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함께 터키에 왔다.

이제부터 여기에서 살아가야 한다.

by BAEK Mi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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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인스타툰 개큰개파이 시즌2, 1화 (2020년 10월 1일 업로드)


2020년 8월.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의 고통으로 허덕이던 가운데 나와 남편은 개와 함께 터키로 왔다. 다 같이 산 지 6개월 만의 일이었다.

터키.

익숙한 동시에 낯선 나라.

살면서 한 번도 터키에 살게 되리라 생각을 해본 적 없다.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개를 데리고 터키에 오게 될 거라곤 상상을 누가 해보겠는가.

터키행은 결혼 날짜를 잡을 즈음 결정된 일이었다. 남편에게 터키 이스탄불 공과대학에서 교수직 제안이 온 것이다. 갑작스러운 제안이었다. 결혼을 앞둔 시점에서 남편은 나에게 최종 결정을 맡겼다. 그리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어느 각도로 재보아도 남편에게 나쁠 게 없는 제안이었다.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젊을 때 한 번쯤 뛰어들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낯선 나라에서 맞닥뜨릴 어려움이 눈에 선했다. 나는 그리로 가서 얻을 이점들보다 견디기 힘들 고통들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감당할 수 있을까. 책임질 수 있을까. 머리를 백방으로 굴려 예상해본다 해도 현지에서 직접 겪게 될 일을 다 그려낼 순 없을 걸 알고 있었다. 어찌 됐건 혼자가 아닌 함께라면 어떻게든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린 기약 없는 믿음 속에 떠나기로 한다.

애초에 2020년 6월 경 떠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길게 이어지는 팬데믹은 국경을 넘어가는 이들을 쉬이 보내주지 않았다. 각국은 처음 맞이하는 세계적 재난 앞에 허둥지둥 당황했다. 터키도 마찬가지였다. 해결되어야 할 서류들은 어느 지점에 막혀 기약 없이 지체되고 있었다. 연초에 나왔어야 할 체류허가증은 여름이 다 가도록 감감무소식이었다. 우리는 터키로 가는 것에 대해 점차 회의적인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진짜 이대로라면 계획이 무산이 될지도 몰랐다.

7월 초, 드디어 학교 측에서 서류 행정이 마무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부랴부랴 비행기 표를 끊고 집 정리를 시작했다.


8월 말, 터키에 도착했다.

그즈음의 터키엔 바람이 많이 불었다. 하늘은 맑고 온 세상이 쨍한 녹색빛이었다.

우려했던 바와 달리, 개는 낯선 환경에 빨리 적응해나갔다.(이것이 짐승 같은 적응력?!) 터키 도착 후 집을 구하기까지 3주 정도 텀이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사람과 개와 거대한 짐들이 바람에 나부껴 여기로 저기로 나풀거렸다. 다행히 살 집이 정해지자 나름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이때쯤 나는 이 개를 제법 파악했다 여겼다. 하지만 사람이 그렇듯 개도 변한다. 나는 개와 매일매일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배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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