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대한 단상/꽃잎; 후-하고 바람을 분다면.
여름과 가을 넘어가는 그즈음 공기는 어느 때보다 기분 좋은 마음을 만들어낸다.
겨우 지하철 한 정거장 또는 버스 두정거장의 거리지만 걸어 다니는걸 꺼리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여름은 햇살이 따갑다는 이유로 주로 버스로 오가는 게 일상이었다.
햇살이 좋은 9-10월.
이때는 걷기 딱 좋은 날이라 작업실을 대부분 걸어 다녔다. 출근은 1시 퇴근은 9시 반~10시. 홀로 작업실을 다니며 만들어놓은 나름의 규칙이었이다. 퇴근 즈음이 되면 바람이 한결 차가워졌다. 스산한 가로등 불빛과 간간이 오가는 사람들, 붐비지 않은 차도를 걷다 보면 세상에서 가장 한가로운 사람이 바로 나로구나 싶었다. 바람을 슉슉 가로질러 집에 다다를 즈음이면 눈 앞에 딱! 달이 떠있는 풍경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 시간이 아마 어둠 속 번쩍이는 달이 사람 눈에 처음 들어오는 시간 때였던 모양이다. 따끈따끈한 그날의 달이 마치 이글대는 태양처럼 부풀어오를 듯 느껴질을때가 있었다. 세상 저 꼭대기로 솟을 준비라도 하는 것처럼, 달을 둘러싼 빛과 공기는 여느 때보다 날 선 긴장감이 흐른다. 그래서,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기어코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고야 만다. 찍고 나면 풍경의 100분의 1도 채 담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 짐을 풀고 다시 밖을 쳐다볼 때면, 달은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빙긋- 상냥한 모습으로 하늘에 떠올라 있는 것이다. 두둥실-. 달, 넌 참 많은 얼굴을 가진 녀석이야.
오늘은 꽃잎이 흩날리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표현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된 소재가 '꽃잎'이다. 또한 영상 속에서 '나비'의 본능을 건드리는 가장 중요한 존재로써 등장한다.
꽤나 자주 이 꽃잎을 영상에 등장시키긴 했지만, 그중 가장 오랜 기간 복잡하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표현해내야 했던 부분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꽃잎 무더기'씬이었다.
몇 년 동안 개인 작업을 지속하다 보니 꼼수(적은 시간과 인력으로 괜찮아 보이는 결과물을 도출하는 수)가 꽤나 늘었다 자부했는데 이때는 마땅한 꼼수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
이리저리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어쩔 도리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냥 정공법으로 가는 수밖에.
1) 우선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져 있는 꽃잎을, 묶음 별로 3개의 그룹으로 나눴다.
2) 애니메이팅의 다양성을 위해 그룹이 아닌 낱장의 꽃잎도 A-D까지 따로 분류했다.
이렇게 그룹화/낱장화 된 꽃잎들을 그룹별로 애니메이팅 한다. 그룹은 그룹대로, 낱장은 낱장대로.
이 씬의 설정은 <꽃잎들이 바람을 타고 카메라 밖으로 out 된다>이다. 꽃잎들이 화면 속에서 움직여야 하는 방향은 같지만 그 흐름과 모양/타이밍은 그룹별로 약간씩 변화를 줄 수 있다. 그를 통해 화면 속 꽃잎들의 움직임을 더 풍성하게 표현해낼 수 있게 된다. 만약 이들을 처음처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서 표현한다면 일단은 애니메이팅을 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지고, 그 때문에 움직임이 단조롭게 표현될 가능성도 매우 높아진다.
*낱장/그룹별 애니메이팅 모음
아래는 '그룹 B'의 애니메이팅이 합쳐진 이미지와, 그 각각의 이미지들이다.
꽃잎을 한 장씩 헤아리고 각각의 움직임을 파악하며 그리다 보니 이 짧은 분량의 영상을 만드는데 오랜 기간이 걸렸었다. 종종 꽃잎의 수가 아까와 달라지거나, 혹은 어딘가 어색한데 어떤 부분인지 파악이 안될 땐 정말이지 미춰어-버리는 줄 알았다.

으으으.....대체 뭐가 잘못 그려진 거야!!!!!!!!!!!!!!!!!!!!!!!
그래도 고생한 만큼 마음에 드는 씬이 완성되었던 것 같다.(흐뭇) 역시 정공법은 옳다구나!
애니메이팅이 테스트 단계까지 완료된 후, 컬러/면 후반 작업을 통해 최종 이미지 완성한다.
짠-
휴!!
언젠가 이 파트를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마침 기회가 생겨 개인적으로 참 만족스럽다.
이제 영상의 만듦새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편만 남겨두고 있다.(.. 어쩌면 두 편?) 자자. 궈궈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