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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EK Miyoung Dec 08. 2023

지난여름, 산에게

너와 만난 지난여름

2022년 12월~2023년 6월. 내 임신 기간은 남들보다 조금 짧았다.


나는 임신 내내 불러오는 배를 본 적이 없다. 

물론 고개만 숙이기만 하면 볼록한 배가 보이긴 했지만, 그것 말고. 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거울이나 사진으로 내 모습 전체를 본 적이 없다. 배가 불러오기 시작할 임신 5개월 무렵에 병원에 입원했다. 고위험 산모들만 모여있던 집중 치료실은 외부인 출입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조용했다. 병실에는 딱 쇄골 높이까지만 볼 수 있는 사각형의 거울이 있었다. 세수나 양치를 하면서 까치발을 들어 불러오는 배를 비춰보려 한 적도 있다. 하지만 택도 없는 일이었다. 병실이 위치했던 병원 6층에는 작은 무인 편의점이 있었다. 그리고 편의점 옆에는 비닐천으로 가림막을 만든 작은 간의 식당이 있었다. 나는 산책 겸 운동을 해야 할 때 병실에서 50걸음 정도면 걸어서 갈 수 있는 무인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간의 식당 옆, 비닐천에 뿌옇게 비치는 내 옆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곤 했다. 벙버짐한 치마 형태의 환자복 탓에 몸의 실루엣은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옆에서 바라보는 배의 모양이 어떨지 몹시 궁금했다. 예쁘고 둥근 모양인지, 약간은 야박한 둥근 모양인지 궁금했다. 간호사 선생님들께 사진을 부탁해볼까도 싶었지만, 어쩐지 너무 얼빠진 환자로 보일까 봐 부탁할 수 없었다. 남편이 면회를 올 수 있을 때가 되면 그때 부탁해 봐야지 여유를 부렸다. 하지만 남편과 할 수 있었던 몇 번의 면회 동안 무슨무슨 검사를 받느라, 아니면 지독한 감기에 걸려서 어쩔 수 없이 누워서 남편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병동에 덮친 코로나로 그 짧은 면회마저 금지됐다. 때문에 그마저도 기회가 없었다.

철없는 환자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간호사 선생님들께 부탁을 했어야 했다. 

지금은 내 상상 속에서만 그저 볼록하게 부른 배와 그 안에 든 너의 모습을 생각한다.


2달간 입원했던 그간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가족들은 힘들어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털어놓기에는 너무 버거운 이야기였다. 이러나저러나 듣는 사람이 힘들 이야기라면 하지 않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쑥 하나씩 입에서 튀어나오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가족들은 어서 빨리 잊길 바랐지만 뜻대로 되기에는 어려운 일이었다. 너를 만나기까지의 어쩌면 짧고도 긴 이야기를 잠시 담아놓을 기억의 자리를 찾다 글을 써야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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