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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Oct 07. 2023

팬둘럼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매일 다짐을 하고 써놓은 말을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무얼 하겠다는 결의가 하루사이에 사라져 버린다니 허무하다. 감정. 이 감정에 나는 매우 익숙하다. 문득문득 찾아오는 이 허무감은 책 <리얼리티 트랜서핑>의 저자에 의하면 팬둘럼이다. 다시 찾아오는 이런 감정에 집중하다보면 정말 그렇다고 착가하게 된다. 허무감을 알아차리고, 잠시 인정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은 ‘허무’라는 감정을 미워하지고 좋아하지도 않고 그냥 아는 것에 대한 알아차림 일 것이다.


10월에 있을 슈퍼 소울 릴레이 국제행사 전에 진행자들의 수련이 진행되었다. 아침 7시 수련에 참여하는 게 오랜만이다. 리탐빌 수련을 찾여하는 것도 2년만이다. 시간을 참 빠르게 흘러가나보다. 순식간에 지나간 시간이 어리둥절하지만 아무리 손을 꼽아봐도 2년이 맞다. 2022년 1월인가 2월이 마지막 수련이었으니까…


먼저 리나(절)을 한다. 7시에 시작해서 30분간 만트라를 함께하며 했다. 하늘 사랑, 하늘 사랑, 하늘 마음, 감사 용서, 존중 평화. 200배 정도 했을까. 어떤 이는 5시 30분부터 시작해서 천배를 하기도 한다. 만트라는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선 구령을 하는데, 내가 할 차례가 되자 당황스러웠다. 오랜만에 만트라를 하니 순서와 말이 기억이 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함께 수련하시는 분이 미리 알려줘서 내가 리드하는 데에 수월하기는 했지만, 실수를 할때면 나도 모르게 실소를 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 진지한 단계가 아니어서 일까. 동료들은 수련을 많이 해서인지 단전에서 올라오는 소리를 잘도 내었다. 반면 나는 아직 목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아 일부러 배에 힘을 주려고 노력해야했다.

만트라를 합창하는 동안, 나는 취약한 부분을 발견했다. ‘감사, 용서’… 나는 왜 용서가 생각이 나지 않았을까. 내가 처음 실소를 한 부분이었다. 용서를 기억해 내지 못했다. 나에게 용서는 힘든 화두여서일까.


수련 중 실소 사건 이후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나는 아직 누굴 용서하지 못했을까? 용서할 사람이 있기는 한 걸까? 그때 뇌리에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그동안 바라보고 안아주었다고 생각했던 어린 나의 모습. 엄마가 화낸일을 했을 거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숨이 넘어갈 듯 울고 있었던 어린 아이. 나는 작고 여린 그 아이와 마주했다. 그동안 몰라 주었던 나에게 용서를 해야 했다. 그 아이를 직면하기까지 이렇게 오랜시간이 걸렸다. 아이를 따듯하게 안아주는 상상을 했다. 그건 그 아이의 잘못이 아니다.

또 다른 기억은 나의 감정을 외면했던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그 수치를 당하는 나를 인정하지 않은 나. 그건 외면이었다. 상대의 말이 얼토당토 없었는데, 그냥 아무말없이 지나쳐버린 것이다.

침묵을 할 때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모든 걸 말로 하지 않아도 상황이 관철이 되고 조화로울때. 또는 하고 싶은 말을 못할때. 또는 직면하고 싶지 않을때… 조화로운 상황은 이상적이다. 더 이상 할말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을 못했다는 건 어찌됐는 내 감정과 욕구를 알아주었다는 이야기이므로 이것도 결국은 괜찮다. 그러나 직면하고 싶지 않을 때 침묵을 한다는 것, 그건 외면이고 무시다. 나는 내 감정을 외면하고 무시한 것이다. 말을 한 상대가 미웠다. 그리고 그 말을 듣고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내가 더 미웠다. 모습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생기게 놓아둔 나를 용서했다. 다시한번 나를 안아주고 나를 위로해주었다. 그리고 그 상황을 직면하지 못한 나를 용서하게 되었다… 나는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했었나보다. 몇 년간 숨어있던 그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는 순간 안도의 한 숨이 흘러나왔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사람과 관계하기로 다시 마음먹는 순간이었다. 그러기위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이 나를 알아주는 것. 나를 안아주는 것, 그리고 나를 격려하고 성장으로 이끌어주는 것.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목표를 정하고 성취하는 것을 사람들은 원한다. 기본은 나에게서 나옴을 알았야겠다. 나는 스스로를 귀하고 소중한 존재로 인지하는 삶을 살겠다. 그건 침묵이 아니다. 목소리를 내고 세상에 나를 던지겠다. 팬둘럼에 사로 잡혀있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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