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의 기쁨
종종, 아니-
솔직히 자주(뜨힣..ㅠㅠ) 자신의 창작물을 책이나 기타 출판물로 만나는 주변인들이 무척 부러울 때가 있다.
자신의 결과물을 손으로 만져볼 수 있다니-!
화면 속 '영상'으로 최종 결과물을 만나는 나의 경우에는, 이렇듯 인쇄물에 대한 특별한 로망이 존재한다. 그럼 DVD를 내면 되지 않는가-라기에는, 한국에서 아직 단편 애니메이션 DVD 판매가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감독 개인이 자비로 제작하지 않고서야 DVD 형태로 창작물을 손에 넣을 기회가 많지 않다. 게다가 영상 매체에 접근하는 방식도 예전 CD의 형태에서 파일의 형태로 대부분 옮겨온 터라 더욱이 상업 목적으로의 DVD 출시는 어렵게 됐다.
그래서- 이번 <바람>은 DVD를 꼭 만들기로 마음먹었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영상의 최종 편집을 끝내고 음악 감독님께 후반 작업을 부탁드린 뒤, 각종 인쇄물과 DVD 표지 제작을 위한 이미지 편집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초반 부산문화재단으로부터 받은 대부분의 지원금은 사운드 후반+인쇄물(엽서 등)+DVD를 만드는데 다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단에서 제시하는 지원금의 사용 가이드라인은 무척 까다로웠고 안타깝게도 나처럼 영상 작업을 하는 작가가 그 기준에 맞춰 지원금을 쓰기에는 제약이 많았다.(아마도 전시, 출판을 기대하는 작가를 기준으로 사용처를 잡은 것 같다.) 결국 영상을 만드는 동안에는 지원금에 거의 손을 대지 못한 채 자비로 제작을 꾸려나가야 했다. 영상 편집이 끝난 후 사운드 작업과 인쇄물 제작을 기획하며 드디어 지원금 사용처가 나타났구나 했다. 덕분에 인쇄물을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하게 제작할 수 있었다.
예전 <고래>나 <너무 소중했던, 당신>의 경우에도 엽서를 제작했었다.
<고래> 엽서는 히로시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기간 중 홍보 자료를 위해 자체 제작을 했었고, <너.소.당>의 엽서는 예전 레지던스 측에서 제작해준 것으로, 아티스트들이 레지던스에 새로 들어오면 명함처럼 제작해주었던 것이다.
이번 엽서 제작은 시간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있어 조금 넉넉한 수량으로 만들기로 했다. <바람>에서 엽서로 제작했을 때 예쁠만한 이미지를 추려 총 10종 세트를 기획했다.
<바람>의 경우, 예전에 작업한 영상들보다 그래픽이 강한 편이라 엽서로 제작할만한 이미지가 꽤 많았다. 추려낸 이미지를 엽서 도안에 맞게 레이아웃을 조절하고 타이틀도 함께 넣었다.
인쇄물 이미지를 최종 편집한 후, 서울 충무로 인쇄골목으로 갔다.
몇몇 수량이 적은 것은 부산에 있는 인쇄소에 맡겼지만 가격 면에서 만만찮았다. 해서, 대량 주문은 충무로에 한꺼번에 주문을 넣기로 했다. 주문해야 할 목록과 수량, 이미지의 사이즈 등을 꼼꼼히 메모를 해갔지만 인쇄소에 발을 딛자마자 그 엄청난 소음과 분주함에 기가 눌려 많이 헤맸던 기억이 난다. 그 속에서 여러 오더들을 한꺼번에 넣다 보니 여간 정신없는 게 아니었다. 종이의 종류들을 하나하나 살펴 정하는 것부터, 가져갔던 이미지 파일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 까지 즉석에서 빠릿빠릿하게 처리해야 했던 터라 더욱이 진땀을 뺐었다.
이렇게 최종 엽서가 배달되어 왔다.
손으로 느껴지는 종이의 까슬까슬한 감촉과 그 위에 곱게 얹어진 애니메이션 속 이미지들.
마치 그리워하던 이의 얼굴을 직접 만지는 듯한 반가움이 일었다.
나중에 OPP봉투를 사서 엽서 세트를 만들었다.
책갈피는 두 종류로 만들었다. 푸른 컬러 계열 1종/붉은 컬러 계열 1종.
사실 계획에 없던 것을 상영회 홍보 때문에 제작하게 됐다.(상영회 관련해서는 다음화에 다룰 예정이다.) 앞면에는 <바람>의 이미지, 뒷면은 상영회 관련 날짜와 장소 같은 정보를 적어 넣었다. 상영회용 팸플릿을 따로 만들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작은 사이즈의 책갈피가 접근성이 좋을 것 같아 급히 제작한 것이다. 다른 인쇄물보다 반응이 좋아 상영회 후에 뒷면 이미지만 수정해서 재제작을 의뢰했다. 요즘도 종종 명함 대신 쓴다.
DVD를 제작하기로 하고 인터넷으로 이런 소규모 DVD를 제작해주는 업체들을 살펴봤다.
사실 구현되는 DVD 화질은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아 업체에서 취급하는 DVD 케이스가 어떤 종류들인지 우선으로 살폈다. 물론 해당 영상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의 DVD는 소장+기념의 목적으로 제작한다는 취지도 무시할 수 없는터라 DVD가 어떤 형태로 담겨 나올지도 나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 케이스가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단편 애니메이션의 슬림한 느낌을 위해 종이 케이스로 DVD를 만들기로 한다. 다행히 원하는 형태의 케이스를 취급하는 업체가 있어 그리로 주문을 넣었다.
DVD 표면에 들어갈 그림과 케이스 디자인은 해당 업체에서 케이스 도안을 다운받은 뒤, 직접 디자인을 했다. 어쩌면 디자인적으로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내 첫 DVD인 만큼, 작은 부분이라도 내 손을 거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을 밟아 나감으로써 얻어지는 작은 성취감도 견줄 곳 없이 소중한 것들이다.
DVD 표면에 들어갈 이미지는 이처럼 두 종류를 놓고 고민했다. 결국 케이스 디자인과 겹치지 않도록 검은색의 도안 B를 최종 도안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드디어! DVD도착!!
지난번에 디자인했던 포스터 역시 충무로에 인쇄 주문을 넣었다.
네이버에서 찾은 포스터의 정사이즈가 60x90. 그래서 그 사이즈로 제작했는데, 생각보다 포스터가 너-----무 크고 무거워 혼자서는 100장도 들 수가 없다.(이럴 수가!!!) 사실 50장도 간신히 든다. 지나치게 크게 제작된 탓에 사용처에 제약이 많았다. 조금 더 작게 만들었어야 했나 보다. (슬픔..)
이렇게 제작된 인쇄물과 DVD는 2014년 12월에 있었던 개인 상영회의 홍보 자료로 쓰이기도 하고, <바람> 애니메이션이 참여한 영화제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DVD는 수량이 넉넉한 덕에 yes24나 알라딘 사이트를 통해 판매도 하고 있다.
다음에 다룰 내용은 12월에 있었던 상영회 이야기가 될 것이다. <바람> 매거진도 이제 거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