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장거리 비행기 타기

간단하진 않지만 생각보다는 덜 복잡한

by BAEK Mi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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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인스타툰 개큰개파이 시즌2, 2화 (2020년 10월 6일 업로드)



출국 전 개를 어떻게 데려가면 좋을지 남편과 오래 고민했다. 우리의 육체적, 경제적 상황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을 방법이 뭐가 있을까. 거듭된 고민 끝에 현실적으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단 두 가지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A. 사람이 먼저 가 자리 잡은 후 개를 데려온다.

B. 비행기를 탈 때 함께 간다.


처음 선택하려 했던 방식은 A의 경우였다. 즉 사람이 먼저 터키로 가 터를 잡은 후, 개를 데리고 오는 것이다. 이 경우는 한 달 정도 개를 돌봐 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혈연/지연을 이용해 도움을 구하면 아예 방법이 없지만은 않았다.

자세히 알아보기 전까지는 꼭, 반드시 이대로 일을 진행하고 싶었다. 나도 남편도 터키라는 나라에 어떠한 연고가 없다. 하물며 터키에 살 집도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거대한 짐가방에 개까지 데리고 비행기를 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오랜 집과 직장을 정리하고, 낯선 곳으로 떠날 채비를 꾸리는 것 만으로 내 에너지는 바닥이었다. 그 와중에 개까지-, 정말 그 일까지 내가 해야 한다면, 내 심신이 너무 고달플 것 같았다. 남편도 이 이상의 부담을 내게 떠넘길 수 없었다.

다행히 친한 애견 훈련소장님을 통해, 개를 후발 주자로 이동시키는 전문 기관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남편은 바로 해당 기관으로 연락을 취했다. 몇 번의 전화가 오가고,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받아들여야 했다. 기관에서 안내해 준 금액이 상상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개는, 개만 따로 비행기에 실어 보낼 순 없다고 한다. 개를 해외에 보내려면 개를 인솔할 사람이 해당 비행기에 반드시 함께 탑승해야 한다. 또한 개를 해외로 옮겨가기 위한 여러 서류 절차 역시 대행 기관에서 맡아서 처리해야 한다. 사람 1명이 한국과 터키를 왕복할 비행기 값, 그리고 개의 비행 값, 기타 수반 비용의 값을 더하면 근 500만원 가까운 비용이 필요하다 했다. 돈은 여러모로 편리한 수단이지만 편리함만을 대가로 교환하기에 너무 큰 액수라면 깔끔하게 포기해야 한다. 그냥 젊은 몸뚱이 하나 갈아 넣는 쪽을 선택하는 수밖에.

곧 터키행 탑승권을 발행한 항공사에 전화를 해 수속 절차를 알아보고, 가까운 수의사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구비 서류들을 챙겨나갔다. 천천히 알아보니 비행기에 개를 데리고 타는 절차는 항공사별로 친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구비 서류도 걱정만큼 복잡하지 않았다. 개의 항공 수송 비용도 생각만큼 과하지 않았다. 개의 무게가 가벼울수록 추가 부담 비용이 싼데, 우리 개의 경우 개+캔넬의 무게가 50kg으로 약 80 만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면 됐다. 캔넬은 일반형 캔넬이 아닌, 항공 표준 규격에 적합한 캔넬이어야 한다. 캔넬은 이미 갖춰져 있었고, 캔넬에 부착 가능한 물병만 설치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오랜 비행시간 동안 개 입이 심심하지 않도록 개껌을 준비했다.(이건 순전히 남편의 아이디어) 남편은 집 근처 펫숍 사장님께 양해를 구해 매장에서는 팔지 않는 엄청난 크기의 개껌을 구해왔다. 나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크기였다. 과연 개가 저 개껌이 자기가 먹을 수 있는 개껌이라 인지 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이제 관건은 한국에서 비행기 수속을 밟을 때, 그리고 터키 도착 후 파이를 찾아 임시 숙소로 이동하는 경로 그 사이의 일. 과연 개가 오랜 비행시간을 잘 버텨줄지 건강에 무리는 없을지 터키 입국 검사대를 별 탈 없이 통과할 수 있을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었지만 모두가 건강하게 잘 도착하는 행운이 따르길,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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