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나비의 질감

다양한 느낌의 나비 표현/영상의 마무리

by BAEK Miyoung

영상을 만드는 작업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마지막 편이다.

후와후와!

sticker sticker


<바람>은 배경이나 캐릭터성 보다는 '표현'에 초점을 맞춰 얘기를 풀어나간 애니메이션이었다. 마지막 편은 애니메이션 속에서 다양한 질감으로 표현됐던 '나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애니메이션 속에서 나비는 여러 상황 속에 놓여 있다.

물이 담겨 있는 물병 속에 갇혀있거나,

그 물에서 벗어나자 점점 젖어있던 날개가 말라간다던가,

바싹 말라, 날개가 작은 자극에도 쉽게 부서지는 등-

특이한 상황을 겪을 때가 대부분이다. 보통의 경우는 아니기 때문에(당연하겠지만), 이러한 상황에 대한 표현은 대부분 상상에 의존해서 만들었었다.


1. 물속의 나비

01.jpg 물병안의 나비

나비는 우연한 사고로 물이 담긴 병 속에서 태어나 나비가 되었다. 자유로운 날갯짓이 가능한 다른 나비들과 달리, 유리병과 물이라는 장애물 속에서 태어난 이 나비는 그저 조금의 날갯짓조차 쉽지 않다.


아래는 늘 물병 밑바닥에서 죽은 듯이 살던 나비가, 탈출을 결심하고 물병 위로 향하는 장면이다. 얇고 약한 날개를 가진 나비가 물속에서 움직인다면 어떤 느낌일지 그의 움직임을 상상하며 애니메이팅 했다. 지금 보니 나비의 날개가 물에 저항하는 느낌을 더 강하게 표현했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병에 같이 존재하던 물고기가 나비 근처를 지나가자, 그 여파로 나비가 뱅그르 도는 장면이 마음에 든다.

뱅그르르 나비

밖에서 보기에는 그리 크지 않은 물병일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비에겐 끝없이 깊은 바다와도 같았을 것이라는 것 역시 나비의 움직임과 함께 표현하고 싶었다.


2. 드디어 물 밖으로 벗어나는 나비

Escape1'' (0.00.03.02).jpg 나비, 이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물 표면까지 올라온 나비가 드디어 자기를 옭아매 왔던 물을 벗어났을 때를 그린 씬이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날갯짓을 방해하는 물을 떨쳐내기 위해 그 어떤 때보다 강한 느낌을 날개의 움직임으로 그려내고 싶었다. 또한 나비 날개 전체를 감싸던 물이 마치 나비를 풀어주는 듯한 물의 표현 역시도 주의를 기울였던 장면 중 하나다.

끈적한 느낌의 애니메이팅은 젖은 종이의 느낌을 상상하며 작업했다.


3. 젖은 날개가 말라 가는 과정

제목 없음-2.jpg

아직 물에 젖어 무거운 날개의 나비는, 마치 지친 몸을 이끌고 바다에서 뭍으로 올라온 병사처럼, 힘 없이 유리병의 둥근 어깨 위로 미끄러져 내려온다. 물속이 아닌 공기 중으로 나온 나비의 날개는 점점 말라간다. 그렇게 부드럽던 나비의 날개가 딱딱하게 굳어가는 과정을 애니메이팅과 나비 날개 표면의 물의 표현으로 그려냈다.


4. 날개가 부서졌다.

바싹 마른 나뭇잎은 약한 충격에도 쉬이 부서져버린다. 마치 애니메이션 속 나비처럼.

제목 없음-3.jpg 나비는 어디로 갔을까...

나비는 꿈에 그리던 꽃을 찾아 날아갈 수 있게 됐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 바싹 말라버린 그의 날개는 이미 한없이 약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위태위태하던 나비가 끝을 맞이하는 이 씬은, 마치 얇은 유리가 부서지는 듯한 느낌으로 그려냈다.

과연 나비는 어디로 갔을까. 이 장면은 나름 반전이 있는 장면이다.

끝났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영상을 마무리하며...

음악과 함께 내 머릿속을 찾아왔던 한 마리의 나비가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를 불러내 애니메이션에 그려낼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영상의 마지막에서, 창 밖으로 멀리 날아가는 나비를 그리며 내게 찾아왔던 나비도 함께 날려 보냈다. 행복하렴.


2014년 가을과 겨울 그 중간. 홀로 작업실에 앉아 이렇게 다섯 번째 영상 작업을 마무리했다.

2014년 잔인했던 봄과 질긴 여름, 긴 가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부산 수영강 근처 작업실에도 겨울 냄새가 풍겨져 왔다. 4계절을 꼬박 보낼 줄을 몰랐었는데 작업을 하다 보니 또 금방 1년이었다. 그 사이 버둥대던 내 한국에서의 삶도 작업을 하면서 점점 땅을 밟아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따뜻한 엄마밥과 늘 곁을 내주던 풍성한 바다가 있었던 그해. 바다 짠내와 엄마의 도시락을 머금고 이 애니메이션도 함께 완성되어 갔다.

20140630_180001.jpg 다 큰 딸을 위해 도시락을 싸준 엄마. 밥맛이 꿀맛!!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사운드 작업과 기타 작업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