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꿈을 꾸다

꿈에서 꽃을 희롱하다.

by BAEK Miyoung

<바람>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튀는 혹은 독립적인 색깔을 가지는 파트가 '나비의 꿈'을 그려낸 파트이다.

작업하면서 가장 즐겁게 넋을 놓고 작업했던 파트이기도 했다. 전체 이야기 흐름을 살피며 전개해야 하는 다른 부분들과는 달리, 이 파트는 '꿈속'이라는 규제 없는 공간을 마음껏 헤치며 전개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왠지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듯, 이 부분의 영상을 만들때도 그렇게 이미지의 흐름을 느끼며 그림을 그렸다 말할 수 있다.


갇힌 나비-자유로운 나비.

상황이 다른 두 나비가 아래와 같이 조우하면서, 꿈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꿈은, 갇혀있는 주인공 나비가 자신의 본능대로 꽃을 마음껏 쫓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간절한 바람'이 꿈의 이미지로 실현되는 것이다.

3.jpg 두 나비의 만남. 꿈의 시작.

백색(화이트) 배경 위에 그림이 올려진 것이 특징인 다른 파트들과는 달리, 이 '꿈' 부분은 검은 바탕 위에 그림이 올라간다. 예전에 '꿈'을 모티브로 제작했던 단편 애니메이션 <고래>의 작업 방식을 많이 참고했다.

page06.jpg <고래>의 한 장면

<고래> 영상 보기_http://tvcast.naver.com/v/212253


연필선과 수작업으로 비롯되는 특유의 색과 거친 느낌을 좋아한다. <바람> 작업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내 작업적 기호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특히 <너무 소중했던, 당신>을 만들 당시에는 꽤나 긴 호흡의 영상에 그를 담기 위해 무진 애를 썼던 것도 사실이다.

안녕. 내 연필들.

하지만 <바람>에서부터는 대부분의 작업을 디지털 방식으로 옮겨 가져오면서 이런 '손맛'을 백프로 구현할 수 없게 됐다. 그와 비슷한 느낌을 억지로 만들어낼 수는 있어도 같게는 할 수 없다는 게 못내 아쉬웠지만 시간과 효율성을 위해 내려놓아야겠다 판단했다. 더이상 이를 위해 작업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그저 내 고집일지도 모르겠다고. 어쩌면 영상의 질과는 크게 상관없는 개인 취향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기든 아니든 이것을 내려놓을 때 심경이 씁쓸했던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이것을 완전히 놓을 수 없는 마음에 만들어진 게 이 '꿈'부분일지도 모르겠다.




나비의 꿈은 단순하다. 꽃과 자유롭게 노닌다는 것을 이미지로 표현한 것뿐이다.

아무래도 '이야기'보다는 '이미지'를 더 중요하게 가져간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그를 글로 표현하는 게 흡사 추상화를 그리는 느낌이다. 바람이니, 나비니, 꽃이니-


영상은,

1) 선으로 애니메이팅과 레이아웃을 테스트한 뒤,

2) 질감과 색을 추가해 최종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다른 부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이다.

illusion_9.jpg 선으로 1차 작업을 한다. 이를 통해 사물의 움직임과 화면의 배치를 확인한다.


illusion_9'.jpg 최종 완성된 이미지.


아래는 각 씬들의 1차 작업 모습이다. 이도 많이 다듬은 후의 그림이다.

초본1.jpg
초본2.jpg
illusion_3.jpg
초본4.jpg
초본5.jpg
초본6.jpg

이들을 정리해 2차 작업을 거쳐 완성된 이미지를 만든다.

4.jpg
16.png
1.jpg
6.jpg
2.jpg
5.jpg



이 파트에서 제일 인상 깊게 작업했던 부분은 '민들레 씨'를 모티브로 이미지화 한 부분이다.

7.jpg 민들레씨인듯 아닌듯?

<앙, 다문 씨앗의 봉오리가 활-짝 열리며 보들보들한 민들레 씨가 드러난다->를 영상으로 그려내고 싶은데 몇몇 부분이 생각처럼 쉽게 표현되지 않았다. 저 '활-짝'과 '보들보들'. 이 두 가지가 말이다.


덕분에 다른 파트에 비해 두세배 더 많은 테스트 영상이 만들고 다듬어야 했다. 아래는 그를 위해 그려진 테스트 이미지와 그를 엮어 만든 테스트 영상이다.

민들레1.jpg
민들레2.jpg
민들레3.jpg
민들레4.jpg


테스트 영상.

아래는 이런 과정들을 거쳐 만들어진 최종 영상 부분이다. '활-짝'과 '보들보들'이 나름 잘 표현되었다고 믿고 있다.

촤아-

항상 명확히 설명되는 것 보다 '느낌적인 것'을 영상화하는 게 어렵다. 대신 만들어놓고 보면 가장 뿌듯한 것도 이런 부분들일 것이다.(그저 개인 취향일지도)



이렇게 '나비의 꿈'파트가 마무리되고, 영상은 후반부 작업을 향해 가고 있다.

<바람> 작업기는 영상을 만드는 것에서 끝이 아닌, 2차 작업물 제작과 부산에서 가졌던 상영회를 하기까지의 내용도 함께 다룰 예정이다.


sticker sticker

고고 고우-!



아참 빠뜨릴 뻔했다!

이 부분을 편집할 때 찍어둔 사진. 작업하다가 내가 보기에도 기가 막혀 사진으로 남겨뒀었다. 그림 이외에 보이는 자잘한 선들은, 편집 시 컨트롤해야 할 부분들이다.(으갸갸갸!!)

20140915_171731.jpg 두-두-두---지금은 편집 중.

개인 작업이다 보니 일정 구간을 그리고-편집하고를 반복하는 식으로 작업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림을 그린 시기와 편집 시기가 지나치게 동떨어져 자칫 기억해야 할 부분을 잊어버리거나 빠트리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그래서 이렇게 막 마무리된 이미지에 대한 기억이 짱짱할 때 편집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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