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애니메이션 상영회

'우릴' 보러 와요

by BAEK Miyoung

2014.12월

시간을 가파르게 흘러 어느덧 한해의 마지막 달이 됐다. 한국에 돌아와 부산에 정착한지 만 1년이라는 기간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고, 그 사이 큰 변화는 없었다. 다만 하나의 영상을 마무리 함으로써 지구라는 크나큰 화폭 위에 소소하게나마 삶의 흔적을 남길 수 있었다.


이전부터 <바람> 영상이 마무리되면 상영회를 한번 하자 마음먹고 있었다. 영상 완료 몇 달 전부터 부산문화재단에 영상을 상영할 수 있는 공간이 부산 내에 있는지 문의를 했다. 다행히 나처럼 작은 예술가를 위한 예술 상영관이 몇 군데 존재했고,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좋으면서 작업실과도 멀지 않은 곳에 상영을 할 만한 공간을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12월 5-6일 양일간 해운대 센텀시티에 위치한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상영회를 열기로 했다.

GC042P07908.jpg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

러닝타임 8분 30초의 <바람> 만으로는 상영회를 꾸리기엔 부족한 느낌이었다. <바람>을 포함해서 여태 작업했던 총 5편(감정, 그 날카로움/고래/늪;꽃을 사랑한 어느 새 이야기/너무 소중했던, 당신/바람)의 애니메이션을 함께 상영하기로 한다.


여러 기관의 협조 덕분에 좋은 위치의 상영관과 이틀이라는 상영 기간을 얻긴 했는데, 문제는 홍보였다. 어떤 규모 있는 단체가 아닌 개인이 주최하는 상영회다 보니 애니메이션 상영회를 알릴만한 방편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궁리 끝에 몇 가지 계획을 짰는데-


1. 인쇄물을 만들어 홍보한다.

2. 인터넷 커뮤니티에 상영회 관련 정보를 게시한다.

3. 애니메이션과 학생들의 방문을 유도한다.


내 작은 머리로 짜낼 수 있는 방편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할 수 있는 한 해보기로 했다. 그것 이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1. 인쇄물을 만들어 홍보한다.

지난 편에 언급했던 엽서와 포스터를 인쇄할 때 상영회에 쓰일 홍보 팸플릿도 함께 제작했다. 이 팸플릿은 충무로가 아닌 작업실 근처 (부산 수영) 인쇄소에 맡겨 제작했다.

20141106_143517.jpg 팜플렛 내부

상영회 홍보에도 쓰이겠지만 상영회 당일 그곳을 찾는 분들께 애니메이션 목차와 감독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하기 위해 제작했다.


홍보용 책갈피도 만들었다. 앞면은 <바람> 스틸컷. 뒷면은 상영회 관련 정보.

KakaoTalk_20160408_170650097.jpg

지난 편에도 이야기했지만 이 책갈피의 반응이 좋아서 상영회를 끝낸 후에 뒷면 이미지만 수정해서 재제작했다. 지금도 어디 갈 때면 간혹 이 책갈피를 명함 대신 뿌리고 다닌다.


<바람> 포스터도 상영회 홍보에 쓰였다.

20141104_020702.jpg 60x90포스터. 무겁다!! 크다!!

상영회를 열흘 정도 앞둔 시점부터 본격적인 홍보를 했다. 나름 고도의 홍보 전략이었지만 훗날 생각해보면 조금 더 서둘러 알렸어야 됐나 싶기도 하다.


팸플릿과 포스터, 책갈피를 들고 제일 처음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찾았다.

오가는 사람들이 상영회 관련한 정보를 쉬이 접할 수 있도록 프런트에 팸플릿 한 꾸러미와 책갈피 100여 장을 배치해주길 부탁드렸다. 안타깝게 포스터는 센터 내에 부착이 안된다기에, 그 길로 포스터를 들고 시청자미디어센터 맞은편에 위치한 부산 <영화의 전당>으로 갔다.


<영화의 전당>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장소로 유명하지만 그 외에도 영화 상영, 영화 서적 도서관, 연극과 같은 문화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또한 여타 상업 상영관과는 다르게 크고 작은 규모의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되는걸 많이 봐왔다. 이때, 확신은 없었지만 <영화의 전당>이라면 이런 특색 있는 단편 애니메이션 상영회와 관련해서 홍보할 수 있는 길이 작게나마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안고 찾아갔다.

영화의전당.jpg 부산 영화의 전당

감사하게도 내 이야기를 들은 직원분들은 흔쾌히 포스터를 붙일 수 있는 자리를 한편에 마련해주었다. 하지만 포스터의 크기가 너무 커 그 자리에 부착할 수 없다는 걸 알고, 논의 끝에 영화의 전당 외부에 위치한 포스터 홍보란에 포스터를 붙이기로 했다. 그나마도 내겐 감사한 일이었다.

20141127_142502.jpg 옆에 있는 다른 영화의 포스터에 비해 너무 커서 슬픈 <바람>포스터

달랑 포스터만 걸어놓기에는 상영회 관련 정보가 너무 적어, 후에 다른 이미지로 대체해서 걸었다.

20141129_141148.jpg


내친김에 팸플릿과 책갈피를 <영화의 전당> 영화 매표소 부근에 놔둬도 괜찮을지 문의드렸다. 일말의 망설임 없이 직원분들은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영화의 전당> 직원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때는 그저 음료 한 꾸러미 드리는 것 이외에는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었다.)


팸플릿과 책갈피를 따로 놔두지 않고, 팸플릿 안에 책갈피를 끼워 100묶음가량 놔뒀다. 책갈피가 고왔던 덕분인지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소진됐다는 이야기를 직원분들로부터 전해 들었다. 이렇게 이날 하루 동안 작업실-영화의 전당을 세네 번 오고 갔다.


한편 시청자미디어센터에 놔뒀던 홍보물은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가져가지 않았다. 아마 오가는 사람들의 숫자도 그에 한몫했을 것이라 추측된다.


2. 인터넷 커뮤니티에 상영회 관련 정보를 게시한다.

인터넷 SNS를 그리 활발하게 하지 않지만 이때만은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상영회 관련한 정보를 남겼다. Facebook이나 카카오스토리, 블로그에 상영회 관련 이미지와 <바람> 티저 영상을 올렸다. 부산문화재단 홈페이지에도 상영회 관련한 소식을 올렸다.

광고전단지(수정)2.jpg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이미지1

이 외에도 애니메이션/그림 관련 커뮤니티와 다음 카페에도 같은 종류의 글을 올리고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이렇게 글을 올린 뒤 들었던 대부분 반응은,

"가고는 싶으나 위치가 부산이라..ㅠㅠ" 였다.

...어쩐지 슬픈 예감이 들었다.(뜨힛..) 하지만 가까운 주변 분들에게도 무리해서 부산까지 와주십사 부탁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지리적, 분야적으로 한계가 있음을 수용하고 그날 와주시는 몇몇 분들께라도 감사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큰사이즈 전단지12월.png 2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이미지2

3. 애니메이션과 학생들의 방문을 유도한다.

마지막에 생각났던 것 중 하나인데, 사실 단 하나의 대학에만 공문을 보냈었다.(정보 부족..)

그리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애니메이션 관련해서 공부를 하는 학생이라면 조금은 관심을 가질만한 상영회라 생각했다. 규모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제나 상영회의 대부분은 서울과 같은 수도권에만 열린다. 그렇다 보니 지방에서 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그를 위해 서울로 가지 않는 한 이 분야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들었다. 혹시 관련 학과에 다니는 학생들이 이 상영회에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관련 대학에 전화를 넣어 공문을 보냈었다. 결과적으로 그리 큰 효과는 못 봤던 듯하다.



▶12월 5-6일 상영회

상영회가 열리기 며칠 전, 기기 조작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시청자미디어센터에 다시 방문했다. 상영관에 따로 배치된 인력이 없기 때문에 상영회 당일에는 내가 직접 기기를 만져야 한다.

20141202_133013.jpg 헐..

복잡해 보이는 기기들의 첫인상에 주눅 들었지만 생각보다 까다로운 조작법은 없었다.(만질 수 있는 버튼이 몇 개 없다. 대부분 고정 버튼.) 조명과 사운드에만 주의를 기울이면 되는 식이라 오히려 내가 기기들을 조작하는 게 상영회를 치르기 한결 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상영관은 생각보다 훨씬 쾌적했다. 약 100석 규모의 의자들도 계단식으로 잘 배치되었고 스크린의 크기도 널찍하였다.

20141206_135621.jpg 상영회 전, 화면을 띄워놓았다.

최종 영상 테스트와 음질 테스트를 끝낸 후, 상영관 앞에 책상을 놓고 포스터와 엽서를 올려 상영회 분위기를 꾸몄다. 포스터를 무슨 벽지처럼 마구 소비했던 날이다. 이럴 땐 박력 있게 큰 포스터가 꽤나 유용하게 쓰였다.

20141205_115806.jpg 바람바람바람바람바람
20141205_113201.jpg 시청자미디어센터 알림 게시판과 엘리베이터에 부착했다.


오후 3시가 되기까지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찾아온 첫 관객의 기쁨은 아직 잊히지 않는다. 상영회를 준비하는데 함께 도움을 준 친구와도 그제야 환하게 웃어 보였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찾아온 사람이 적었다. 금요일 토요일 이틀을 통틀어 찾아온 관객은 스무 명이 채 되지 않았다.


한편으로 그럴지도 모르겠다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나 역시 한낱 평범한 사람인지라 마음의 쓰라림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기회를 제공해 준 재단이나 센터 쪽에 죄송한 마음이 컸고, 혹여나 앞으로 이와 비슷한 기회를 가질 작가에게 피해가 가는 건 아닐지도 걱정스러웠다.

지나고 보니 상영회를 준비하면서, 또 홍보하면서 부족했던 부분들이 많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만약 언젠가 이와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를 발판 삼아 더 괜찮은 상영회를 꾸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경험이란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므로.

후기.jpg 상영회를 끝내고 블로그에 올렸던 후기.


이렇게 조용했던 이틀간의 상영회를 마무리하며 <바람> 작업은 완전히 끝이 났다.

그간 많지는 않았지만 <바람>은 몇몇 영화제에 소개되었고, 또 크고 작은 전시를 통해 관객과의 만남을 갖기도 했다.


문뜩 브런치에 써 내려간 작업기를 통해 <너무 소중했던, 당신>에 이어 <바람>도 그 뒷모습을 너무 서글프게 그려낸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화려하고 멋지기만 할 것 같은 창작의 뒷모습은 달의 뒷면처럼 조금 쓸쓸한 모습이 아닐까 홀로 추측해본다.

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이 밋밋한 삶에 그로써 발자국을 그려낼 수 있음에 오늘도 감사하다.



*다음 편은 <바람> 작업기 후기로 최종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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