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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EK Miyoung Jan 09. 2024

지난여름, 산에게

고위험 산모 집중 치료실

[고위험 산모 집중 치료실]


 대학 병원 내밀한 곳에 이런 이름의 엄중한 명패를 단 치료실이 있다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를것이다. 임신부들 중 특정 증상을 가진 이들을 [고위험 산모]로 분류한다는 사실도 심지어 그중 하나가 내가 되리라는 사실을, 나 역시 알지 못했다. 1층 응급실에서 건물 6층 입원실에 처음 올려졌을 때 밖은 이미 어둑한 저녁을 지나고 있었다. 병실의 아우라를 느낄 새도 없이 나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몇 시간 후 눈을 떴을 때 사방은 더 짙게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고 병실 안 모든 환자들이 어둠을 이불 삼아 잠자리에 든 것 같이 무겁게 고요했다. 어느 때보다 심한 갈증이 느껴졌지만 몸은 천근만근 늘어져 상체를 일으키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그렇다. 이제 내게 즉각적이며 애정 어린 손길로 도움을 줄 사람들은 곁에 없다. 여태 내 손과 발이 되어주었던 남편도, 친정 식구들도 없다. 이제부터 온전히 나 홀로 병원 생활을 해내야만 한다. 계속해서 목이 말랐다. 부득이하게 간호사 호출 버튼을 눌러 종이컵에 물 한잔을 얻어 마셨다. 딱딱한 침대 탓에 목부터 등을 지나 엉덩이까지 불편했다, 아니 그냥 내 존재 자체가 불편한 것 같았다. 불현듯 뱃속의 너는 괜찮은 건가, 놀란 마음으로 배를 문지르며 태동을 살폈다. 희미한 메아리 같은 너의 움직임을 느끼며 내 앞에 놓이게 될 막막한 시간들을 더듬더듬 만져보려 애썼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나는 [고위험 산모 집중 치료실]에 입원했다. 퇴원은 출산 이후에야 가능하다. 그 출산이 내일일지, 다음 주일지 몇 달 후가 될지, 이제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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