BAEK Mi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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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인스타툰 개큰개파이 시즌2, 5화 (2020년 10월 16일 업로드)


남편은 단호했다.

터키행이 결정된 후 시부모님은 넌지시 자신들이 개를 맡아 기르는 건 어떨지 물어오셨다. 어른들이 보기에도 낯선 환경에서 개까지 돌보는 일은 무리라 판단하셨던 것 같다. 나는 어른들의 제안이 혹했다. 누구에게도 나쁘지 않을 결정일 것 같았다. 하지만 남편에게 개를 한국에 두고 떠나는 선택지는 없었다. 이후로 그런 비슷한 말을 꺼내는 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딱 한번, 집 문제로 설왕설래할 때 내가 마지막으로 물은 적이 있다.

남편이 부임하는 학교에는 교직원 아파트가 있다. 해외에서 파견 오는 교수들에게 그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단, 그 경우에 개는 데리고 들어올 수 없다 했다.(아직도 이유를 모르겠다.) 터키에 살 장소를 마련하는 문제로 마음이 옴짝달싹 못 할 때였다. 학교 측의 제안은 얇은 지갑을 가진 신혼부부에게 너무나 솔깃한 조건이다. 나는 그 제안에 강렬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남편에게 예외란 없었다. 주거와 자금 문제를 동시에 해결될 수 있는 선택지를 남편은 가차 없이 걷어찼다. 남편이 야속하기 짝이 없었다. 그때는 결혼식 전이었고, 지금의 개는 나보다 남편과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반려 동물이었니 어찌 보면 내가 개의 거취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건 개 입장에서 매우 불공평한 일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그렇게 위로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괘심함과 서러움이 방울방울 고였다. 나에 대한 배려는 단 한 부분도 없는 것만 같아 서럽기만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내가 했던 생각은 옳지 못했다. 그때, 개와 보낸 시간이 조금만 더 길었다라면 나 역시 남편의 단호함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터키에 오기 전 함께 지냈던 6개월이라는 시간은 이 개의 마음을 들여다 보기엔 부족했던 시간이었다. 터키 오기 전까지 단언하건대, 나는 이 개를 잘 몰랐다. 사람이 제때 밥을 챙겨주고, 부족하지 않게 산책만 시켜주면 행복한 것이 '개'라 생각했다. 나는 개에게도 사람과 같은 것이 게 있다는 걸 미처 몰랐다. 지금은 개가 옮겨 딛는 발 걸음걸음마다 보이는 그 '마음'이라는 것을 말이다.


만약 그때 개를 데려오지 않고 한국에 살게 했더라면 개는 오래 살 수 없었을거다. 남편만 기다리다 얼마 못가 눈을 감았을 게 분명하다. 개에게 존재하는 단 하나의 빛이 자기 세상에서 사라진다. 개는 더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하고 쓸쓸하게 남은 시간을 흘려 보냈을거다.

남은 사람은 또 어땠겠는가. 개를 남겨두고 왔다는 양심의 가책을 누구도 면할 길이 없었을 게 뻔하다. 매일이 가시 방석이고 매일이 후회였을 테지.

그러므로

그때 틈 없는 단호함으로 나를 설득했던 남편에게 감사한다. 이곳에 와 행복하게 지내는 개를 보며 그때 더 고집을 부리지 않았던 나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주변의 수많은 걱정과 우려가 무색하게끔 누구보다 건강하게 먼 여행을 버텨준 개에게도, 매일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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