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음악과 포스터

음악을 만들어 주세요. 나비가 춤 출수 있게

by BAEK Miyoung

여태 몇 편의 애니메이션을 작업해 왔지만 외주 작업(일)이 아니고서는 내 애니메이션에 사람의 목소리가 들어간 적은 없다. 영상 속에는 음향과 음악만이 있을 뿐이다.


그건 저~어기, 2009년 단편 애니메이션 <고래>를 만들었을 때로 돌아가서 얘기해봐야 할 부분이다.

나는 프랑스로 유학을 간지 얼마 되지 않아 학교에 입학했다. 그림이나 음악 등, 언어가 아닌 다른 방편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예체능 계열의 이점을 누렸던 것일 텐데, 이는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다 할 수 있고 또 다르게 보면 그리 좋지 않은 경우일 수도 있었다.

좋은 것은 유학 기간이 짧아져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생길 수 있었음이고, 나쁜 것은 그곳의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학교라는 시스템에 편입해버린 점이다.

다행히 내가 다녔던 학교 학생들과 교수님들은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어찌 보면 다른 학생들보다 닫힌 마음으로 살아가는 나를 동등하게 대해줬고, 언제든 도움을 주기 위한 시선을 내게서 거두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참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말'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 그래서 내 뜻을 조리 있게 누군가에게 꺼내보이지 못한다는 건 나를 항상 위축되게 만들었다. 특히 학기 초반에 다가온 스트레스의 크기는 어마어마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그곳에 갔던 '나'를 스스로 상기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거기서 하고 싶은 것을 말하기 위해. 말이 잘 나오지 않은 내 현실이 그러했기 때문인지 애니메이션에도 말을 등장시키지 않았다. 말보다 영상과 움직임으로 표현하는데 더 중점을 뒀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여즉 내 애니메이션에 사람의 목소리로 이루어진 대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나중에 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거둬진 이후에는 영상이라는 언어로써 그 뜻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험적인 태도로써도 말을 넣기를 꺼려왔던 것도 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대사가 등장하는, 사람의 호흡이 스며들어간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영상 언어에 매료된 마음을 거둘 생각은 없다.


어쨌든, 영상 작업이 마무리된 후 어느덧 <바람>의 음악을 만들 차례가 왔다.

처음 얘기를 꺼냈을 때 언급했듯 이 애니메이션은 피아니스트 김광민 씨의 <지구에서 온 편지>로부터 시작됐다.

'지구에서 온 편지' 듣기 : https://youtu.be/iUbDwAg59Lk


음악 감독님께 이 이야기를 들려드리며 피아노 선율로 이뤄진 단순하면서도 잔잔한 음악을 애니메이션 음악으로 제작해주시면 좋겠다 말씀드렸다. 영상이 원체 비현실적인 느낌이라 음향과 음악을 만드는데 꽤나 고생하셨다는 얘기를, 음악 작업이 끝난 후 들을 수 있었다.


12월- 영상에 때깔 고운 음악을 입혔다. 그리고 영상의 일부를 추리고 추려 애니메이션의 티져 영상을 만들었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본편보다 티져 영상이 사람들을 낚는데 더 요긴하게 쓰인다.(ㅎㅎ)

https://www.youtube.com/watch?v=QDBclQqEXFU


그 사이, 영상의 메인 포스터 이미지를 제작했다.

제일 처음 구상했던 이미지는 나비의 실루엣을 바탕으로 한 이미지였다. 나비 실루엣 안에 영상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것.

포스터 테스트 이미지'.jpg 처음 만들었던 test이미지. 날개가 너무 납작하다.

생각보다 나비의 날개를 보편적이면서도 예쁘게 그리는 게 쉽지 않았다.(아니 그렇게 많은 나비를 그렸는데!!!)


나비의 실루엣을 가다듬고, 그와 함께 들어갈 영상의 메인 소재를 골라냈다.

나비-물-꽃

영상에 가장 중요하게, 자주 등장하는 이 세 개의 소재를 포스터에 담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여러 고심 끝에 최종 두개의 시안이 나왔다.

좌/우 대칭되는 이미지의 A안, 그리고 상/하 대칭되는 이미지 B안.


포스터 테스트 이미지''3.jpg A안과 B안


*A 안을 바탕으로 만든 포스터 이미지.

포스터초안A.jpg

*B 안을 바탕으로 만든 포스터 이미지

포스터초안B.jpg A안에 비해서 화려하다.


이렇게 2개의 시안을 그리긴 했지만 포스터를 이들로만 채우기에는 밋밋한 느낌이 들었다.

나비의 삶이 시작됐던 곳, 나비의 갈등을 빚어냈던 바로 그 '유리병' 역시 포스터에 넣기로 하고 이미지를 다듬었다.

유리병은 내가 만든 애니메이션에 대부분 등장하는 소재이다.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다가 나중에서야 그를 깨달았다. 창작자가 하나의 소재를 연달아 언급하는 건, 그와 관련해서 풀어야 할 이야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고래>를 만든 다음에 만들었던 시나리오도 '유리병'이 메인 소재였다! 대체 유리병과 나 사이에 무슨 사연이 있길래 이다지도 자주 등장시키게 되는 걸까.

연필 유리병



폰트를 씁시다

애니메이션 속 타이틀은 늘 내 손글씨로 만들어왔다.

고래1.png 2009년작. <고래>
너소당.png <너무 소중했던, 당신> 타이틀. 영어는 기존의 폰트를 사용해서 썼다.

이번 <바람>의 애니메이션 속 타이틀을 비롯해, 포스터에 들어갈 글씨와 문구도 내 손글씨로 꾸몄다.

글씨.jpg 쓰고 쓰고 또 쓰고~ 맘에 드는 글씨가 나타날때까지 쓴다.

이 과정을 거쳐 탄생한 글씨가 바로 아래의 글씨다. 음영 조절만 해서 포스터에 그대로 가져다 썼다.


글씨2.jpg 나비, 운명을 거슬러 꽃을 쫓다



이렇게 생각과 그림과 글이 모여 포스터가 만들어졌다.

최종 메인 포스터는 시안 A로 가긴 했지만, 여러 사용처를 생각해서 시안 B도 함께 작업을 마무리했다.


<바람>의 메인 포스터


바람_포스터.jpg


<바람> 포스터 B


포스터시안b.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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