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꽃을 희롱하다.
<바람>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튀는 혹은 독립적인 색깔을 가지는 파트가 '나비의 꿈'을 그려낸 파트이다.
작업하면서 가장 즐겁게 넋을 놓고 작업했던 파트이기도 했다. 전체 이야기 흐름을 살피며 전개해야 하는 다른 부분들과는 달리, 이 파트는 '꿈속'이라는 규제 없는 공간을 마음껏 헤치며 전개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왠지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듯, 이 부분의 영상을 만들때도 그렇게 이미지의 흐름을 느끼며 그림을 그렸다 말할 수 있다.
갇힌 나비-자유로운 나비.
상황이 다른 두 나비가 아래와 같이 조우하면서, 꿈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꿈은, 갇혀있는 주인공 나비가 자신의 본능대로 꽃을 마음껏 쫓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간절한 바람'이 꿈의 이미지로 실현되는 것이다.
백색(화이트) 배경 위에 그림이 올려진 것이 특징인 다른 파트들과는 달리, 이 '꿈' 부분은 검은 바탕 위에 그림이 올라간다. 예전에 '꿈'을 모티브로 제작했던 단편 애니메이션 <고래>의 작업 방식을 많이 참고했다.
<고래> 영상 보기_http://tvcast.naver.com/v/212253
연필선과 수작업으로 비롯되는 특유의 색과 거친 느낌을 좋아한다. <바람> 작업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내 작업적 기호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특히 <너무 소중했던, 당신>을 만들 당시에는 꽤나 긴 호흡의 영상에 그를 담기 위해 무진 애를 썼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바람>에서부터는 대부분의 작업을 디지털 방식으로 옮겨 가져오면서 이런 '손맛'을 백프로 구현할 수 없게 됐다. 그와 비슷한 느낌을 억지로 만들어낼 수는 있어도 같게는 할 수 없다는 게 못내 아쉬웠지만 시간과 효율성을 위해 내려놓아야겠다 판단했다. 더이상 이를 위해 작업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그저 내 고집일지도 모르겠다고. 어쩌면 영상의 질과는 크게 상관없는 개인 취향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기든 아니든 이것을 내려놓을 때 심경이 씁쓸했던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이것을 완전히 놓을 수 없는 마음에 만들어진 게 이 '꿈'부분일지도 모르겠다.
나비의 꿈은 단순하다. 꽃과 자유롭게 노닌다는 것을 이미지로 표현한 것뿐이다.
아무래도 '이야기'보다는 '이미지'를 더 중요하게 가져간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그를 글로 표현하는 게 흡사 추상화를 그리는 느낌이다. 바람이니, 나비니, 꽃이니-
영상은,
다른 부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이다.
아래는 각 씬들의 1차 작업 모습이다. 이도 많이 다듬은 후의 그림이다.
이들을 정리해 2차 작업을 거쳐 완성된 이미지를 만든다.
이 파트에서 제일 인상 깊게 작업했던 부분은 '민들레 씨'를 모티브로 이미지화 한 부분이다.
<앙, 다문 씨앗의 봉오리가 활-짝 열리며 보들보들한 민들레 씨가 드러난다->를 영상으로 그려내고 싶은데 몇몇 부분이 생각처럼 쉽게 표현되지 않았다. 저 '활-짝'과 '보들보들'. 이 두 가지가 말이다.
덕분에 다른 파트에 비해 두세배 더 많은 테스트 영상이 만들고 다듬어야 했다. 아래는 그를 위해 그려진 테스트 이미지와 그를 엮어 만든 테스트 영상이다.
아래는 이런 과정들을 거쳐 만들어진 최종 영상 부분이다. '활-짝'과 '보들보들'이 나름 잘 표현되었다고 믿고 있다.
항상 명확히 설명되는 것 보다 '느낌적인 것'을 영상화하는 게 어렵다. 대신 만들어놓고 보면 가장 뿌듯한 것도 이런 부분들일 것이다.(그저 개인 취향일지도)
이렇게 '나비의 꿈'파트가 마무리되고, 영상은 후반부 작업을 향해 가고 있다.
<바람> 작업기는 영상을 만드는 것에서 끝이 아닌, 2차 작업물 제작과 부산에서 가졌던 상영회를 하기까지의 내용도 함께 다룰 예정이다.

고고 고우-!
아참 빠뜨릴 뻔했다!
이 부분을 편집할 때 찍어둔 사진. 작업하다가 내가 보기에도 기가 막혀 사진으로 남겨뒀었다. 그림 이외에 보이는 자잘한 선들은, 편집 시 컨트롤해야 할 부분들이다.(으갸갸갸!!)
개인 작업이다 보니 일정 구간을 그리고-편집하고를 반복하는 식으로 작업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림을 그린 시기와 편집 시기가 지나치게 동떨어져 자칫 기억해야 할 부분을 잊어버리거나 빠트리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그래서 이렇게 막 마무리된 이미지에 대한 기억이 짱짱할 때 편집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