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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플러 Miyoung Oct 10. 2023

Alone in Itaewon

Alone in Itaewon. Eating alone, Drinking alone, Walking alone.

나는 자주 홀로 걷는다. 앞서 언급해서 아시다시피 이태원은 혼자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사실 서울에서 걷기에 좋은 곳은 한두곳이 아니다. 이태원, 남대문, 시청, 종각, 익선동, 서촌, 경복궁과 삼청동 일대 등 서울만해도 걸을 곳은 무궁무진하다. 남산만 하더라도 하루 종일 걸을 수 있다. 혼자 걷노라면 머리속 생각도 정리되고,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반짝인다. 타인과 발을 맞출 필요도 없다. 홀로 걷기는 그렇게 자유롭고 생산적이다.  


그런데 가끔은 홀로 바에가거나 홀로 레스토랑에 가고 싶을 때가 있다. 음악이 잔잔한 곳에서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거나 밀린 책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 달 전 그런 곳을 찾아 헤매도 애일을 찾았고, 어제는 또 다른 곳을 찾아보려 다시한번 지내는 곳 일대를 돌아다녔다. 


어제 일은 한 달전과는 조금 달랐다. 요즘들어 대사활동이 잘 되지 않는지 체중이 부쩍 늘었다. 과거와 같은 양의 음식을 먹거나 오히려 적게 먹어도 체중이 더 늘지 않겠는가! 점 점 무거워지는 몸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36시간 음식을 섭취하지 않기! 또는 간헐적 단식을 시작하기! 


36시간 단식을 성공하고, 맛있는 고기를 먹었다. 친구와 돼지고기 3인분에 후식까지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단식 후에 먹은 오겹살은 너무도 좋아하는 휘핑크림보다 더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참 맛있게 많이 먹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우리는 마지막 손님으로 식당에서 나왔다. 다음날 부작용은 아마도 독자분들은 상상이 잘 될 듯하다. 소화는 안되었고 몸과 얼굴이 온통 퉁퉁 부어있었다. 다행히 이른 아침에 한 운동 덕분에 붓기가 조금 가라앉긴 했다.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 있다. 우리가 쓰는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다는 건데, 나는 에너지 말고 혹시 열량 총량의 버칙이라는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도그럴것이 이틀간 음식 섭취에 제한을 두었더니, 몸이 스트레스를 받는 느낌이었다. 특히 맛있는 음식을 시각화하는 뇌와 동시에 침을 삼키는 혀… 몸은 음식을 갈구하고 있었다. 


오겹살은 먹은 후, 하루 정도 페리에만 들이켰다. 목이 마를 때 뿐아니라, 음식 생각이 날때도. 배는 그리 고프지 않았다. 음식을 좋아하는 내 뇌가 고팠다…


잘 버텨준 나에게 보상이라도 하고 싶었다. 분위기좋고 조용한 곳을 찾아다니다 결국 내가 생각한 집이 월요일이라 영업을 하지 않는 바람에 맞은편으로 갔다. 혼자 식사를해도 별로 어색할 것 없는 레스토랑이다. 그곳에서 한 번도 혼자 식사를 해 본적은 없지만 말이다. 다른 곳은 한글날이나 손님들로 꽉차있었다. 나는 코지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은 찾지 못했으나 홀로 식사를 하고 싶어했던 미션에는 성공한 셈이다. 


주문한 음식을 모두 알뜰히 먹고(안타깝게도 그리 조용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지내는 곳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갑자기 가끔 가던 위스키바가 궁금해져서 그 앞을 지나면 실내를 들여다 보았다. 손님이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았다. 내가 조용히 앉아서 글을 쓰던 뭔가를 글쩍일 수 있어 보였다. 결심을 하고 들어가 바의 맨 끝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뿔사! 그런데 그 앞이 바로 주방이다. 올드나이브스는 위스키도 좋지만 음식도 맛있는 곳이라… 쉐프가 바삐 완성하는 하얀 크림 파스타가 눈에 들어왔다. 블루 치즈와 파마자니치즈를 가미해서 치즈맛도 풍부할 것이다.. 그때 내가 외쳤다. 저, 파스타도 주세요! 위스키를 주문한 뒤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식사 주문을 했다. 분명 자리에 앉을때는 저 위스키만 한 잔하러 왔어요… 라고 했었는데…


이틀간 식사를 거의 굶다시피한 페허인가 보다. 먹는 양도 에너지와 같이 총량의 법칙이 적용되는 사실을 알았다. 이태원에서 홀로 두끼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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