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로삐로] 프랑스 개봉

단편 애니메이션의 프랑스 극장 상영 소식

by BAEK Miyoung

2023년 2월, ‘삐로삐로’가 프랑스에서 정식 개봉됐다.

Affiche_PiroPiro.jpg [Piro Piro] 개봉 공식 포스터

‘삐로삐로’는 2021년에 만든 내 9번째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산에 사는 새 ‘삐로삐로’와 도심 속 꽃집에 사는 새 ‘달래’가 만나 함께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의 동화 같은 애니메이션이다.

still_piropiro03.jpg 애니메이션 '삐로삐로' 스틸컷

이번 개봉은 정확히 [Piro Piro]라는 타이틀로 묶인 6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이 개봉되는 것이다. 6편 중 4편은 ‘삐로삐로’ 포함한 내가 만든 다른 4개의 단편(Dancing in the rain/바람/늪;꽃을 사랑한 어느새 이야기)이고, 다른 2편은 민성아 감독님의 작품(악어가 쿵, 작은 새가 포르르/다섯 번째 계절)이다. 한국 여성 감독의 작품들이, 그것도 단편 애니메이션이 모여 이렇게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상영될 수 있다는 게 매우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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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관련 공식 홈페이지 http://www.cinemapublicfilms.fr/films/piro_piro/


어린 아동을 대상으로 하기에, 블록버스터급 대규모 개봉은 아니지만 전국 80여 개 상영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는 소식을 들었다. 2월 1일 개봉을 시작으로 3월로 접어드는 오늘날까지 상영 중에 있다. 그간 얼마의 관객이 들었는지, 사람들은 많이 즐겨 보았을지 멀리서 궁금증만 커져간다. 원래는 2월 개봉 시기에 맞춰 직접 프랑스로 찾아가 관객들과 소통할 기회를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임신 초기 건강 악화로 인해 프랑스는 고사하고 집 밖으로도 꼼짝할 수 없던 때였다. 부푼 가슴으로 비행기 티켓까지 예약했건만… 이렇게 또 프랑스에 갈 기회를 눈앞에서 훌훌 떠나보내게 됐다. 앞으로 언제 또 가볼 수 있으려나 기약은 없지만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나, 민성아 감독님, 프로듀서를 통해서 얻은 사진들을 통해 영화관에 찾은 관객들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위안이 됐다.

PiroPiro 06 포스터.jpg [Piro Piro] 입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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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ILES FILANTES 23-10.JPG 상영 후 아뜰리에에 참여한 어린이들과 부모님들. 매우 진지하구먼.

2019년 초, [달, 어디 있니?]가 다른 여러 단편과 묶여 프랑스에서 한차례 상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이 당시 상영 규모가 파리 내 몇몇 극장으로 접근이 쉽지 않기도 했고 기간도 단 일주일 내외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그리 크게 마음으로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물론 기뻤지만!) 다행히 그때는 내가 프랑스에 작업차 머물던 상황이라 개봉날에 맞춰 극장을 찾아 직접 표를 끊고 어린이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물론 그들은 내 정체를 몰랐다.) 영화에 집중하던 얼굴들, 그리고 조용히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이던 그들의 부모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20190202_131343.jpg [Clair de Lune], '달'을 소재로 한 단편 애니메이션 모음 프로그램
20190202_154815.jpg 2019.2 상영관 앞에서 사진-


이번 개봉은 타이틀이 [Piro Piro]인 만큼, 여러 단편들 중 ‘삐로삐로’가 대표작으로써 관객들을 찾아가는 터라 이전 경험에 비해 훨씬 더 뿌듯할 수밖에 없었다. 뿌듯하다는 말로 내 벅찬 마음을 담아내기에는 조금 모자란 감이 있다. 실은 프랑스에 있는 ‘삐로삐로’ 배급 프로듀서로부터 개봉 관련 계획을 전해 들었던 지난봄-여름 사이, 나는 이 일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았고, 아예 그 일에 대한 기억 자체를 잊고 있었다. 만약 계획대로 된다고 해도 단순하게 지난 [달, 어디 있니?] 때와 비슷한 가벼운 ‘상영’ 느낌이거나, 아니면 아예 기획 단계이기 때문에 엎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마치 [없는 일]로 여기는 게 습관이 된 나다. 그저 오가는 ‘말’만으로 모든 게 행해졌다면, 나는 벌써 세계 거장 감독이 됐을게다!!! 싶을 만큼 이 업계에 있으면서 말만 오가다 사라지는 일, 실망하는 일, 단념하는 일, 그냥 그럭저럭 넘어가버리는 일을 빈번하게 보고 겪었다. 이런 체념 상태의 나를 재껴둔 채, 이 일은 천천히 성실하게 진행되었던 모양이다. 지난가을 끝무렵 [Piro Piro]라는 타이틀로 최종 개봉 날짜가 정해졌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 기쁘기보다는 어안이 벙벙함을 느꼈던 건 다름 아닌 이런 이유들 때문이었을 거다. 늘 찬밥 신세가 당연하다 여겨졌던 단편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정식으로, 게다가 타국의 극장에 떡 하니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그것을 내가 직접 겪어볼 수 있게 됐다는 현실이 감개무량했다. 그 후 프로듀서로부터 내가 받게 될 개봉 배급료를 들었다. 정말 놀랐다.(현실적인 놀람…!!) 사회생활을 하는 분에게는 어찌 보면 그리 큰 금액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여태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얻은 순수한 상영 수입을 합친 것의 몇 배가 되는 금액이었다. 순간 멘붕이 와 프로듀서가 써 보내준 숫자를 몇 번이고 세어봤다. 몇 번을 헤아려봐도 액수는 내가 파악했던 그 액수가 맞았다. 순진한 기쁨이 순식간에 휘발되고 당혹감이 밀려왔다. 나는 나에게 책정된 이 배급료가 큰 액수인지 적은 액수인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 혼란스러웠다. 비교할 대상도 경험도 없었기 때문이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간 피땀 흘려 만든 내 애니메이션을 영화관에 올리면서도 단 5만원 10만원의 금액을 주는 것도 아까워하는 사람들이 이미 나에게는 당연한 현실이다. 상영비를 줄 수 있느냐 문의하는 것 만으로 참여하기로 한 영화제로부터 제외되기도 했다. 그렇게 산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생전 처음 본 큰 금액의(혹은 큰 금액으로 느껴지는,) 배급료를 보며 여태 내 애니메이션은 경제적, 상업적 가치가 없다 쉽사리 포기하며 지내왔던 지난날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나는 눈물이 났다. 그저 오랜 기간 이렇다 하게 돈을 챙겨 받지 못했던 것, 이번에 이렇게 제대로 된(혹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알 수 없는) 배급료를 받게 된 것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이렇게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고 살아온 스스로가 너무 멍청하고 안일하게 느껴졌다. 기쁨과 비장함이 뒤섞이던 순간이 한차례 휘몰아치고 다시 평소와 다름없는 현실로 돌아왔다. 앞으로는 내 영화에 대한 가치를 더 잘 파악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괜히 헛바람만 든 것은 아닐까? 잘 모르겠다. 그냥 지금까지 해왔듯 내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에 가치를 두는 것을 그대로 지켜내고 싶다. 돈을 못 버는 건 언제나 섭섭한 일이지만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절망적인 일일 테니 말이다.


Affiche_PiroPiro.jpg

영화 개봉 포스터에 ‘삐로삐로’라고 적은 내 손글씨를 살려둔 게 의외로 굉장히 흡족하게 다가왔다. 포스터나 기타 배급 관련 자료들은 내가 직접 작업하지 않고 배급사가 맡아서 진행했다. 아마 프랑스 사람들이 보기에는 저 글씨도 그림 같은 느낌이라 그대로 살려둔 것 같다.


개봉 전 배급을 맡은 Cinema Public films에서 [Piro Piro] 개봉 관련 언론 기사를 SNS에 올려준 덕분에 듣기 즐겁고 행복한(또는 과분한) 말도 들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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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없음-2.jpg 프랑스 언론 'Telelrama'기사. 6편의 단편에 대한 기본 정보를 담고 있다.
KakaoTalk_20230309_140338437.jpg [Piro Piro]에 대한 '르몽드'지의 추천사

"만약 어린아이에게 보여 줄 첫 영화로 애니메이션을 선택해야 한다면, 그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Piro Piro] 일 것이다.-르몽드"


세상에... 내가 언제 또 이런 갸륵한 말을 들어보겠나. 황송한 마음이 앞서지만 이번엔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만끽하려 한다.

[Piro Piro]가 프랑스에서 언제까지 상영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3월까지는 극장 이곳저곳에서 관객들을 찾아갈 것 같다. 비록 엄청난 업적을 남기지는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작은 새가 사람들 마음에 멋진 새로 남아주길 바라며,

삐로삐로-멀리 날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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