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합니다.
<바람>은 부산의 짠 바닷바람을 머금고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풍족한 마음을 한껏 담아 작업했던 전작들에 비해, <바람>은 어딘지 가난해진 마음으로 얼기설기 엮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들이 이것을 볼 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바라볼 때는 그 부끄럽고 가엾은 민낯이 많이 드러나는 애니메이션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어딘지모를 짠내가 난다.
2014년 그해, 바다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참으로 이중적이었다.
내 시름을 한없이 품어주는 드넓은 바다.
혹은
그 끝없는 깊음으로 인해 아이들과 사람들, 그리고 나라 전체를 집어삼켜버린 새카만 바다.
감히 슬프다는 말을 목구멍에서 꺼내놓기도 엄두가 나지 않았던 나는, 한참을 작업에서 손을 놓고 지내다 다시 펜을 들고 꾸역꾸역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해를 마무리하며 이 애니메이션도 마무리했다.
오래전부터 맘속에 품었던 나비가 다시 바다로 돌아갔다.
나는 오래도록 그를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